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비 선입금제도 대신 민간처럼 사후 정산제도로 변경해야
할인정액제도는 신용카드사용 불가지역에 적용되는 예외조항임에도 김현미장관은 숙박영수증 제출하지 않아

국토교통부 김현미 장관의 숙박영수증이 논란거리다. 김 장관은 공무원여비규정 예외조항을 이유로 총 5회를 다녀온 해외 출장시 숙박영수증을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외규정은 신용카드가 불가능한 경우에 해당된다. 신용카드가 보편화된 현실에서 김 장관이 영수증을 제출하지 않은 것은 납득하기 쉽지 않다. 도대체 무슨 사연이 있을까.

김현미<사진> 국토교통부 장관이 국외출장 비용정산과정에서 숙박 관련 영수증을 제출하지 않아 호텔명뿐만 아니라 정확한 숙박비용을 알 수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김 장관은 외교부 주관 국외출장을 제외하고 취임 후 국외 출장을 5회 갔으며 이 중에는 숙박비만 250만원에 달하는 6박 8일 유럽 출장도 있었다. 250만원 상당의 큰 지출임에도 영수증 증빙이 면제되는 이유는 공무원여비규정에 따른 할인정액 제도 때문이다. 할인정액에 따르면 지역별 숙박 상한액의 85% 청구 시 실비정산을 면제받을 수 있다.

인사혁신처 관계자에 따르면 할인정액의 취지는 신용카드 사용이 불가능한 해외 호텔에 투숙했을 때를 전제로 만들어진 제도다. 그런데 1박에 40만원이 넘는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호텔에서 과연 신용카드 사용이 불가능했을까 하는 점이다. 김 장관은 이번뿐 아니라 국외출장에서 단 한 번도 숙박영수증을 제출하지 않았다. 예외 규정이 원칙이 된 것이다.

국내출장에서 3급 과장이하 공무원은 서울의 경우 7만원, 광역시 6만원, 기타 지역 5만원을 상한으로 그 미만의 경우일지라도 영수증을 제출해야 하는 것과 차이가 난다. 국내출장에서 차액을 유용할 여지가 없는 반면에 국외출장에서는 차액을 유용할 여지가 있는 것이다. 이런 의심이 드는 이유는 김 장관의 숙박료가 할인정액의 최상한인 85%라는 것이다. 신용카드 가능 지역인데 85% 이상이라면 신용카드로 결제했을 것이고 그 미만이라면 차액이 발생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하루 US60$의 일비와 US136$의 식비도 영수증 없이 지급될 수 있다는 것을 가정하면 국외 출장 때마다 상당한 금액이 현금으로 장관 개인계좌에 선 입금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장관이 차액을 주머니에 넣는다는 것은 생각하기 힘들다”면서 “출장 건마다 할인정액 금액보다 실제 금액이 적은 경우도 있고 많은 경우도 있어 상계 처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 관계자는 “할인정액보다 높은 금액이라면 신용카드 영수증을 제출했을 것”이라며 “일반 회사원의 해외출장이 아닌 일국의 장관의 공무상 출장비를 돌려막기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울산광역시 이모 주무관은 “수년전 숙박비를 실비정산하지 않을 때는 서울 출장 때 친척 집에서 자고 숙박비를 그냥 챙긴 적이 많았지만 영수증 제출이 의무화되고 난 뒤에는 사라진 것 같다”면서 “장관이 250만원이나 되는 혈세를 영수증 처리하지 않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안일규 부산경실련 팀장은 “장관이 숙박할 정도의 고급호텔은 후진국이라 할지라도 신용카드사용을 거절하기 힘들다”며 “적은 금액이라 할지라도 영수증을 제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할인정액은 신용카드사용이 안 되는 험지를 위한 제도인데 이를 악용해 상한선의 85%를 현금으로 받고 차액은 챙기게끔 잘못 운영되고 있는지 전수조사 해 신용카드사용이 되는 곳이라면 할인정액을 폐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 팀장은 “호텔 예약사이트를 이용하면 특급호텔이라 할지라도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데 합리적 의심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신용카드가 가능한 지역은 영수증 제출을 의무화해야 한다”며 “호텔 숙박 관계를 서류로 남기지 못한다는 것은 정산하지 않아도 된다는 규정으로 200만원이 넘는 지출에 대해 영수증을 남기지 않는 허점도 있지만 해외에서의 장관의 위치를 수시로 확인하지 못하는 안전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세금 출장인 만큼 혈세의 투명한 집행 및 장관의 안전보장을 위하여 제대로 된 규정 개정 및 투명한 정보공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개인적 금전적 이득이 될 우려가 있는 출장비 선 입금 제도는 과거 공무원 급여가 박봉이고 신용카드가 활성화되지 못했을 때 생긴 제도로 민간처럼 사후 정산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최동길 NPO 대표는 “이전에 정보공개청구 했을 때 서울시장은 호텔명과 호텔 주소 등을 공개했기 때문에 국토부장관의 호텔명 정보공개 거절은 타당하지 않다”고 말했다. “민간에서는 법인카드를 사용하거나 법인카드가 없는 경우 개인카드를 사용하고 사후 정산하는데 공무원 국외 출장 여비는 출장 전에 현금으로 먼저 지급받는데 근본적인 문제점이 있다”고 말했다. “일정 변경으로 여비가 남는 경우 등 현실에서 발생가능한 문제점을 고려하였을 때, 사전에 현금으로 지급하기 보다는 해외 출장 전용 법인카드 사용을 지방정부에 제안한 바가 있었으나, 해당 지방정부에서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현금으로 출장비를 지급하니 최근 논란이 된 일부 공직자의 스트립바 출입 등이 문제가 되는 것이”라며 “해외출장지에서 여행경비의 투명한 집행을 위해서 현행 ‘현찰‘로 사전에 개인 공무원 계좌로 입금되는 출장비 지급 방식 대신에 법인카드를 사용하게 하거나 그것이 여의치 않다면 출장 전 예상 경비 내역을 산출해서 그 금액만큼 카드로 교부한다면 사후정산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또 인사혁신처의 신용카드사용 불가 지역 출장 때문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공무원들 대부분이 시내중심가 출장을 가기 때문에 전통시장 쇼핑 등 개인적인 용도를 제외하고는 신용카드 사용불가 지역은 거의 없으며 그런 지역에 대해서만 특례규정을 두면 된다"고 말했다.

한편, 공무원 국내출장비에서 상한선이 정해져 있는 3급 과장 이하 공무원과 상한선이 없는 국장이상 공무원 사이 차별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인사혁신처 성과급여과 문현정 사무관은 “국내출장의 경우 신용카드사용이 되지 않는 숙박업소가 거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지만 익명을 요구한 일부 공무원들은 “호텔 가격은 예약시점에 따라 천차만별인데 한도가 없다면 혈세를 아낄 노력을 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에 고위직이라고 한도 없는 것은 부당하다고”고 말했다.

울산광역시 김모 주무관은 “출장비를 아끼거나 성수기에 5만원으로 투숙 못하는 경우도 있어 일행과 한 방에 투숙하기도 하고, 혼자 출장 갈 때는 5만원 미만 숙박업소를 찾기 위해 한참을 헤맸다”면서 고위 공무원이 모범을 보이기는커녕 숙박비 상한이 없다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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