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피스 활동가들이 2018년 2월 1일 삼성전자 기흥캠퍼스 건물에서 빔 프로젝션으로 삼성전자에 재생가능에너지사용과 기후변화 리더십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새기고 있다.
그린피스 활동가들이 2018년 2월 1일 삼성전자 기흥캠퍼스 건물에서 빔 프로젝션으로 삼성전자에 재생가능에너지사용과 기후변화 리더십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새기고 있다.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 수립이 목전에 다가오면서 204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의 목표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이를 30% 선에 놓아야 한다는 의견부터 40%까지는 끌어올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부딪히는 것이다. 그러나 목표가 어떻게 설정되든 재생에너지 확대는 피할 수 없는 미래라는 게 다수의 인식이다.

◆ 재생에너지 비중 늘려야

RE100의 흐름에 따라 제조업계를 비롯한 국내 기업 경쟁력 유지를 위해선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는 필연적인 결과라는 것이다. RE100은 기업이 소비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부터 공급받겠다는 자발적 약속을 유도하는 이니셔티브다. 현재 세계 164개 기업이 RE100 참여 선언을 마쳤다. 애플과 BMW 등은 이미 재생에너지로 100% 전력을 사용하고, 이제 LG화학과 삼성 SDI 등 국내 업체에도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를 요구하고 나섰다.

지난 2월 2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컨퍼런스룸에서 열린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토론회에 참석한 전영환 홍익대학교 교수는 “삼성전자는 유럽과 미국, 중국에서도 RE100을 선언했다”면서 “반면 국내에서 만드는 제품에는 재생에너지 전력을 사용하겠다는 선언은 못 하는데, 이는 삼성전자가 필요로 하는 만큼의 재생에너지 전력이 없고, 시스템도 구축돼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만약 재생에너지가 공격적으로 늘어나지 않는다면 RE100을 실행해야 하는 기업들이 해외로 떠나는 상황도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같은 달 28일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서 개최한 ‘재생에너지 선택권 온실가스 배출 실적 인정’ 간담회에 참석한 오정훈 LG화학 오창공장 공무기획팀 책임은 “유럽의 A사는 올해부터 당사가 유럽 공장에서 생산하는 배터리에 대해 재생에너지 100%를 사용하도록 요구했다”며 “이러한 요구는 유럽, 북미 등 글로벌 기업들에서 이어지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자가소비용 태양광 설치를 하는 것 외에는 (재생에너지 전력을) 수급할 방안이 없다”고 말했다.

◆ 녹색요금제로 될까 … PPA 등 시장기능 작동하는 제도 필요

문제는 한국은 소비자·기업이 직접 재생에너지로 생산된 전력을 구매할 수 있는 제도가 없다는 점이다. 신재생에너지법에 따라 민간사업자는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거래에 참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소비자와 기업이 발전사업자와 직접 재생에너지 전력계약(PPA)을 할 수도 없다.

이번 토론회에 참여한 이상준 에너지경제연구원 미래전략팀 연구위원은 “세계 지속가능 발전 기업위원회(WBCSD)에 따르면 소비자와 기업이 재생에너지를 사용할 때 걸림돌은 3가지가 있다”며 “가격 경쟁력이 확보되지 않은 점, 기업 내부적으로도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높지 않은 점, 제도적으로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를 위한 선진국 수준의 제도적 기반이 미약한 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의 경우 3가지 측면이 모두 존재하는 상황”이라며 “재생에너지의 LCOE는 140원/kWh 수준으로 비싸고, 재생에너지 사용에 대한 인식도 아직 일부 기업에 국한돼있는 데다 정책도 미비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산업통상자원부는 2019년 업무계획을 발표하면서 ‘녹색요금제’ 신설을 명시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신재생에너지 전력에 일부 프리미엄을 붙여서 파는 것은 유의미한 결과를 내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이 연구위원은 “해외 기업들은 직접 재생에너지 전력생산을 하거나 인증서, PPA를 통해 재생에너지 전력을 구매한다”며 “만일 우리나라의 녹색요금제가 일부 프리미엄을 붙여 전력을 좀 더 비싸게 파는 것이라면, 기업들은 높은 가격에 부담을 느껴 해당 전력을 사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에서는 우리나라와 달리 여러 전력 판매 회사가 있어 재생에너지를 소비자에게 판매할 때 가격 조정을 통한 이익을 추구하지만, 우리나라는 한전 독점 체제로 인해 이 같은 시장원리가 작동하기 어렵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 재생에너지 구입과 배출권거래제 연계 필요성 제기

한편 RE100의 달성을 위해선 재생에너지 확대가 필요하고, 이는 결국 온실가스 감축을 촉진한다. 이 선순환을 위해서 기업이 구매한 재생에너지 전력을 온실가스 감축 실적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상준 연구위원은 “신뢰할 수 있는 기준에 따른 재생에너지 구매제도가 도입된다면 이를 온실가스 감축실적으로 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의 재생에너지 전력 구매에 대한 감축 실적 인정이 재생에너지 구매제도의 도입 및 안정화, 재생에너지 보급 활성화를 끌어낼 수 있다는 얘기다.

오정훈 책임 역시 “국가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에 따라 산업부분 감축 목표를 달성하고 IPCC 1.5도 특별보고서에 따른 규제에 대응하려면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선도적 대응이 필요하다”며 “기업의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해서도 재생에너지 사용과 배출권 거래제 연계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단순히 RE100 때문이 아니라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요구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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