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이후 '위험의 외주화' 금지하는 법안 입법
협력업체 직원들 노무비 삭감 금지돼
‘공공기관 정규직 전환’은 해결해야 할 과제 많아

지난 9일 故 김용균 씨의 운구행렬이 서울 세종대로를 지나고 있다. 광화문광장에서 영결식을 마친 뒤 시신은 서울시립승화원에서 화장됐고, 유해는 경기도 모란공원에 안치됐다.
지난 9일 故 김용균 씨의 운구행렬이 서울 세종대로를 지나고 있다. 광화문광장에서 영결식을 마친 뒤 시신은 서울시립승화원에서 화장됐고, 유해는 경기도 모란공원에 안치됐다.

지난해 12월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숨진 채 발견된 고(故)김용균 씨의 영결식이 지난 9일 치러졌다. 김 씨가 숨진 채 발견된 지 60일 만이다.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을 떠난 운구행렬은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와 서울 세종대로에서 노제를 지낸 뒤 광화문광장에 도착했다.

이날 최고기온이 0도를 밑도는 추운 날씨에도 3000여명이 광화문광장에 모여 김 씨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정미 정의당 대표, 심상정 정의당 의원,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등 정치인들도 영결식에 참석해 고인에게 헌화했다.

유가족은 영결식이 진행되는 동안 수차례 오열했다. 김 씨의 어머니 김미숙 씨는 “사랑하는 내 아들아 보고 싶고 만지고 싶은데 엄마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구나”라며 눈물을 흘렸다.

영결식 이후 고인의 시신은 서울시립승화원에서 화장된 후 경기도 모란공원에 안치됐다.

◆28년 만에 산안법 전부개정…산업현장 안전사고 원청에 강한 책임 물어

고 김용균 씨가 사고를 당한 뒤 사회적으로 많은 변화가 있었다.

이와 비슷한 사고가 다시는 일어나선 안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우리 사회는 경제성에 기반한 비용 중심에서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하는 분위기가 됐다.

노사 간 치열한 대립 속에 콘크리트처럼 굳건했던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을 처리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정치권을 중심으로 활발해졌다.

정부와 여당은 당정협의를 통해 정부가 발의한 산안법 개정안의 연내 처리를 약속했고, 진통 끝에 결국 지난해 마지막 본회의에서 이를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사업장 내 안전사고 원청업체 책임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한 유해·위험 업무 하도급 금지 ▲산업재해 위험 감지 시 근로자가 작업중지권 발동 등 ‘위험의 외주화’ 금지를 골자로 한다.

1981년에 제정된 산안법이 전부개정된 것은 1990년 이후 28년 만이었다.

야당은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커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지만 매일 국회를 찾은 유족의 노력과 근로자 안전에 대한 국민의 열망을 꺾지 못했다.

결국 지난달 15일 산안법 전부개정법률이 공포됐고, 지난 5일에는 여당과 정부가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 구성 ▲연료·환경설비 운전분야 공공기관 정규직 전환 ▲근로자 노무비 삭감 없이 지급 등을 약속했다.

김용균 씨가 사망한 발전소 내 열악한 근무 환경이 조명받으면서 이 부분에 대한 개선도 이뤄졌다.

서부발전은 200억원을 들여 안전 등 근로 환경을 개선하겠다고 발표했고, 다른 발전공기업에서도 ‘안전’의 우선순위가 급상승했다.

또한 원청이 주는 노무비를 삭감 없이 근로자에게 지급하도록 한 것도 큰 변화다.

기존에는 원청이 지급한 노무비가 하도급 업체를 통해 하도급 업체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과정에서 상당한 액수가 삭감되곤 했다.

◆‘공공기관 정규직화’ 풀어야 할 과제 多

정부와 여당은 당정협의를 통해 위험의 외주화를 근절할 수 있는 대책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를 정규직화해 철저한 관리·감독 속에 안전한 일터를 만들기로 했다.

우선 내놓은 방안이 연료·환경설비 운전 노동자들의 발전공기업 소속 정규직화다.

그러나 이를 위해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한전산업개발이나 한국발전기술 등 연료·환경설비 운전을 주요 업무로 하는 기업은 모두 민간기업인데, 공공기관 정규직 전환 논의 진행 방향에 따라 기업 운영이 크게 달라진다.

공공기관이 민간기업의 전문인력을 채용할 경우 민간기업은 전문인력 유출로 인한 피해가 생기고, 이로 인해 주주들로부터 소송을 당하거나 심한 경우 회사가 문을 닫을 가능성도 있다.

한편 노동자 사이에도 의견이 일치하지 않아 노노갈등도 우려된다.

공공기관에 채용되는 것을 모두가 반기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상당수의 전문인력은 공공기관에 채용되면 오히려 임금이 줄어들 것”이라며 “이들은 임금피크제와 정년의 적용을 받는 공공기관으로의 채용을 꺼린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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