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산 예고 직후 유가 상승률 1% 이상
對이란 제재 예외-유류세 인하 6개월 끝나면 ‘어쩌나’

중동발(發) 원유량(量) 감소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등에서 수출되는 원유량이 급격히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원유 수출량 감소가 예고되자마자 국제유가가 다시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12일(현지시간) 마켓워치에 따르면 이날 자정 현재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지난 9일 종가 대비 1.20%(0.72달러) 오른 배럴당 60.91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1월물 브렌트유는 전일 대비 1.65%(1.16달러) 오른 70.34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칼리드 알팔리 사우디 산업에너지 광물부(舊 석유부) 장관은 11일(현지시간) 다음 달부터 하루 50만 배럴의 원유를 감산하겠다고 밝혔다.

알팔리 장관은 이날 UAE(아랍에미리트) 수도 아부다비에서 열린 OPEC(석유수출국기구) 회원국과 10개 비회원 주요 산유국의 장관급 공동점검위원회(JMMC)에서 이 같이 밝히면서 “더 많은 원유 감산엔 아직 산유국들이 합의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사우디발(發) 원유 감산은 시작에 불과하다는 예고인 셈이다.

사우디 하루 평균 원유 생산량은 10월 기준 약 1070만 배럴이다.

알팔리 장관은 한 달 전만 해도 원유 증산을 언급한 바 있다. 그는 “사우디는 국제 원유 시장의 ‘충격흡수자’”라며 “원유 생산을 늘리겠다”고 했다.

이는 중동 지역의 대표적인 친미(親美) 국가라는 특성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중간 선거와 이란산 원유 수출 제재 복원을 앞두고 유가 상승 억제를 위해 사우디를 비롯한 OPEC에 증산을 압박했다.

유가가 오르면 중간 선거 득표에 불리한 데다 대(對)이란 제재에 대한 비판론까지 불거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같은 달 2일 사우디 왕실은 자국 출신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가 암살된 이후 왕실에 대한 국제 사회의 비판이 거세지자 증산 카드를 꺼냈다. 유가 상승을 유도해 국제 사회에 맞서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알팔리 장관은 이날 회의에서 “최근의 유가 급락은 놀라운 수준”이라며 “시장의 심리는 공급 부족을 걱정하는 데서 과잉공급을 우려하는 쪽으로 옮겨졌다”고 말해 사실상 유가 상승의 당위성을 역설했다.

또 이날 회의 전 무함마드 빈 하마드 알룸히 오만 석유장관은 기자들에게 “많은 산유국이 감산해야 한다고 공감한다”고 말했다.

수하일 마즈루에이 UAE 석유장관은 “다음 달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리는 장관급 회의에서 어떤 행동(감산)을 하자는 제안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란산(産) 원유 수출량도 대폭 줄었다. 11일 한국석유공사와 대한석유협회 등에 따르면 올해 한국의 이란산 원유 수입은 이달 현재 5820만 배럴로 지난해와 비교해 약 60% 줄었다. 또 4월에는 수입량이 1만 배럴을 넘었지만 지난 9월부터는 아예 없는 상황이다.

일단 한국은 이란산 원유수입 제재 대상국에서 빠졌다. 하지만 실제 수입량이 줄어들어 유가 상승을 고심해야 할 처지다.

한국은 대(對)이란 제재 예외국으로 인정받은 기간이 180일에 불과하다. 또 미국이 할당량을 제한해 기존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공교롭게도 정부가 지난 6일 내린 유류세 15% 인하 조치도 기간이 6개월이다. 유류세 인하 기간(6개월)과 대(對)이란 제재 예외국 인정 기간(180일)이 거의 엇비슷해 이 기간이 끝나면 소비자가 피부로 느끼는 기름값 대폭 인상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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