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계열사 현대오일뱅크 지분 19.9% 사우디 아람코 行”
증권가 허탈…“손에 들어온 대어가 또”

현대오일뱅크가 ‘상장’과 ‘지분 매각’ 두 선택지 가운데 일단 후자를 택한 모양새다. 전자는 후자를 통한 가치 상승을 통해 달성하려는 뜻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그룹은 계열사인 현대오일뱅크의 지분 19.9%를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에 매각하기로 했다.

1월 28일 현대중공업은 아람코와 1조8000억원 규모의 상장 전 지분투자(프리IPO)에 관한 투자계약서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아람코는 현대오일뱅크의 시가총액을 10조원으로 산정하고 주당 가치를 3만6000원 수준으로 평가해 최대 19.9%의 지분을 인수하기로 했다.

양사(兩社)의 이사회 의결을 거쳐 실제 매각이 이뤄지면 아람코는 현대오일뱅크의 2대 주주가 된다.

이번 투자 유치로 현대중공업의 재무 건전성이 높아지면서 선박과 해양 플랜트 등의 수주와 함께 다양한 신산업에 대한 투자도 이뤄질 것이라는 증권가 시선이다. 구체적으로는 미래 사업으로 육성 중인 로봇 사업에 대한 투자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당초 현대중공업은 재무구조 자구안의 일환으로 현대오일뱅크의 기업공개(IPO)를 시도했다. 하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사건 여파로 인해 회계감리가 강화되면서 일정이 늦어지자 상장 전 지분 매각(프리IPO) 제안을 수락했다.

이에 따라 현대오일뱅크의 상장 절차는 연기될 전망이다. 프리IPO 절차가 마무리될 때까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증권가는 허탈한 모습이다. 오랜만에 나온 대어급 IPO라는 점에서 상장에 성공하면 수수료 수입은 물론이고 그 자체로 커다란 실적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불과 지난 1월 24일 한국거래소는 간담회에서 “올해 유가증권시장 IPO 공모금액은 지난해와는 다를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현대오일뱅크의 상장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하지만 이 같은 결과를 맞이한 거래소 측은 “이번 현대오일뱅크 상장 연기로 IPO 공모액은 당초 예상했던 금액보다 줄어들 것”이라며 “교보생명, 홈플러스 리츠가 상장을 추진하고 있지만 실제 청구서를 접수하기 전까지는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31일 증권가에 따르면 현대오일뱅크가 상장을 추진했다가 철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 2012년 IPO를 시도했지만, 정유 업계 불황으로 인해 상장을 자진 철회했다. 지난해 8월에는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했지만, 재무제표 수정에 따른 금융감독원의 회계감리가 길어지면서 공모절차가 지연됐다.

현대오일뱅크는 상장예심 유효기간인 9월 13일까지 상장을 무리하게 진행하기보다 2019년 상반기 중 다시 예비심사를 청구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지만 끝내 무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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