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을 파도 딴 우물도 파라’…3분기 실적, 다각화 판가름

롯데케미칼 여수 공장
롯데케미칼 여수 공장

석유화학 업계는 올해 다각화의 필요성을 뼈저리게 실감했을 것으로 보인다.

한 우물을 판 기업은 고배를 마셨다. 반면 여러 우물을 판 기업은 하나의 우물이 막혀도 다른 우물이 단물을 채워줬다.

롯데케미칼, 한화케미칼 등은 기초화학 일변도의 경영을 고수하다가 3분기 실적에서 쓴맛을 봤다. 반면 LG화학, 금호석유화학은 주력 분야에서의 부진을 다른 분야에서 만회하면서 같은 분기 만족스러운 성적표를 받아들였다.

‘과거의 영광이 반드시 현재의 행복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명제가 성립한 2018년이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2016년 유가 하락에 따른 스프레드(원료와 최종 제품의 가격 차이) 확대로 석유화학이 호황기에 접어들 당시 국내외 설비 확장 및 적극적인 M&A(인수합병) 등으로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한 바 있다.

한화케미칼도 같은 해 태양광 매출 증가 및 스프레드 확대의 수혜를 입어 행복한 한 해를 보냈다. PE(폴리에틸렌), PVC(폴리염화비닐), 가성소다(수산화나트륨), TDI(톨루엔 디이소시아네이트) 등 주력 제품 시장이 개선된 덕도 한 몫 봤다.

하지만 이 같은 현상은 불과 2년 만에 뒤집혔다. 한화케미칼 관계자는 “업황 앞에 장사 없다”며 “유화 업계는 국제유가 및 수요 변동에 따라 때로는 실적 악화를 눈뜨고 맞이해야 하는 숙명을 지니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교현 롯데그룹 화학 BU장도 지난 10월 31일 ‘화학산업의 날’ 행사에서 “좋았던 시절이 오히려 비정상”이라며 “사이클이 정점을 지나 완만하게 하강 곡선을 그릴 시기”라고 진단했다.

LG화학 리튬이온 폴리머 배터리
LG화학 리튬이온 폴리머 배터리

반면 다각화에 힘쓴 기업은 나빠진 업황을 극복하는 데 성공했다. 기초화학의 불황이 이들 기업이라고 피해갈 리가 없다. 하지만 LG화학과 금호석유화학은 각각 배터리와 페놀 유도체로 호성적을 맞이했다.

롯데케미칼과 함께 업계 수위를 다투는 LG화학은 전기자동차 시장 확대에 따른 배터리 수요 증가의 효과를 톡톡히 봤다. LG화학의 3분기 영업이익은 6024억원으로, 롯데케미칼의 5036억원을 1000억원 가까이 앞질렀다.

정호영 사장(CFO)은 “기초소재부문에서는 수익성 둔화가 예상된다”며 “고부가 제품 비중 확대 및 배터리 부문의 매출 성장 등을 통해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금호석유화학은 전통적 주력 사업군인 합성고무 영역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는 와중에서도 계열사인 금호피앤비화학의 페놀 유도체가 상당한 성과를 거둬 미소를 지었다.

3분기 페놀 유도체 사업 매출은 4536억원으로, 전체의 31.26%의 비중을 차지했다. 전년 같은 기간 기록인 2873억원과 비교하면 57.88%의 상승 폭을 기록했다.

2019년을 맞이하는 유화 업계는 다각화 전략에 매진할 전망이다.

허수영 롯데그룹 화학 BU장이 경영계에서 은퇴하면서 공석이 된 한국석유화학협회 회장 자리는 문동준 금호피앤비화학 사장이 앉는다. 다각화 공식이 업계 전반에 자리매김할 것으로 예측되는 대목이다.

롯데그룹은 김교현 롯데케미칼 대표이사 사장이 화학 BU장으로 영전하고, 그 자리를 임병연 롯데지주 가치경영실장이 채웠다. 그룹 차원에서 글로벌 화학 기업으로의 도약을 준비하면서도 M&A 전문가인 임병연 신임 사장의 지휘 아래 타 분야 DNA를 이식할 것으로 보인다.

LG화학은 3M 출신 ‘화학 비전문가’ 신학철 대표이사 부회장 내정자를 사령탑으로 세웠다. 71년 역사상 처음으로 외부에서 영입한 인물이다.

신학철호(號) LG화학의 진로는 ‘혁신’이다. 전기자동차 배터리, 차량 경량화 신소재, 정보전자소재 등에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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