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거래 경영권 방어 목적 악용…“편법거래 금지하는 법률 만들어야”

금융위원회가 현대엘리베이터의 전환사채(CB) 거래를 법령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19일 논평을 통해 “현대엘리베이터의 CB거래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경영권 방어에 악용됐다”며 “사실상 불법과 다름없는 CB거래를 인정한 것은 금융당국의 직무유기”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경제개혁연대는 지난 6월 금융위에 현대엘리베이터 CB거래가 자본시장법을 위반했는지 유권해석을 요청했다.

이와 관련해 금융위는 “현행 자본시장법령은 전환사채 발행과 관련해 콜옵션 부여와 양도를 제한하는 별도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며 사실상 편법적 파생상품 거래를 용인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지난 2015년 11월 사모방식의 전환사채 2050억원어치를 제3자 배정방식으로 발행하고, 2017년 1월 사채의 약 40%(820억원)에 대해 매수청구권을 행사해 조기에 상환했다. 하지만 이를 소각하지 않고 현 회장과 현대글로벌에 약 76억원에 해당하는 매도청구권(옵션)만을 양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향후 현 회장과 현대글로벌이 CB에 대한 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경우 주가에 따라 이들의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율은 상승할 뿐만 아니라 시세차익까지 얻을 수 있다.

이와 관련 연대는 “이 거래를 통해 현 회장 등은 CB를 인수할 때의 1/10 미만 자금으로 경영권 위협에 대비할 수 있게 됐고, 향후 현대엘리베이터의 주가가 상승할 경우 콜옵션을 행사하여 시세차익까지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연대는 이 같은 계약이 현대엘리베이터의 경영권 강화를 위한 편법 수단이라고 지적했다.

연대는 “이번 계약은 법률을 우회해 전환사채를 발행하고 거래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이는 자본시장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분리형 신주인수권부사채(BW; Bond with Warrant)의 신주인수권(Warrant, 워런트)을 양도한 것과 동일한 효과인데도 불구하고 금융당국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는다면 사실상 직무유기나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같은 거래는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다”며 “금융위가 BW의 워런트를 양도하는 것과 동일한 방식의 거래를 인정하게 되면 자본시장을 교란시키는 꼴”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연대는 이 같은 편법거래를 금지하는 법안제정을 촉구했다.

연대는 “국회는 이번에 드러난 문제점을 탈법행위로 규정해 향후 금융당국이 적극적 제재를 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 줄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현대엘리베이터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5.78% 오른 9만5100원에 장을 마쳤다. 그동안 부담이었던 금융위의 조사 결과 위법성이 없다는 유권해석이 나오면서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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