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민경 슈나이더 일렉트릭 코리아 마케팅 본부장
갈민경 슈나이더 일렉트릭 코리아 마케팅 본부장

한국 제조업의 위기가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의 공장가동률이 72.8%로 1998년 외환위기 이래로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전문가들이 국내 제조업 위기의 원인으로 지목한 가장 큰 요인은 4차 산업혁명의 변화에 대응할만한 성장 잠재력이 감소했다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우리에게 선택이 아닌 숙명과도 같이 다가오고 있다.

영국의 저명한 미래 학자이자 소설가인 아서 클라크는 ‘충분히 발전한 기술은 마술과 구분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과학과 기술은 인류가 상상할 수 없는 한계 그 이상을 보여주고 있다. 인터넷 기술의 발전속도는 점진적이거나 단선적이지 않고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한다는 인터넷 경제의 3원칙 가운데 하나인 무어의 법칙을 떠올리게 한다.

이러한 폭발적인 성장은 인간의 경제 생활을 완전히 뒤바꾸어 놓았고, 철강, 석유화학, 자동차 등 제조업이 전세계 시장을 주도하던 시대에서 이제 구글, 아마존웹서비스, 알리바바와 같은 디지털 기업들이 시장의 혁신을 이끌고 있다.

그렇다면 제조업은 이 새로운 시대에 성장을 견인할 수 없는 것인가? 현재 프랑스, 독일, 미국 등 선진국의 제조업체들은 이미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기반으로 새로운 생태계를 구축, 선도적 위치를 점유하고 있다. 이들이 성공적으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이룰 수 있었던 까닭은 디지털 기술 그 자체보다 ‘패러다임의 전환’에 주목하고 마케팅, 기업 문화, 인재 육성까지 모든 분야의 체질 변화를 이루었기 때문이다.

정보화 혁명인 제3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물리적, 생물학적 경계가 무너지고 융합되는 혁명인 제4차 혁명의 근본적 차이는 바로 여기서 비롯된다. 현재 국내 제조업이 이 변혁의 물결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기업 자체의 DNA 역시 디지털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미다.

필자가 재직하고 있는 에너지 관리 및 자동화 전문 기업인 슈나이더 일렉트릭은 182년의 전통을 자랑한다. 슈나이더 일렉트릭의 모태는 철강·전기 등 전통적 제조업에서 비롯됐다.

슈나이더 일렉트릭은 시대 변화를 앞서 예측하고, 기업의 모든 요소를 디지털로 전환하는 과감한 투자를 단행했다. 따라서 IT와 OT의 융합을 기반으로 새로운 아키텍처 플랫폼인 에코스트럭처(EcoStruxure)를 세상에 내놓았다.

슈나이더 일렉트릭은 미래 비즈니스를 위한 변화에 그치지 않고, 기업의 DNA자체도 디지털 중심으로 전환하고 있다. 단순히 제품의 디지털화 및 이를 아우르는 소프트웨어에 집중한 것이 아니라 기업, 더 나아가 인류의 지속가능성이라는 목표를 위해 우리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자문하고 또 실행에 옮겼다.

B2B 기업이라는 고정화된 틀에 안주하지 않고, 고객의 디지털 행동 패턴에 주목해 소셜 미디어, 이커머스(e-commerce), 웹, 모바일 등 고객 개개인의 페르소나에 충실한 채널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고객 및 파트너와 상호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사이버 공간을 확대했다.

또한, 기업의 변화를 이끄는 것이 ‘사람’이라는 관점에서 디지털 역량 강화에 적합한 인재를 채용하고, 그러한 인재를 육성하는 데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슈나이더 일렉트릭은 소프트웨어 등 서비스 비즈니스가 전통적 하드웨어 비즈니스와 융합해 하나의 솔루션 시대가 올 것이라고 전망하고, 2002년부터 소프트웨어에 막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슈나이더 일렉트릭 본사의 약 4분의 1의 연구 개발 엔지니어가 소프트웨어 개발에 투입될 정도다.

니스의 폴리테크 대학교 등 세계적 대학과 산학협력 프로그램을 진행해 창의적이고 다양한 배경을 가진 인재의 성장을 지원한다.

변화의 과정은 힘들고 쉽지 않다. 전세계 100여개 국가에서 수많은 고객과 함께 성장하며 깨달은 점은 성공적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위해서는 기술을 넘어서 헌신적 리더십과 협업을 뿌리에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 인류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시대적 전환의 길에 들어섰다.

다행히도 이 길 위에서는 그 누구도 혼자일 수 없다. 새로운 전환에 완전히 적응하기 위해 서로를 보완하고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모두 한마음으로 협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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