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화학 경험 극소(極少)’ 신학철 사령탑 내정
롯데케미칼, M&A 전문가 영전…타 분야 인수합병 가속도
허수영 떠난 석유화학協 수장직, 금호피앤비화학 출신으로

신학철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 내정자
신학철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 내정자

화학 기업들이 연말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다각화 의지를 드러내는 모양새다. 기초화학 일변도에서 벗어나 다양한 소재를 다루는 ‘여러 우물 파기’ 전략으로 선회할 것으로 보인다.

LG화학은 이미 다각화를 통해 성공의 단맛을 봤다. 기초화학 분야의 업황 부진에도 불구하고 배터리 분야에서 막대한 이득을 취해 업계 수위를 다투는 롯데케미칼의 영업이익을 앞질렀다.

여기에 LG화학은 ‘화학 비전문가’를 사령탑으로 세우는 강수를 뒀다. 특히 71년 역사상 처음으로 외부에서 영입한 인물이다. 신학철 신임 대표이사 부회장 내정자가 그 주인공이다.

신 내정자는 서울대학교 기계공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1978년 풍산금속공업주식회사를 거쳐 1984년 한국쓰리엠에 입사했다. 소비자사업본부장, 필리핀 사장, 산업용 비즈니스 총괄 수석부사장, 해외사업부문 수석부회장 등을 역임한 만큼 화학과의 연결고리는 사실상 없다.

신 부회장의 영입으로 LG화학은 ‘혁신 드라이브’를 본격화할 전망이다. LG화학 관계자는 “이미 ‘다각화’를 기치로 건 만큼 신학철호(號) LG화학의 방향은 어느 정도 정해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2019년 LG화학은 첨단 소재 및 부품사업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전기자동차 배터리, 차량 경량화 신소재, 정보전자소재 등에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다.

물론 기초화학 분야를 소홀히 하는 것은 아니다. 이미 LG화학은 이달 초 전라남도, 여수시 등과 투자협약을 맺었다. 이 자리에는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직접 참석, 중요성을 만방에 과시했다.

임병연 신임 롯데케미칼 부사장
임병연 신임 롯데케미칼 부사장

롯데케미칼은 김교현 대표이사 사장이 그룹 화학 BU장으로 떠난 자리를 임병연 롯데지주 가치경영실장이 채우게 됐다. 임병연 신임 대표이사 부사장은 M&A(인수합병) 전문가다. 기초화학 분야의 몸집을 키우는 롯데케미칼이지만 M&A를 통해 타 분야 DNA 이식에 나설 것으로 예상하는 이유다.

임 부사장은 서울대학교 화학공학과 출신으로 롯데케미칼의 전신인 호남석유화학에 입사했다. 하지만 많은 경력을 화학 분야보다는 그룹 본사에서 보냈다. 정책본부 국제실, 미래전략센터장, 정책본부 비전전략실장 등을 거쳐 2017년부터 롯데지주 가치경영실장을 맡아왔다.

특히 임 부사장은 비전전략실 근무 시절 M&A에 전념했다. 롯데케미칼은 호남석유화학 시절 현대석유화학(2003년), KP케미칼(옛 고려합섬 유화사업부문)(2004년), 하오기술㈜(2008년), ㈜삼박, 삼박LFT㈜(이상 2009년), 데크항공㈜, 말레이시아 타이탄 케미컬(2010년) 등을 인수한 뒤 2012년 KP케미칼을 완전 합병하고 사명을 롯데케미칼로 바꿨다.

특히 2015년에는 삼성그룹 화학계열사를 인수했다. 삼성정밀화학은 롯데정밀화학으로, 삼성BP화학은 롯데BP화학으로, 삼성SDI 케미칼 부문은 롯데첨단소재로 변신했다.

역사 자체가 M&A인 롯데케미칼은 인수합병 전문가인 임 부사장이 사령탑에 오르면서 해당 행보에 더욱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글로벌 화학사로의 도약을 기치로 내세우고 있지만 다각화가 필요하다면 M&A를 통해 이를 이룰 것이라는 관측이다.

문동준 금호피앤비화학 사장
문동준 금호피앤비화학 사장

롯데그룹의 연말 정기인사는 한국석유화학협회에도 영향을 미쳤다. 롯데그룹 화학 BU장인 허수영 석유화학협회 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협회도 떠나게 됐다. 허 회장의 빈자리는 문동준 금호피앤비화학 사장이 채울 전망이다.

한국석유화학협회는 20일 롯데호텔 서울에서 제2회 이사회 및 1회 임시총회를 열고, 문 사장을 차기 석유화학협회장으로 선출했다.

금호피앤비화학은 올해 3분기 금호석유화학의 호성적에 일조한 이력이 있다. 전통 주력 분야인 합성고무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금호피앤비화학의 페놀유도체가 성공을 거둬 그룹 영업이익에 기여했다.

이 같은 경험을 쌓은 금호피앤비화학의 수장이 석유화학협회를 이끄는 만큼 화학 업계의 전반적인 운영 경향은 ‘다각화’에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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