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낀 전기를 되팔아 돈을 번다고?”

얼핏 대동강 물을 팔아 돈을 번 ‘봉이 김선달’ 이야기처럼 들린다. 유·무형의 재화나 서비스를 새로 창출하지 않고, 있는 것을 아껴 돈을 번다니 말이다. 이 때문에 전기 사용량을 줄여 돈을 버는 수요자원(Demand Response)거래시장은 2014년 11월 출범 당시부터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2019년 DR 시장은 5년 차에 들어선다. 5년간 수많은 논란과 비판에 휩싸였지만 DR은 이제 전력 서비스의 일부분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아시아 최초의 DR 시장으로서 8차 전력수급계획에 포함됐고, 표준형DR 시장이 성공하면서 중소형DR, 국민DR 등 시장의 범위 또한 넓어졌다.

소규모 전력중개사업과 VPP(Virtual Power Plant)에서도 DR 자원은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통신사, 전력 대기업들이 너도나도 DR 시장에 진출한 이유다.

DR 시장 5년을 맞아 DR 시장의 의미와 그동안 제기된 논란, 그리고 가치에 대해 되짚어본다.

▲아끼면 돈 된다? 아끼면 돈 번다!

‘아껴서 돈 버는’ DR 시장의 개념을 한 번에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DR 시장은 전문적인 전력거래 시스템이고, 감축 대상이 일반 대중이 아니다 보니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DR 시장은 자발적으로 아낀 전기를 되파는 ‘마켓’이다.

DR 시장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수요관리사업자’가 전기 소비를 아낄 여력이 있어 DR 시장에 참여 의사가 있는 고객사를 모집하고, 이를 전력거래소에 등록한다. 실제 자원을 운영하는 수요관리사업자는 2018년 12월 기준 총 25개사다.

수요관리사업자가 모집한 고객군을 ‘자원’이라고 하고 자원 용량이 클수록 보상을 많이 받을 수 있다. 수요관리사업자는 표준형DR은 최소 10MW 이상, 중소형 DR은 최소 2MW 이상의 자원을 모집해야 한다. 자원 모집 후 등록시험에 통과한 자원들만 수요 감축 발령 시 전기 사용을 줄이는 대상이 된다.

현재 수요거래시장에 등록된 자원은 4.14GW로, 원전 4기에 맞먹는 용량이다.

‘DR 시장’은 다시 신뢰성 DR과 경제성DR로 구분된다.

신뢰성DR은 피크감축DR이라고도 불리는데 여름과 겨울 전력사용량이 급증할 때 전력 사용을 줄이는 것이다. 전력 공급에 비상이 걸렸거나 목표수요를 초과했을 때 전력거래소는 계약한 용량만큼의 전기사용을 줄이라는 명령을 내릴 수 있다.

경제성DR은 매일매일 하루 전 시장에 줄일 수 있는 전력량을 입찰하고, 낙찰될 경우 전력사용을 줄이는 방식이다.

▲DR을 둘러싼 논란들

지난 국감 때 수요자원거래시장 참여자들에게 지급되는 기본정산금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 전력을 줄이지도 않았는데 받는 기본정산금을 과다하게 받아 세금이 낭비됐다는 지적이었다.

하지만 이는 전력시장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옳지 않은 지적임을 알 수 있다.

현행 전력시장은 공급 가능한 발전설비에 대해 실제 가동하지 않더라도 설비투자를 유인하고, 수급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용량요금(기본 정산금)을 지급하고 있다. 전력시장에서 발전설비 1kW 생산과 수요자원 1kW 감축은 동일한 가치를 갖기 때문에 기본정산금을 지급하는 것이다.

더불어 수요자원에 지급되는 기본정산금은 발전기 대비 53% 수준으로 동일용량의 발전기를 유지하는 것보다 경제적이다.

DR은 발전기를 짓지 않아도 수급을 맞출 수 있고, 동일용량 발전기 대비 기본정산금이 적기 때문에 세금을 낭비했다는 지적은 사실이 아니다.

또 지난겨울 DR 시장 수요감축발령이 10회 발생한 이후 DR은 줄곧 ‘탈원전’과 엮여 비판을 받았다.

국민DR 시범사업으로 적용범위가 넓어지긴 했지만 DR은 평시보다는 전력피크 기간에 진가를 발휘한다. 1년 8760시간 중 피크 기간은 60시간가량인데, 이때를 위해 발전소를 더 짓거나 발전량을 늘리기보다 수요를 조절해 수급을 맞춘다는 것이 수요자원거래의 골자다.

또 전력거래소는 DR 자원의 신뢰성을 높이고 발령기준을 추가했다. 산업부는 DR 발령 기준이었던 전력수요 8830만kWh와 예비율 10% 미만에 경제상황이라는 요소를 추가로 고려하겠다고 밝혔고, 그 결과 올여름 DR 발령은 한 번도 내려지지 않았다. DR 시장이 탈원전을 위해 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는 부분이다. 발령이 되레 줄었기 때문이다.

탈원전 정책과 상관없이 DR 시장의 신뢰도를 높이고 발령 요건을 철저히 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DR, 에너지신산업 위한 소중한 자원

DR은 에너지업계의 화두로 떠오르는 ‘에너지효율화’와 ‘전력중개시장’, 궁극적으로는 ‘가상발전소(VPP, Virtual Power Plant)’를 위한 기반이다. 한전경제경영연구원은 2026년 본격적인 DR 3.0 시대가 열릴 것으로 내다봤다.

DR 3.0 시대가 열리면 신재생전원 확대와 이로 인한 계통 혼잡관리를 위해 전기자동차, ESS 등 분산자원과 함께 수요자원을 운영할 수 있게 된다.

스마트가전, 전기자동차 등의 분산자원들을 ADR(Auto-DR)과 연계하고 보조·운영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특히 신재생전원의 출력 간헐성 보완수단으로 수요자원을 활용함으로써 첨두 발전원 운영 을 줄이고 온실가스를 저감하는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전경제경영연구원에 따르면 신재생전원 통합 수요반응의 글로벌 수익은 2017년 1억3210만달러에서 본격적으로 DR 3.0 시대가 도래할 2026년에는 13억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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