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운동 100주년 기념사서 ‘東亞 철도공동체’ 실현 역설
북미정상회담 결렬 불구 “더 높은 합의 과정” 호평
여야 온도차 극명…민주 “남북경협 환영” 한국 “지나친 낙관” 바른미래 “공염불”

문재인 대통령이 1일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100주년 3.1절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전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1일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100주년 3.1절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전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3.1 운동 100주년 기념사에서 ‘한반도 에너지공동체론’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1일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삼일절 정부 중앙 기념식에서 “한반도의 종단철도가 완성되면 지난해 광복절에 제안한 ‘동아시아 철도공동체’의 실현을 앞당기게 될 것”이라며 “그것은 에너지공동체와 경제공동체로 발전하고, 미국을 포함한 다자평화안보체제를 굳건히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전날인 2월 28일 베트남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회 위원장 사이의 회담이 결렬돼 남북 화해 분위기에 이상이 감지되는 상황을 조기에 일축하고 변함없는 남북경제협력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에너지공동체를 언급하기에 앞서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는 많은 고비를 넘어야 확고해질 것”이라며 “베트남 하노이에서의 2차 북미정상회담도 장시간 대화를 나누고 상호이해와 신뢰를 높인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진전이었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두 정상 사이에 연락 사무소의 설치까지 논의가 이루어진 것은 양국 관계 정상화를 위한 중요한 성과였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보여준 지속적인 대화 의지와 낙관적인 전망을 높이 평가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더 높은 합의로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며 “우리 정부는 미국, 북한과 긴밀히 소통하고 협력해 양국 간 대화의 완전한 타결을 반드시 성사시켜낼 것”이라고 공언했다.

한반도종단철도는 경의선·경원선·동해선 등 남북한을 잇는 주요 철도를 활성화해 한반도를 동북아시아 물류 허브로 만들겠다는 목적의 프로젝트다. 지난해 9월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선포된 9월 평양공동선언에 따르면 ‘남과 북은 금년내 동, 서해선 철도 및 도로 연결을 위한 착공식을 갖기로 하였다.’ 또 ‘쌍방은 동 서해선 철도·도로·연결과 현대화를 위한 군사적 보장대책을 강구하기로 하였다.’

남과 북은 이미 지난해 6월 남북 철도협력 분과회의를 열고 철도연결 협력 합의 및 북한 철도 공동조사 등에 합의한 바 있다. 남측 국토교통부 인원과 북측 국토보호성 및 철도성 인원들로 구성된 공동조사단은 7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도로·철도 공동조사 회의를 열었다.

이어 11월 30일부터 12월 5일까지 경의선 개성~신의주, 12월 8~17일 금강산~두만강 구간에 대해 현지 공동조사를 진행했다.

공동조사 후 12월 26일에는 개성 판문역에서 착공식이 열렸다.

국제사회도 한반도종단철도 착공 의지에 응답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2375호에 따르면 대북(對北) 투자와 합작 사업을 금지한다. 다만 허가를 위해서는 ‘비상업적이고 이윤을 창출하지 않는 공공 인프라 사업’으로 안보리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23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공동조사에 대한 제재 면제를 인정했다. 또 유엔 대북제재위원회가 이를 승인했다.

관건은 미국의 행보다. 안보리 결의와 별도로 대북 제재를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된 것도 미국의 대북 제재 완화 수준을 놓고 양측의 이견을 좁히지 못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대북 제재 완화 요구 수준을 전면(全面)적으로 했는지 일부(一部)적으로 했는지 사이에서 진실게임이 벌어지는 양상이다. 문 대통령의 에너지공동체론 언급은 한반도 운전자론과 결부돼 북미관계 중재에 나설 것으로 관측되는 대목이다.

한편 여야는 문 대통령의 기념사를 놓고 온도차를 나타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식 대변인은 “남북관계와 북미관계가 선순환하고 공동 번영의 길로 나아가기 위한 구체적인 구상을 밝혔다”면서 “남북경협은 남북 간 경제적 이득을 가져다줄 뿐 아니라 한반도 평화체제를 공고히 하는 전략적 수단이기도 하기에 추후 전개될 북미협상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하며 적극적으로 환영한다”고 전했다.

반면 자유한국당 이만희 원내대변인은 “현 정권들어 공화주의와 법치주의가 흔들린다는 국민적 걱정과 각종 민생 추락에 대해선 한마디 사과와 반성도 없다”며 “지나치게 낙관적인 전망과 자화자찬으로 일관한 것은 국민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바른미래당 이종철 대변인은 “평화 협력을 중심으로 한 ‘신한반도체제’라는 기치에 기본적으로 공감한다”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은 너무 앞서가고 있거나 공허한 말에 불과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이 대변인은 “대통령의 기념사는 2차 북미정상회담 합의 결렬에도 불구하고 전혀 고쳐지지 않은 것 같다”며 “합의를 가정하고 쓴 것을 수정 없이 그대로 읽은 것인지 의아하기만 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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