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으로 엇박자…국민세금만 까먹는 셈”
‘부실 대가족’ 광물공사 통합은 ‘자폭'

홍기표 한국광해관리공단 노조위원장(왼쪽)이 한국광물자원공사와의 통합에 반대하는 의미의 삭발식을 진행하고 있다.
홍기표 한국광해관리공단 노조위원장(왼쪽)이 한국광물자원공사와의 통합에 반대하는 의미의 삭발식을 진행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 시절 자원외교의 선봉장으로 자리매김했던 한국광물자원공사는 2019년 현재 자본잠식 상태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상황이다. 굳건할 것 같은 공기업의 지위도 ‘돈이 없는’ 상황에서는 풍전등화에 불과하다.

이 같은 광물공사 살리기의 방안으로 문재인 정부는 ‘한국광업공단’ 출범을 시도하고 있다. 이 새로운 이름의 공공기관이 새로 생기도록 하는 법안은 지난해 11월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의 이름으로 발의됐다. 앞서 지난해 3월 정부는 ‘광물공사 기능조정 세부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의 이 같은 움직임은 격렬한 반대에 부딪히고 있다. 광물공사를 한국광해관리공단과 통합해 광업공단을 신설하려는 정부·여당에 대해 광해공단 측이 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반대 여론은 현재진행형이다.

전기신문은 통합 반대론을 강력히 주장하는 광해공단 홍기표 노조위원장을 원주 본사에서 만나 반대 이유와 향후 활동 방향, 그리고 원주 지역 공공기관 분위기를 청취했다.

광물공사 통합 규탄 집회에서 눈물을 흘리는 광해공단 여성 직원
광물공사 통합 규탄 집회에서 눈물을 흘리는 광해공단 여성 직원

홍 위원장은 정부·여당의 양사(兩社) 통합 시도를 ‘자폭’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다른 기관도 마찬가지지만 통합되면 조직이든 인사든 별도로 운영될 수밖에 없다”며 “서로 다른 기관이 하나의 이름 아래 엇박자만 내면서 국민의 세금을 까먹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승진 T/O 몇 대 몇, 조직 몇 대 몇, 이런 식으로 한 지붕 두 가족의 형식으로 갈라놓은 뒤 몇 년간 교류 없이 어중간하게 갈 것이 뻔하기에 결코 용납할 수 없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 위원장은 광해공단과 광물공사의 업무 현실과 관련 “광물공사에서 나뉘어 있는 업무, 즉 인사 및 노무 등은 광해공단에서는 직원 한 명이 다 맡아서 하고 있다”며 “1인당 근무 강도가 차이가 상당할 뿐만 아니라 그쪽(광물공사)의 방만한 조직 운영 실태를 알 수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광물공사는 현재 광업공단 통합 과정에서 어떠한 목소리도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지난 6월 1일 김영민 사장이 퇴임한 이후 광물공사는 해가 넘어가는 기간에도 수장 공백 사태를 해결하지 못했다. 직원들의 사기도 상당히 저하돼 사실상 통합만 바라보고 있다는 전언이다.

하지만 인건비는 상당 수준으로 지출되고 있어 현실과는 괴리가 있다는 후문이다. 원주 지역 공공기관 소속 관계자는 “지역별 연봉 순위를 봤는데 광물공사가 강원도 3위더라”며 “1·2위는 지역의 전통 언론사고 3위가 광물공사였는데, 인건비가 한 달에 40억원가량 나간다고 하더라”고 귀띔했다.

광해공단 노조원들이 광물공사와의 통합에 반대하는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광해공단 노조원들이 광물공사와의 통합에 반대하는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광물공사의 이 같은 무기력한 행보에 지역 주민도 단단히 뿔이 난 모양새다. 지난해 3월 광해공단 노조가 양사 통합안을 의결하는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린 조달청 앞에서 항의 집회를 열었을 당시 폐광지역 주민이 동참한 바 있다.

홍 위원장은 “통합에 관한 일련의 상황에 대해 지역 주민도 많이 불편해한다”며 “우리가 폐광지역 7개 시군 주민과 접촉하면 ‘어떻게 돼가고 있냐’는 질문을 많이 하시는데 실제로 지역구 국회의원들도 많은 압박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대표적인 폐광 지역구 국회의원인 이철규 의원(자유한국당·강원 동해시삼척시)은 ‘내 임기 중에는 무조건 (통합은) 안 된다’는 입장을 강하게 피력하고 있다”며 “이 의원을 비롯해 ‘한국광업공단’ 법안소위에 소속된 장석춘(자유한국당·경북 구미시을)·조배숙(민주평화당·전북 익산시을) 의원 등도 통합 반대에 뜻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홍 위원장은 통합 그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지난해 3월에 통합 반대를 외쳤지만, 처음부터 통합을 완전히 반대한 것은 아니다”라며 “준비하고 통합을 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법안도 차근히 만들고 사업 거리도 차근히 만들어서 저쪽(광물공사)에서 정리할 건 정리하고 알짜배기만 가져와야 한다”며 “그래야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는 건데 한 사람이 할 일을 두 명씩 일하게 만들고,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나중에 정부에서 또 구조조정에 나설 것이 불 보듯 뻔하기에 우리는 반대를 강하게 외칠 수밖에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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