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극적인 외국계 투자사 대비 국내 기업·금융권 ‘소극’
해외는 상업모델 개발·실증 활발…한국은 걸음마 단계

국내 최초 부유식 해상풍력 발전단지 조성을 향한 신호탄이 올랐다. 지난 24일 울산광역시는 4개 민간투자 컨소시엄과 부유식 해상풍력 발전단지 조성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투자 컨소시엄은 ▲로열 더치쉘·코엔스헥시콘 ▲SK E&S·코펜하겐 인프라 스트럭처 파트너스(CIP) ▲그린 인베스트먼트 그룹(GIG) ▲코리아 플로팅 윈드(KF-WIND) 등이다. 울산시에 따르면 앞으로 2년간 라이다(LiDAR)를 설치해 풍력 자원을 조사하고, 조류(潮流)·파고(波高), 해저지형 등 해양조사도 병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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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부유식 해상풍력은 현실성 측면에서 의구심을 받아온 게 사실이다. 국내에선 단지 몇 가지 R&D 프로젝트를 진행했을 뿐이다. 이번 협약이 이 같은 의구심을 옅게 할 계기가 될지 추이를 지켜보는 눈이 많다.

이론적으로 육지에서 먼바다에 세우는 부유식 해상풍력은 영토가 좁은 국내 실정상 가장 넓은 입지를 가질 수 있는 재생에너지원이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수심과 인허가 조건을 고려해 부유식 해상풍력 입지로 가장 적합한 제주 관할 수역(11만4950㎢)에서 한·일 중간수역을 제외할 시, 8만8000㎢를 활용할 수 있다. 단순 계산해 10㎿ 이상 풍력발전기 1기가 차지하는 면적을 넉넉하게 4㎢로 산정해도 2만2000기를 설치할 수 있는 방대한 입지로 볼 수 있다. 산술적으로 산업 육성을 위한 충분한 국내 시장 창출이 가능하다는 전문가 분석이 뒤따른다.

이번 협약에선 컨소시엄 모두 외국계 투자기업이 주도했다. 코리아 플로팅윈드 역시 국내·미국기업이 공동 투자한 합작회사로 확인됐다. 한 외국계 투자기업 관계자는 “특정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사들은 항상 매우 신중하게 결정을 내린다”며 “본사를 비롯해 해외지사를 망라해 우수한 경력이 입증된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다수 자문그룹과 까다로운 자체 사업성 평가과정을 거쳐야 한다. 기술적 검토 역시 마찬가지”라며 “실무진이 충분히 검토해 이번 협약 참여를 결정했을 것”이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 국내 풍력업체 대표는 이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외자 투입 시 통상 국산 기자재를 사용한 전례가 드물기 때문이다. 특히 외국계 투자사의 적극적인 참여와 달리 충분한 투자 여력을 가진 국내 기업·금융 기관은 소극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외국계 투자기업 관계자도 “통상 막대한 자금이 필요할 경우, 본사와 다수 해외 지사에서 자금을 수혈한다. 하지만 한국은 자체적으로 금융시장에서 자금 조달이 가능하다. 오히려 해외 프로젝트에 투자할 정도로 막대한 자금력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취재 과정에서 공공, 금융기관 관계자 모두 인지한 사실이다. 결국, 부유식 풍력발전에 대한 분석·평가에 따라 태도가 갈린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자칫 조선산업 활로 개척과 지역 인력·기업 활용(Local content) 등 경제효과를 내세운 정부와 지자체의 공언(公言)이 공언(空言)이 될 여지가 있을 수 있다는 게 제조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국산 풍력산업계 역시 부유식 해상풍력 시장 개화(改化) 시 어떤 전략을 구사할지 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 국내 부유식 해상풍력 플랜트 개발은 걸음마 단계로 볼 수 있다. 에너지기술평가원 R&D과제를 수행하고 있는 마스텍 중공업이 750kW 파일럿 플랜트를 오는 6월 실제 바다에 띄울 예정이다. 이와 함께 5㎿급 부유식 해상풍력 플랜트 개발 역시 함께 병행하는 등 대형화에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미라이(Mirai), 키주나(Kizuna), 하이윈드(Hywind), 윈드플로트(Wind Flote) 등이 상업 직전 단계 부유식 해상풍력 플랜트를 실증하는 만큼 5㎿보다 큰 7㎿ 이상 플랜트 개발 역시 서둘러야 한다는 견해도 나온다. 이와 관련 에기평은 국산 부유식 풍력기술 확보를 위해 2026년까지 5900억원 규모 부유식 해상풍력 실증 프로젝트에 대한 예비타당성 평가를 진행 중이다. 이미 기술성 평가를 완료했고, 오는 2월부터 6월까지 사업타당성 평가를 진행해 프로젝트 추진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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