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 RE100 흐름 발맞추려면 "한전PPA 아닌 '기업PPA' 가능해야"

이날 토론회에선 국내 기업의 수출경쟁력 약화를 막고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업 전력구매계약(기업PPA) 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진단이 이어졌다. 김승완 충남대학교 교수는 '기업 재생에너지 구매제도의 유효성을 높이기 위해선 보완이 필요하다'며 '재생가능에너지를 적극적으로 조달하려는 전력소비기업에게 다양한 형태의 가격 외적 프리미엄을 제공하는 방법들이 활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 제공: 그린피스)
이날 토론회에선 국내 기업의 수출경쟁력 약화를 막고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업 전력구매계약(기업PPA) 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진단이 이어졌다. 김승완 충남대학교 교수는 "기업 재생에너지 구매제도의 유효성을 높이기 위해선 보완이 필요하다"며 "재생가능에너지를 적극적으로 조달하려는 전력소비기업에게 다양한 형태의 가격 외적 프리미엄을 제공하는 방법들이 활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 제공: 그린피스)

‘재생에너지 확대’ 구호는 단순히 환경적 필요에 그치지 않는다. 산업계의 요구 때문이다. RE100 흐름에 맞춰 제조기업들이 재생에너지 전력을 이용한 제품을 만들어내면서 2차, 3차 협력기업들도 싫든 좋든 여기에 발을 맞춰야 하는 상황이 온 것이다.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기업의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를 위한 정책 토론회’에 참석한 김승완 충남대학교 교수는 “에너지정책과 환경정책, 산업정책의 경계가 희미해지고 있다”며 “좋은 에너지정책의 수립을 위해선 에너지안보와 경제성뿐 아니라 환경적 측면을 고려한 균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 역시 거세지는 RE100 바람에 대비하기 위해서 녹색 요금제 신설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단순히 일부 프리미엄 비용을 추가하는 녹색 요금제(Green Pricing)에서 나아가 기업이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와 구매계약을 직접 하는 제도를 새로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다.

◆ ‘Green Pricing’에서 한 발 더, ‘Green Tariff’

녹색 요금제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Green Pricing’ 제도와 ‘Green Tariff’다. 두 제도 모두 판매사업자의 중개를 거쳐 다양한 규모의 소비자가 이용할 수 있고 계약이 신속하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Green Tariff는 Green Pricing과 달리 소비자(전력소비기업)가 재생에너지 전력구매 요금제를 설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보다 능동적인 거래 방식으로 평가받는다.

김승완 교수는 “‘Green Tariff’ 제도와 ‘기업 PPA’ 방식이 재생에너지 설비를 확대하고 전력소비기업에도 편익을 줄 수 있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Green Tariff의 경우 소비자가 판매사업자와의 요금제 계약을 통해 자기가 사들이는 전력 발전원의 종류와 발전회사를 선택할 수 있고, 요금제 설계가 가능하다. 이를 통해 재생에너지 확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김 교수는 “이는 판매사업자가 개입하는 기업 PPA 방식에 가까운 제도”라면서 “우리나라의 경우 Green Tariff 도입 시 한전이 중개사업자가 돼 전력소비기업과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 사이 계약을 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Green Pricing의 경우 기존 전기요금에 소비자(전력소비기업)가 그린 프리미엄을 지불하는 형태로, 발전원의 출처를 알 수 없는 REC를 사야 한다는 점, REC 가격 등락에도 장기계약을 맺지 못하고 에너지 가격 리스크를 감수해야 한다는 한계가 존재한다. 김 교수는 “Green Pricing은 해외에서 가장 처음 도입된 게 1993년 쯤으로 오래된 제도이나, 학계에선 유효하지 않은 제도라고 잠정적 결론을 내리고 있다”고 말했다.

◆ 기업이 직접 재생에너지 구매한다고 해서 재생에너지가 확산될까

그러나 Green Tariff, 기업 PPA 등을 통해 재생에너지 전력을 기업이 직접 구매할 수 있게 되더라도 이 같은 제도가 재생에너지 확산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지는 미지수라는 의견도 나왔다.

김강원 한국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정책실 팀장은 “지난해에만 태양광 발전소 9400여개소가 신설됐고, 설비용량으로는 1900MW가 설치됐다”면서 “그중 전력시장을 통하지 않고 한전과 전력거래(PPA)를 맺은 곳이 9200개소에 달하는데, 단지 구매처를 한전에서 기업으로 바꿀 수 있다고 해서 재생에너지 설비가 순증하는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들이 기업과 PPA 계약을 맺을 수 있게 된다고 해서 재생에너지 신규설비가 늘어날지는 의문이라는 것이다. 이어 “한 해에 1만여건에 달하는 (한전과의) PPA 계약 시장에서 기업 PPA 시장이 자리를 잡으려면 선제적인 (법적) 검토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승완 교수 역시 이 같은 점을 지적했다. 그는 “기존에 한전과 계약을 맺었던 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자가 기업 PPA 시장으로 옮겨가거나, 기업들이 기존 재생에너지 발전원으로부터 생성된 REC만 구매하는 쪽으로 제도가 설계될 경우 재생에너지 순증에 기여하는 바가 크지 않을 수 있다”면서 “기업이 직접 재생에너지 전력구매를 하고, 재생에너지 설비를 늘리는 선순환을 작동시키기 위해선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일정 시간 동안 필요하다”고 말했다.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는 삼성에 전력을 팔든, 한전에 팔든 수익을 우선하기 때문에 기업들이 한전에 대응할 만한 구매 조건을 제시할 수 있도록 지원 수단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김 교수는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는 전력 소비기업이 기존 한전 PPA보다 더 매력적인 계약을 제공해야 기업과 계약을 체결할 텐데, 전력소비기업 입장에서는 한전 PPA보다 높은 가격을 제공하면 경제적 편익이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재생에너지 조달 전력량 일부를 온실가스 감축실적에 반영하거나 전기요금 인상 신호를 명확히 하는 등 전력소비기업에 대한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또는 기업 PPA 체결 시 신규 재생에너지 프로젝트와 연계할 경우 세제 혜택 등의 제도적 지원이 제공되는 구매 제도가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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