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겨울이 되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행사가 있다. 연탄 배달 봉사활동이다. 지방자치단체, 기업, 프로야구단, 연예인 등이 연례행사처럼 얼굴에 까만 석탄재를 묻혀가며 어려운 소외 이웃에 대한 사랑과 관심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생활에 꼭 필요한 에너지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는 씁쓸함이 있다. 가장 싼 에너지인 연탄조차 타인의 동정심을 통해 얻어야 하는 서글픈 현실이다.
연탄을 배달하는 이들은 대대적으로 착한 마음을 홍보한다. 하지만 에너지 소외 이웃은 그들의 마음을 홍보하는 데 필요한 수단이 아니다.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의식주 가운데 주(住)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 이들을 동정심이라는 포장 아래 방치하는 것은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다. 심지어 연탄은 꽤 위험한 에너지기도 하다.
시대의 화두로 떠오른 에너지 공유경제의 도입을 진지하게 고민할 때다. 각 개인 혹은 가정에서 책임지던 에너지 마련 대책을 공유경제를 통해 해결하는 방법이다.
지난해 여름 대한민국에 유례없는 폭염이 찾아왔을 때 정부는 이를 재난으로 규정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전기요금 누진제를 완화하는 등의 대책 수립을 지시한 바 있다.
하지만 비싼 전기요금이 조금 저렴해진다고 해도 섣불리 에어컨을 틀지 못하는 이들이 존재했다. 어쩌면 이들은 집에 에어컨을 설치하지도 못해 선풍기 혹은 부채, 찬물로 견뎌야 했을지도 모른다.
이 같은 에너지 소외 이웃을 위해 제시된 방안이 공유경제다. 지자체의 유휴 실내 시설에 주민을 초청해 대형 냉방시설의 혜택을 접하도록 하는 아이디어다. 각 가정의 전기요금을 아낄 수 있어 우선 좋고 부가적으로 주민의 공동체 의식을 함양할 수도 있다는 제언이다.
이 같은 아이디어는 겨울철이라고 해서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학교 강당, 체육관 등을 따뜻하게 데우고 난방비가 아쉬운 주민이 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한다면 그것이 바로 공유경제와 진배없다.
혹시 ‘가난한 사람은 집에서 쉴 형편도 되지 말라는 것이냐’는 반론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혹한기 또는 혹서기 내내 공용 시설에서만 머물러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조금이라도 에너지 비용을 아끼는 데 공적인 비용을 투입하자는 제안이다.
단순히 몸을 뉠 공간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이곳에서 마음도 즐거워질 문화행사를 병행하면 어떨지 싶다. 공유경제는 많은 이들에게 생각보다 많은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