한국석유공사, 비상경영 선포…해외 지분 매각 및 인력 감축 추진
광물자원공사, 광해관리공단과 통합 직면…고강도 구조조정 가속화

한국석유공사 울산 본사
한국석유공사 울산 본사

이명박 정부의 자원외교가 패착으로 귀결되는 모양새다.

해외자원개발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했던 두 공사(公社)가 경영난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허리 조이기에 나섰기 때문이다.

한국석유공사는 지난 11일 비상경영을 선포했다. 한국광물자원공사는 3월 국회에서 한국광해관리공단과의 통합에 직면해있다. ‘비상경영’과 ‘통합’은 ‘구조조정’이라는 하나의 길로 접어드는 핵심 키워드다.

석유공사의 부채비율은 2200%가 넘는다. 이는 해외자원개발로 인한 것이다. 이에 미국과 영국 등 해외 우량자산의 지분 일부를 매각하기로 했다.

석유공사는 지난 2010년 영국 다나패트롤리엄 지분을 3조4000억원에 인수한 바 있다. 또 2011년에는 미국 이글포드의 지분 24%를 미국 석유회사 아나다코로부터 1조7400억원에 인수했다.

하지만 해외자원개발 효과가 신통치 못했다. 이에 지난해 결산 결과 막대한 영업외비용이 발생하면서 당기순손실 1조1595억원을 기록했다.

석유공사 측은 “자본감소와 부채비율 급증은 지난 2008~2012년에 이뤄진 해외투자사업의 자산손상 등에 의한 것”이라며 “과거의 부실을 정리하고 경영정상화를 위한 구조조정을 추진해 나가는 과정에서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석유공사는 자사가 보유한 해외 지분을 파는 재무구조 개선 외에도 인력구조조정에도 나선다. 2016년부터 추진해 온 인력 감축에 더욱 박차를 가한다. 상위직원 10% 감축, 해외근무자 23% 감축, 장기근속자 명예퇴직 유도 등을 실시한다.

석유공사 경영진은 올해 초 비서진을 대폭 축소하고 임원용 차량 기사는 공동운영 형태로 바꿨다. 또 올 상반기 중 임원 숙소를 매각한 뒤 규모를 축소해 임차할 계획이다. 특히 양수영 사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임금 50%를 반납하기로 했다.

광물자원공사도 통합을 앞두고 고강도 구조조정에 나설 전망이다. 광해관리공단 측이 통합을 반대하는 가운데 이를 무마하고 국회의원들의 동의를 끌어내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전언이다.

광물자원공사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2016년부터 내년까지 전체 인력의 20%를 감축하기로 한 구조조정안이 비상경영체제에서 탄생한 바 있다”면서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더 높은 수준의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해 ‘플러스알파’의 형태로 더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광물자원공사에서 ‘플러스 알파’에 나선 데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속사정이 있다. 광해관리공단과의 통합을 추진하는 ‘한국광업공단법’의 대표 발의자는 원내대표인 홍영표 의원(인천 부평구을)이다. 하지만 같은 당의 이훈 의원(서울 금천구)은 두 기관의 통합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광해관리공단 측의 손해에 대한 확실한 대안이 있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이 의원은 지난해 국감에서 광물자원공사 측에 보다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주문했고 광물자원공사는 이를 받아들였다. 이에 이 의원도 통합 찬성으로 입장을 변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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