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 좋은 타이어 개발, 인공강우 등 통해 근본 대책 절실”

정동수 한남대 기계공학과 교수
정동수 한남대 기계공학과 교수

바야흐로 ‘미세먼지 전성시대’다. 하늘은 뿌옇고 먼 산을 바라보는 것도 사치가 됐다. 추운 겨울 살을 에는 바람이 오히려 반가울 지경이다. 기우제의 목적도 가뭄 방지에서 미세먼지 제거로 변화하는 상황이다.

조금이라도 미세먼지에 덜 노출되기 위해 마스크는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야외 활동이 두려울 지경이다. 프로야구경기가 취소되는 요건은 주로 우천, 강풍이었으나 이제는 미세먼지가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할 전망이다.

연일 계속되는 미세먼지 공습에 정부는 공공의 적이 됐다. 그러나 정부도 마냥 손을 놓는 것은 아니다. 갖가지 대책을 내놓으며 미세먼지 잡기에 나서고 있다. 이 대책 중 하나가 클린디젤 정책 폐기다. 경유 자동차에 대한 어떠한 혜택도 제공하지 않음으로써 사용 비중을 줄여나가겠다는 것이 골자다.

이에 발맞춰 전기자동차, 수소자동차 등 ‘친환경 자동차’에 대한 혜택은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정부의 정책은 근본적인 미세먼지 해결 대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 있다. 전기신문은 대전광역시청에서 정동수 한남대학교 기계공학과 교수(66)를 만나 미세먼지 대책에 대한 고견을 청취했다.

7일 오전 부산 수영구 금련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부산도심이 초미세먼지와 연무에 뒤덮여 있다.
7일 오전 부산 수영구 금련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부산도심이 초미세먼지와 연무에 뒤덮여 있다.

“대한민국 하늘을 흐리는 미세먼지의 원인 중 7할은 중국입니다. 그렇다면 일단 3할의 원인 해결에 집중할 상황입니다. 하지만 정부의 클린디젤 폐기 정책은 전시행정에 불과한 시간 낭비입니다.”

정 교수는 정부의 미세먼지 대책 진단이 근본부터 잘못됐다고 질타했다. 차량 연료는 미세먼지 발생 원인 중 극히 미미한 영향만 끼친다는 지적이다. 그는 차량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는 타이어에서 원인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 연료 연소 과정보다 타이어 마모로 인해 발생하는 미세먼지가 20배가 많다는 환경부 조사가 있습니다. 전기차든 수소차든 휘발유차든 경유차든 그 어떤 차량도 타이어가 만들어내는 미세먼지를 막지 못하는 셈입니다. 타이어의 내마모성을 강화하는 것이 정답입니다.”

정 교수는 “미세먼지 원인이 타이어에 있다고 하니 타이어 업계에서 엄청나게 반발했다”면서 “하지만 생각을 조금만 달리 해보면 오히려 기술 개발의 기회가 생기기 때문에 업계에서는 호재를 맞이할 수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불필요한 변화를 꾀할 필요 없이 질 좋은 타이어만 장착하면 일단 국내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 요인은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정 교수는 노후 시설·차량에 대한 제재는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노후 경유차로 인한 미세먼지는 단속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노후 경유 차량의 경우 인적이 오가는 도로에서 직접 매연을 내뿜기 때문에 폐차에 들이는 비용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줄여나갈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자동차 강국이라는 독일을 비롯해 유럽에서는 아직도 디젤 택시가 멀쩡하게 운행되고 있습니다. 환경을 그토록 강조하는 유럽에서 경유차가 문제시되지는 않습니다. 유럽과 한국이 다른 점은 지정학적인 차이입니다. 중국 산둥반도에 배치된 수많은 공장으로 인한 미세먼지가 한국의 하늘을 뒤덮고 있습니다. 이 부분은 우선 외교적인 역량으로 해결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 방법은 상당한 기간의 타협이 요구됩니다. 그렇다면 인공 강우로 급한 불을 꺼야 합니다.”

정 교수가 인터뷰 내내 강조하던 키워드는 ‘기술력’이다. 한국이 보유한 기술력으로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지론이다. 그는 인공 강우가 주된 해결책이라고 설명했다.

“지금 당장 하늘을 덮고 있는 미세먼지를 어떻게 없앨까요? 중국에 가서 공장 가동을 중단하라고 할까요? 아니면 주변에 빽빽이 나무를 심으라고 할까요? 중국은 지금도 미세먼지의 원인이 자기들이 아니라고 강변하고 있습니다. 일단 한국에 있는 미세먼지는 한국에서 해결해야 합니다. 하늘에서 폭죽을 터뜨리듯 물을 흩뿌리는 인공 강우 기술은 상당히 어렵기는 하지만 대한민국 주요 기술력이 단기간에 급상승한다는 측면을 고려하면 충분히 도입할 수 있습니다. 이미 중국에서는 인공 강우 기술이 보편화했습니다. 이 부분을 상호 협의할 수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오른쪽)이 5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조명래 환경부 장관으로부터 미세먼지 관련 보고를 받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오른쪽)이 5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조명래 환경부 장관으로부터 미세먼지 관련 보고를 받고 있다.

인터뷰는 6일 오전에 이뤄졌다. 정 교수가 인공 강우 기술을 강조하던 그 시간 뉴스 속보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의 미세먼지 대책 발표가 나왔다. 문 대통령은 미세먼지 해결을 위해 추가경정예산을 투입하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그러면서 ‘인공 강우’를 언급했다. 서해 상공에서 중국과 공동으로 인공 강우를 실시하는 방안을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정 교수의 말대로 문 대통령은 최근 한중 환경장관회의에서 인공 강우 기술 협력에 이미 합의했고, 인공 강우에 대한 중국 쪽의 기술력이 훨씬 앞선다는 이유를 들었다. 또 문 대통령은 한국의 먼지가 상하이 쪽으로 넘어간다고 중국이 주장하는 만큼 서해 상공에서 인공 강우를 하면 중국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정 교수는 “근본적인 대책은 도외시한 채 애먼 경유만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모는 저의를 알 수가 없다”면서 “짐작이 가는 바는 있지만, 일단은 대책에 대한 조언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1977년 서울대학교 공대 기계과를 학사 졸업한 뒤 1988년 한국과학기술원(KAIST) 기계공학과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1995년에는 부산대학교 공과대학원 정밀기계공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기계연구원 엔진연구실장을 역임한 뒤 독일 OPEL 자동차 엔진공장 연수, 미국 SWRI(South West Research Inst.) 엔진연구부 연수, 영국 RICARDO 엔진연구소 디젤엔진 공동개발 등의 경력을 쌓았다.

2015년 국립창원대학교 메카트로닉스대 기계공학부에서 초빙교수로 3년 동안 활동한 뒤 현재는 한남대학교에서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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