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소비자연맹, 소비자 509명 대상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인식조사 실시
폐지어렵다면 여름·겨울철 적용 제외해야 54.2%...67% 누진제 폐지돼도 사용량 변화 없어

우리나라 소비자 10명 중 8명은 가정용에만 적용되고 있는 전기요금누진제 완전폐지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소비자연맹(회장 강정화)이 9일부터 13일까지 닷새간 소비자 509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80.7%(411명)가 가정용 전기요금누진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12.8%(65명)만이 전기요금누진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올여름 최악의 폭염으로 에어컨 등 냉방용품 사용이 늘면서 가정마다 전기요금 폭탄을 맞을까 두려워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지난 7일 폭염을 특별 재난으로 선포하고 7, 8월 두 달간 한시적인 누진제 완화를 내세운 전기요금 지원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실제 차감되는 전기요금은 가구당 많아야 2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주택용 전기요금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더욱 커지고 있다.

전력사용량 대부분을 차지하는 산업용과 일반용을 제외하고 13%에 불과한 주택용 전기요금에만 누진제가 적용된다는 사실에 분노한 소비자들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누진제폐지를 주장하는 청원이 2010여건에 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설문조사에서도 이러한 국민적 인식이 그대로 반영됐다. 80.7%(411명)가 가정용 전기요금누진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응답했으며,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은 12.8%(65명)에 그쳤다.

전기요금누진제가 전기 사용량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는지에 대해서도 32.4%(165명)만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응답했고, 60.7%(309명)는 효과가 없다고 답했다.

전기요금누진제를 통해 ‘전기요금 절약’이라는 정책적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도 13.7%(70명)만이 합리적이라고 답했고, 79.6%(405명)는 합리적이지 않다고 응답했다.

전기요금누진제가 폐지됐을 때 전력량 사용의 변화에 대해서도 67.0%(341명)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했고, 25.6%(130명)는 사용량이 증가할 것이라고 답했다.

주택용 전기요금누진제가 폐지돼 전력량요금이 일부 조정(인상)된다고 가정했을 때 소비자가 수용할 수 있는 요금제는 현행 1구간과 2구간의 중간값인 140원이 53.4%로 가장 높았으며, 그 뒤를 이어 170원(현행 2구간보다 약간 낮은 요금)이 29.9%였다.

주택용 전기요금누진제 폐지를 제외한 누진제 개선 방안에 대해서는 ▲전력소비가 많은 여름(7~8월) 또는 겨울 (12~1월) 전력요금 누진제 적용을 제외하자는 의견이 54.2%(276명)로 가장 많았다.

그 뒤를 이어 ▲누진제 적용구간의 전력량요금 차이를 작게 조정(3배 차이를 2배 내지 1.5배로 조정)하자 18.9%(96명) ▲현재 가장 낮은 적용구간 기준 확대 (200kWh가 아닌 250kWh나 300kWh로 확대) 13.6%(69명) ▲여름(7~9월) 한시적으로 누진제 적용구간 100kWh씩 확대해 적용 9.4%(48명) 순이었다.

올여름 정부의 전기요금 한시적 대책에 대한 만족도는 불만이라는 응답이 58.8%로, 만족이라는 응답(15.3%)의 2배를 넘어섰다.

한편 한국소비자연맹 소비자공익소송센터는 가정용 전기요금누진제가 전기사업법상 이용요금을 부당하게 산정하고 있고, 정당한 사유 없이 전기 사용자를 차별해 소비자에게 불이익을 주고 있다고 판단해 지난 2016년 10월 14일 한국전력을 대상으로 광주지방법원에 주택용 전력에 대해서만 부과하고 있는 전기요금누진제에 대해 중지 및 금지를 청구하는 소비자 단체소송을 제기했으며, 현재 1심이 진행 중이다.

현행 전기사업법에서는 비용이나 수익을 부당하게 분류해 전기요금이나 송전용 또는 배전용 전기설비의 이용 요금을 부당하게 산정하는 행위와 정당한 이유 없이 전기사용자를 차별해 전기 사용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음에도 누진제를 통한 전기요금 산정에 어떠한 합리적인 설명도 없이 한국전력이 단지 주택용 전력에 한해 에너지 절약과 저소득층 보호라는 명분으로 누진제에 의해 전기요금을 산정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이다.

한국소비자연맹 측은 “2016년에 이어 올해도 정부는 한시적 대안으로 불만을 잠재우려하지만 이러한 땜질식 대책으로는 지구온난화 등으로 변화하고 있는 기후환경을 제대로 반영할 수 없다”며 “이제 가정용에만 징벌적으로 부과돼 이용자 차별을 하고 있는 전기요금 누진제의 폐지를 검토할 시기이며, 소비자가 사용한 만큼 적절하게 사용요금을 낼 수 있는 전기요금체계 개편이 시급히 필요하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