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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양호 교수의 월요객석) 전기와 여름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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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양호 고려대 교수(전 조달청장)
얼마 전 8월분 전기요금 통지서를 받았다. 평소의 세배 정도의 요금이 나왔다. 되돌아보면 정말 무더운 여름이었다. 하루하루를 정상적으로 살았다기보다는 생존한다는 느낌으로 보냈다. 없는 사람은 겨울나기보다 여름나기가 쉽다는 말이 이제는 사실이 아닌 모양이다.
고 신영복님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에 소개된 여름 징역살이의 어려움을 설명하는 내용이 생각난다. 여름 징역은 그 열 가지 장점에도 불구하고 결정적 단점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좁은 공간에서 모로 누워있는 옆 사람을 단지 37도의 열 덩어리로만 여겨 결국 그를 증오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지난 여름 무더위 속 대중교통 안이나 야외에서의 우리 일상은 감옥생활과 다름없었다. 이젠 무더위가 생존 문제이자 인간 존엄 문제가 되어버렸다.
그래도 사람들이 이번 여름을 무탈하게 보낼 수 있었던 것은 한마디로 전기 덕분이다. 선풍기와 에어컨이 없었다면 우린 계속되는 열대야를 견디지 못했고, 근무시간에 정상적으로 업무를 수행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비록 방학 기간이었지만 더위를 피해 에어컨이 있는 사무실로 매일 출근한 것은 비단 필자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이런 더위에도 선풍기 하나에 의지해 여름을 난 분들도 많다. 다행히 에어컨이 있는 가정이더라도 전기요금은 부담이 됐을 것이다. 여름 동안 전력수요가 늘어나고 과부하가 걸려 곳곳에서 정전사고도 발생했다. 비교적 풍부하게 유지하고 있었던 전력예비율도 한자리로 떨어졌다. 이번 무더위를 계기로 우리의 전기사용 현실을 되돌아보면서 대비를 해나가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첫째로 전력수급 문제를 기본으로 돌아가 점검할 필요가 있다. 먼저 일상화돼 버린 이상기온에 대한 대응이 충분한지를 원점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난해 수립된 8차 전력수급계획은 환경과 국민안전에 초점을 둔 에너지 전환정책을 추구하고 있다. 원자력과 석탄발전의 비중은 줄이고 신재생과 LNG 발전을 늘리자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올바른 방향이지만 전환속도가 전력수급상 문제를 초래하지 않는지를 먼저 짚어보아야 한다. 2030년까지 신재생발전 비중을 20%까지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광범위한 규제 완화와 민원해소를 위한 획기적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한 전력예비율도 적정한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혹서기에 전력 부족 사태가 발생한다면 이는 국민 생활의 불편을 넘어 생존권을 위협하는 사태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는 전기절약과 효율의 문제다. 에너지를 대부분 수입해야 하는 우리 처지에서는 최대한 절약하고 에너지 사용의 효율을 높여야 함은 자명하다. 이것은 발전소 건설에 앞서 고민돼야 할 문제다. 흔히 에너지 절약이라고 하면 ’한 집 한 등 끄기 운동‘ 이나 ’문 열고 에어컨 가동중단‘하기 등을 떠올린다. 필자는 이젠 좀 더 넓은 차원에서 절약과 효율 향상 운동을 전개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부문별 전력 소비는 산업용 55%, 상업용 32%, 가정용이 13% 차지한다. 이제 에너지 절약의 초점은 산업용과 상업용에 둬야 한다. 그 방법은 산업현장과 상업 부문에 지능형 에너지 관리시스템(EMS)을 도입해 현재의 비효율적인 전기사용을 효율화해 나가는 것이다. 아무도 이용하고 있지 않은 지하철 에스컬레이터가 혼자서 돌아가는 것과 같은 공공부문의 낭비도 시정돼야 한다. 공장의 스마트화나 공공부문에서의 자동제어시스템을 통한 에너지 효율화는 4차산업혁명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전제조건이기도 하다. 신재생 에너지 발전을 늘리면서 동시에 에너지 저장장치(ESS)와 에너지 관리시스템(EMS)을 확산시킨다면 에너지 절약과 효율 향상은 물론 우리 경제의 최대 숙원인 일자리 창출이라는 토끼도 함께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에너지 복지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젠 적절한 용량의 전기사용은 생존의 문제이자 존엄의 문제가 됐다. 여름나기가 겨울나기보다 쉽다는 전제하에 마련된 제도는 재고해 보아야 한다. 일례로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 빈곤층을 지원하기 위한 ’에너지 바우처 제도‘는 겨울나기 지원을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다. 이젠 여름철 지원문제도 함께 고려할 때로 보인다. 지방정부나 시민단체도 에너지 빈곤층 지원을 위한 다양한 모금 활동을 사회적 운동 차원에서 전개하면 좋겠다. 여기에 에너지 빈곤층에 대한 기부금은 정치후원금과 같이 10만원 범위 내에서 전액 세액공제를 해주는 등의 지원제도를 도입하면 어떨까? 지금보다 시원한 여름과 따뜻한 겨울을 함께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작성 : 2018년 10월 10일(수) 10:33
게시 : 2018년 10월 12일(금) 16:24


정양호 고려대 교수(전 조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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