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하고 장식적 디자인도 중요하지만
심리・기능적으로 적합한 빛 구현에 최선”

“빛은 사람과 사람, 사람과 공간, 공간과 공간 등 다양한 측면에서 상호이해가 필요합니다. 이를 정확히 인지하고 심리·기능적으로 적합한 빛 환경을 구현해내는 것이 조명디자이너들의 전문성이죠. 화려하고 장식적인 디자인도 중요하지만, 편안하면서도 효율적인 빛 환경을 만드는 것이 우선시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상규 라이팅스튜디오 사드(SAAD) 소장<사진>은 조명의 화려함보다는 조화를 중시하는 디자이너다. 김 소장의 작품을 면밀히 살펴보면 밝음과 어두움의 적절한 배치, 자연광과 인공조명의 어울림 등을 강조하는 부분이 눈에 띈다.

“저를 비롯한 사드 스텝들은 매우 다양한 전공을 갖고 있습니다. 조명디자인뿐만 아니라 건축 인테리어, 환경공학, 회화와 조각 등 인간이 삶을 살아가는 모든 공간에 필요한 부분을 전문적 측면에서 바라보죠. 하지만 공통의 가치인 ‘조화’에 대해서는 모두 같은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빛과 사람, 공간은 서로 별개가 아닌 통합적인 시각에서 바라봐야 올바른 빛 환경을 구현해낼 수 있기 때문이죠.”

일반적으로 발주처에서는 어디를 밝힐 것인가에 대해 관심을 갖는다. 하지만 김 소장은 밝히는 것에 국한하지 않고, 어떤 공간을 어둡게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자문한 다음 계획을 수립하고 발주처를 설득한다고 설명했다.

“빌딩주나 발주처의 요구들은 대부분 상징적인 야간경관을 형성하거나 그 지역의 랜드마크가 되도록 조명을 교체해달라고 요구합니다. 실제로 이런 표현들은 경관조명의 계획단계에 자주 등장하는 단어죠. 하지만 건축물 하나의 정체성(Identity)을 부각시키기보다는 이웃과 어울리는 야간경관을 형성할 수 있도록 발주처를 설득시키면서 설계를 하는 것이 조명디자이너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디자인은 취향이 아닌 처방이라는 책임감으로 도시 전체가 아름답고 조화롭게 비춰져야하기 때문이죠. 조명디자이너로서 사명감이 없다면 한 건축물이 빛날 수는 있겠지만 도시 전체가 아름답지는 못할 것입니다.”

그는 최근 장기간 공을 들여온 성심원 프로젝트를 끝마쳤다. 지난해 인터뷰 당시만 하더라도 시공 단계였지만 최근 마무리하며 사드의 대표적인 프로젝트로 자리매김했다.

용인에 위치한 이 복지시설은 해방 이후 한국전쟁을 거치며 부모를 잃은 아이들을 신부님이 보살펴준 오래된 삶의 터전이다.

종교시설이자 복지시설이라는 특징이 있기 때문에 조명의 밝음과 어둠을 적절히 배치했다.

“성심원을 관통하는 단어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차분함을 유지한다는 ‘침잠(沈潛)’입니다. 어둠속에서도 편안함을, 화려하지는 않지만 빛날 수 있다는 철학을 녹여냈죠. 또 빛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디밍제어장치도 활용했습니다. 미사에서 말씀을 듣는 공간, 2박3일 불을 끄고 기도하는 공간, 수녀님의 활동 공간 등 사용방법이 다양했기 때문에 이에 맞춰 조명시스템을 접목시켰습니다.”

그는 욕심을 부리기보다 지금처럼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하며 역량을 발휘할 기회를 노리겠다고 말했다. 또 정부와 지자체, 학계 등이 모두 편안하고 아름다운 빛 환경을 위해 관심을 가져달라는 바람도 전했다.

“시민들도 야간환경이 개선되고 질서를 갖춰가는 모습이 보여진다면 조명디자인에 좀 더 관심을 갖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하는 일이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고 활성화된다면 그보다 더 큰 기쁨이 있을까요.”

라이팅스튜디오 사드에서 설계한 성심원 내부.
라이팅스튜디오 사드에서 설계한 성심원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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