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가 운영하는 정보공개 포털에 한전이 작성한 ‘2019년 재무위기 비상경영 추진 계획안’이 공개되면서 한전에 한바탕 소용돌이가 몰아쳤다.

공개된 내용에선 한전이 올해 2조4000억원 규모의 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했다. 적자를 최소화 하기 위해 주택용 누진제도 및 필수 사용량 보장제도를 개선하고 자회사 손실보전 관행 폐지 등을 통해 1조1022억원의 비용절감 계획을 담고 있다.

또 신기술을 도입해 공사비 등 5800억원의 비용을 줄이고 일부 부동산 매각 등 자구노력을 통해 올해 총 1조7000억원의 영업비용을 줄인다는 내용이다.

문제는 면밀히 논의돼 확정된 문서가 아니라 실무부서 차원에서 적자가 예상되는 만큼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아이디어를 모아놓은 초안이 최종안처럼 공개되면서 탈원전 때문에 적자가 발생하자 전기요금 인상을 통해 이를 보전하려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확대 해석된 것이다.

전력당국 관계자는 “이번 문건의 공개로 인해 불합리한 요금체계 개선에 대한 의지가 꺾이지 않을 까 우려된다”며 “요금인상과 무관하게 불합리한 체계를 정상화하려는 노력까지 위축될 수 있어 아쉽다”고 말했다.

정부와 한전은 지난해 12월 불합리한 전기요금 체계 개선을 위해 민관 T/F를 만들어 요금체계 개선에 대한 다양한 논의를 하고 있다. 체계 개선의 핵심은 요금인상보다는 국민들이 그동안 불편을 겪었던 ‘주택용 누진제도’ 조정이 방향이다. 누진제도를 폐지하거나 누진구간을 최소화하는 방안 등 다양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누진제도 개선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필수 사용량 보장제도’의 손질도 당연히 언급됐다.

‘필수 사용량 보장제도’는 지난 2016년 12월 정부가 주택용 누진제도를 완화하면서 전기를 적게 사용하는 구간에 있는 주택용의 경우 요금이 인상될 수 있다고 판단해 월 200kW 이하의 전기를 사용하는 주택에 한해 저압은 4000원, 고압은 2500원을 할인해주는 제도다.

200kW 이하 사용고객 1000만호가 대상이 되며 지난 2017년 기준 할인금액은 3950억원에 달했다. 그동안 문제로 지적된 것은 200kW 이하를 사용하는 고객의 경우 저소득층보다는 1인가구의 비중이 높은 만큼, 1인가구를 저소득층으로 인식해 요금을 할인하는 것은 과도한 확대해석이란 주장이 많았다.

또 개선이 필요한 요금체계는 산업용 경부하요금이다.

원가의 50%~60% 수준인 요금을 일부 올리고 반대로 낮 시간대 과도한 피크요금(190/ kWh)을 낮춰 산업용 요금의 밸런스를 맞출 계획이었다.

전기요금은 그동안 물가안정과 기업의 수출경쟁력을 높이려는 이유와 정치권의 포퓰리즘에서 결정됐다. 이 때문에 전기요금 체계 합리화는 꾸준히 요구됐으며 올 상반기 중 확정될 3차 에너지기본계획에도 요금체계 개편이 담겨 있다. 이 때문에 소비자의 선택권을 확대하고 너무 낮은 요금에 따른 전기 쏠림 현상을 막아 전체적으로 수요를 줄이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번 문건 공개로 위축되는 것은 꼭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전문가들 중심으로 흘러나온다.

한전도 문건 공개에 따른 관련 보도가 이어지자 주택용 누진제 개편은 비상경영 추진계획과 전혀 무관하며 국민 부담이 증가하지 않고, 한전 수입이 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체계 개편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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