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출신에 배경도 없었지만 천부적 재능과 감각으로 최고 자리 올라

내가 샤넬에 반하기 시작한 1995년 무렵은 샤넬에 대한 자료나 정보가 귀하던 시절이다. 우연히 책을 읽다가 샤넬이 파리 캉봉가 21번지 2층에서 일을 시작했다는 것을 발견하고 파리에 출장 간 김에 혼자 지도를 보고 찾아가 흥분하던 때가 생각이 난다. 그 때, 언젠가는 시간을 내 샤넬의 삶을 따라 가보는 여행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졌다. 이제야 비로소 자료를 뒤지고 여러가지 준비와 함께 긴 여정을 거쳐 이곳에 도착했다. 이런 것은 나의 장점이자 단점인 것 같기도하다. 뭔가 나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일이나 대상이 나타나면 언젠가는 결국 실천한다는 것 말이다.

내가 샤넬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그 때부터 항상 나를 따라다닌 미스터리는 가브리엘 샤넬이 시골 출신에 이렇다 할 배경도 없으면서 어떻게 그토록 짧은 시간에 그 많은 경쟁자를 물리치고 당당하게 올라설 수 있는 디자인과 제품을 생산할 수 있었을까 하는 것이다. 그것은 단지 멋진 디자인을 할 수 있는 재능만으로 해결 될수도, 뛰어난 감각만으로 풀 수 있는 그런 간단한 문제도 아니다. 최고급 제품을 디자인하고 제조할 수 있는 능력, 최고의 패션 감각을 수용해줄 귀족고객을 만나는 것 등 궁금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마침내 이번에 그 미스터리를 풀수 있었다. 에드몽드 샤를루의 책 ‘코코 샤넬’에서 답을 찾았다. 그 대목을 인용해본다.

에띠엔은 다시 한번 그녀에게 도움을 주었다. 그는 가브리엘에게 기술적인 도움을 받아보라고 충고를 해주었다. 그것도 빠른 시일 안에 말이다. 그래서 가브리엘은 자신보다 세 살 어린 젊은 여자. 뤼시엔 라바타를 만나게 되었다. 가브리엘에게 꼭 필요한 사람은 다른 사람 아닌 바로 뤼쉬엔이었다. 1909년에 르위스 상점에서 재봉 주임으로 일하고 있던 뤼쉬엔은 재능이 뛰어났다. 가브리엘은 뤼쉬엔의 집으로 달려갔다. 뤼쉬엔은 여배우와 화류계 여자 등을 이미 단골로 확보하고 있었다. 뤼쉬엔은 가브리엘의 제안에 동의했을 뿐 아니라 루위스상점을 나오면서 최고의 재봉사 두 명을 빼내 왔다. 이제 시작하기에 충분했다. 가브리엘은 앙투와네트도 불러서 손님들을 받게 했다.

이 대목을 읽는데 그동안 숙제처럼 머리에 담고 있던 답을 발견한 기분이 들었다. 마치 어디에서부터 시작해야 좋을지 모를 퍼즐의 한 조각에서 단서를 발견한 느낌이랄까? 사실 이번 일정을 준비하면서 가장 큰 숙제는 어느 정도의 예산 범위에서 여행할 것인가하는 것이었다. 결정하기가 쉽지 않았다. 평소에 하는 여행은 모든 것을 나의 사정과 상황에 맞추면 되니까 크게 고민할 것도 없고 내가 결정한 내용에 대해 최선의 선택인지 갈등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이번여행은 나의 상황이 기준이 되는 것이 아니라 가브리엘 샤넬의 수준에 내가 맞춰 체험하는, 그녀를 더 많이 알기 위한 여행이니까 말이다. 리츠호텔에서 최소한 1박이라도 하면서 가브리엘샤넬이 오르내렸던 발자취와 그 때의 기분을 끌어내 보고 싶었지만, 파리로 출발하기 훨씬 전부터 리츠호텔의 방값이 발목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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