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3년 850개 주유소 ‘퇴출’…억대 폐업 비용에 업주 ‘먹튀’도
정부發 유류세 15% 인하안에 주유소 업계 ‘글쎄요’

전북 부안의 한 폐업 주유소
전북 부안의 한 폐업 주유소

문 닫는 주유소가 애물단지다. 자영업자의 서글픈 현실을 반영하는 사회상을 고스란히 드러냄과 동시에 환경오염의 온상, 불결한 외관 등 부정적인 요소를 다수 내포하기 때문이다.

31일 국회 정무위원회 김정훈 의원(자유한국당·부산 남구갑)이 한국석유관리원으로 제출받은 ‘전국 휴·폐업 주유소 현황’에 따르면 2015~2018년 기간 중 지난 7월 현재 폐업이 확정된 주유소는 850개다.

이중 시설이 완전히 철거된 주유소는 667개로 78.5%를 차지했지만 일부 철거된 주유소(111개·13.1%)와 시설물 방치 주유소(72개·8.4%)도 183개, 21.5%의 결코 낮지 않은 비중을 기록했다.

김 의원 측은 10월 11~18일 시설물 철거가 완전히 이뤄지지 않은 183개 주유소를 대상으로 토양오염도 조사, 위험물 용도 폐지 완료 조사 등을 해당 지방자치단체 및 소방청에 확인했다고 전했다. 토양오염도 조사는 토양환경보전법에, 위험물 용도 폐지 완료 조사는 위험물안전관리법에 각각 근거한다.

그 결과 토양오염을 방치하는 주유소는 27개, 위험물을 완전히 철거하지 않은 주유소는 81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의원은 “폐업 신고된 주유소 가운데 관련 법령상 토양오염도 조사 및 위험물 용도 폐지 없이 방치된 주유소가 108개나 된다는 것은 해당 시설물의 불법 행위 창구 사용 가능성, 저장탱크 잔존 유류 누출 또는 폭발사고 발생 우려 등을 감안할 때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대한민국에 마이카 시대가 본격적으로 도래한 1980년대 이후 주유소 경영은 부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했다. 고정 고객을 확보하기 쉽고, 이 고객들이 꾸준히 방문해 비용을 지불하기 때문이다.

또 주유소와 주유소 사이에 거리를 제한한 점도 안정적인 수익 창출에 일조했다.

하지만 1995년 주유소간 거리 제한이 사라져 주유소를 개업하는 데 걸림돌도 없어졌다. 본격적인 경쟁 논리가 적용된 것이다.

이에 주유소들은 무료 세차, 사은품 증정, 할인 혜택 제공 등으로 고객 유치에 사활을 걸었다. 하지만 이 같은 경쟁에서 도태된 주유소는 필연적으로 폐업할 수밖에 없었다.

업계에서는 오는 11월 6일부터 실시되는 유류세 15% 인하안도 주유소 경영난을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어렵다는 시선이 주를 이룬다.

서울 금천구 시흥동의 한 주유소 사장은 “기름값이 내려간다고 해도 어차피 세금이 내려가는 것이고, 지금까지 ‘울며 겨자 먹기’로 진행해온 이벤트를 없애면 안 좋은 소문만 퍼질 것”이라며 “어차피 6개월 안에 눈에 띄는 실적 개선이 벌어질 것이라는 예상은 하지 않고, 그저 있는 고객이나 뺏기지 말자는 심정으로 버티고 있다”고 업계 분위기를 전했다.

주유소가 폐업하기 위해서는 시설물을 철거하고, 토양 오염을 정화해야 한다. 하지만 이를 지키지 않는 업주가 많다. 이 비용만 1억5000만~2억 원이 들기 때문이다. ‘망해서 일을 접는데 이것까지 어떻게 감당하냐’는 심리라는 전언이다.

주유소가 방치되면 인근 주민의 안전을 담보하기 어렵다. 을씨년한 장소에서 피운 담배꽁초가 잔존 석유에 붙어 대형 참사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또 기름 관리가 사라지게 돼 부식한 탱크를 통해 흘러나가는 석유가 그대로 지하수로 흘러 들어갈 수 있다는 우려다.

김 의원은 국무조정실이 폐업 주유소 방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국무조정실이 주도해 폐업 주유소 신고 및 복원 관련 법률 소관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 행정안전부 등과 함께 전국적인 안전 진단을 실시하도록 하고, 폐업 신고 후 1년 이내 시설물 철거 및 토양 정화 등의 조치 의무화 및 정부가 폐업 비용을 지원 할 수 있도록 관련법 개정을 논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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