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제마진 악화 현상 심화…“일할수록 손해만”
미국산 셰일오일 생산 UP…트럼프 “낮은 유가 OK”
미중 무역 전쟁 여파 수요 감소…공급 늘고 수요 없는 필연적 저가 행진

국내 석유화학 업계가 국제유가 저공(低空) 행진에 따른 정제마진 약화로 신음하는 가운데 미국발(發) 변수가 엎친 데 덮친 듯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배럴당 1달러대로 추락했다. 배럴당 4~5달러대의 정제마진을 기록해야 수익이 나는 상황에서 ‘만들수록 손해’인 상황을 맞이한 셈이다.

지난 1월 다섯째 주 기준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배럴당 1.9달러다. 1월 넷째 주의 배럴당 1.7달러와 비교하면 적게나마 오르기는 했다. 하지만 2018년 1월 같은 주 정제마진 7.5달러와 비교하면 내림세가 상당하다.

정제마진 하락 현상은 미국에서 기인하는 바가 크다. 미국이 셰일오일 채굴을 확대하고 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감산에 따른 유가 상승을 바라지 않기 때문이다. 미중 무역 전쟁도 한 몫을 차지한다.

북미 지역 정유 업체들은 서부텍사스유(WTI) 가격이 두바이유 가격보다 낮아지면서 휘발유를 비롯한 제품 생산을 확대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기준 서부텍사스산 원유 선물은 배럴당 53.91달러다. 두바이유는 WTI보다 5.53달러 비싼 배럴당 59.44달러를 기록했다.

셰일오일 증산 시대를 맞이한 미국은 지난 10년 동안 원유 생산량이 두 배 이상 늘었다. 반면 원유 수입 의존도는 30년 이래 최저치로 떨어졌다.

또 셰일오일 생산 확대는 기술력 상승을 반증한다. 미국은 텍사스, 뉴멕시코, 노스다코타 등 지역에서 수압파쇄(프래킹) 공법으로 셰일층에 저장된 원유를 캐내고 있다.

기술력이 따른 셰일오일은 가격 경쟁력도 확보했다. 셰일오일은 일반 원유보다 더 깊이 있는 퇴적암층인 셰일층에서 나오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원가가 높다. 하지만 기술 혁신으로 비용을 낮춰 배럴당 50달러 아래서도 채산성을 담보할 수 있다.

미국이 최대 산유국 지위를 확보한 만큼 가격 변동을 좌시하지 않을 분위기가 감지된다. 이미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5일(현지 시간) 원유 감산과 고유가를 원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트위터를 통해 “바라건대 OPEC(석유수출국기구)이 원유 공급량을 제한하지 않고,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며 “세계는 고유가를 보기를 원하거나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중 무역 전쟁으로 수요가 감소한 것도 유가가 낮아진 원인이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 양상이 장기화하면서 수요 감소 현상 또한 언제까지 이어질지 미지수다.

즉 가격을 결정하는 수요공급 관계의 측면에서 미중 무역 전쟁으로 수요는 감소하고 셰일오일 증산으로 공급은 넘치는 상황이 이어지며 국제유가 저공 현상이 언제 막을 내릴지는 오리무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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