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원자력업계의 에너지전환정책 흔들기, 도를 넘었다-에너지전환포럼 전문가 기자간담회에서 각 분야 전문가들이 발언을 하고 있다.
21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원자력업계의 에너지전환정책 흔들기, 도를 넘었다-에너지전환포럼 전문가 기자간담회에서 각 분야 전문가들이 발언을 하고 있다.

에너지 전문가들이 재생에너지와 관련한 오해를 풀고 탈원전 정책이 과장· 확대 해석된 것에 대해 해명하기 위해 나섰다. 국민들에게 에너지전환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번지는 것을 막고 객관적인 정보를 전달한다는 취지다.

21일 에너지전환포럼은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원전의 경제성 약화와 재생에너지의 역할, 탈원전과 전기요금에 얽힌 오해 등을 설명했다.

◆ 원전 경제성 낮아져 점차 감소 추세

이날 모인 전문가들은 재생에너지는 계속해서 발전단가가 낮아지지만, 원전은 그렇지 않아 경쟁력을 잃고 있는 상황이라고 입을 모아 말했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최근 한전의 영국 원전 수출이 삐걱거리면서 정부의 탈원전정책 때문이라는 보도들이 많지만, 영국 뉴젠 원전프로젝트가 사업자를 구하기 어려운 근본적인 이유는 수익성 확보라는 난제 때문”이라고 말했다. 경쟁 발전원인 해상풍력의 발전단가가 원전보다 낮아지면서 신설 원전에 대해 전력구매계약 단가의 인하를 정치권에서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연구위원은 “뉴젠 프로젝트는 과거 UAE처럼 건설만 해서 넘겨주는 것이 아니라 35년간 운영을 해야 하기 때문에 전력구매단가 인하는 대규모 손실을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양이원영 에너지전환포럼 사무처장 역시 세계적으로 원전산업이 사양화되는 이유를 ‘경제성이 없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사업자들이 원전을 추가로 건설하지 않거나 조기폐쇄하는 것은 원전보다 더 이익이 되는 다른 발전원에 투자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양 사무처장은 “원전이 경제성이 없는 이유는 안전 규제가 강화되는 추세이기 때문이며,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경험하면서 규제가 강화되고 이용률 역시 자연히 낮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 에너지믹스의 중심 재생에너지로 이동

전영환 홍익대 전기공학부 교수는 “에너지 믹스에서 발생하는 오해 중 하나가 원전이나 석탄과 같은 기저전원을 확보해야 에너지 공급의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하는 점”이라며 “8차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2031년까지의 설비계획을 따져보면 2030년 태양광과 풍력 발전설비용량이 58.5GW까지 늘면서 원전이 출력을 다 낼 수 없는 상황이 올 것”이고 말했다.

지금까지는 원전과 석탄이 기저발전으로 역할을 하면서 연중 상시 가동됐지만, 미래에는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지면서 수력과 양수, 가스 발전기와 같은 유연성 발전기 출력을 이용해 전력을 공급하므로 경직성 전원인 원전 운영엔 한계가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게다가 8차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원전 설비용량은 2017년(22.5GW) 대비 2030년(20.4GW) 2.1GW 규모 감소에 그치지만 태양광·풍력은 같은 기간 11.3GW에서 58.5GW로 크게 늘어난다.

◆ 한전 적자는 ‘탈원전’ 때문아냐

한전 적자의 주요 원인은 원전과 관련 없이 전기요금 체계에 있다는 분석이 이어졌다.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연료비 원가가 요금에 반영되지 않으면서 고유가가 지속되면서 연료비가 올라갈 경우 한전이 이를 그대로 적자로 떠안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석광훈 에너지시민연대 정책위원은 “최근 원자력계가 한전의 8000억원대 영업적자와 정부의 전기요금 누진제 유지가 탈원전 때문인 것으로 주장하고 있다”며 “그러나 문제의 핵심은 석탄, 가스 등 연료 가격 상승에도 원가의 전기요금 반영을 막는 정부 규제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이명박 정부가 고유가에 대비하기 위해 원전 확대를 선택하면서 정비기간 단축·건너뛰기 등 무리한 원전가동으로 94%의 기록적인 원전이용률을 유지했지만 한전의 적자는 심각했다”고 지적했다. 한전은 2008년, 2011년 각각 2조 8000억원, 1조원가량의 영업 적자를 기록했다. 원전 가동을 많이 하더라도 다른 화석 연료의 가격이 올랐기 때문에 이를 반영한 원가가 요금제에 반영돼야 했지만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다.

석 정책위원은 최근 한전의 적자 역시 고유가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고유가는 석탄과 같은 연료비의 원가도 오르게 하는데, 이 같은 원가 인상이 전력요금에 반영되지 않으면서 한전이 손실을 안게 됐다는 것이다. 그는 “올해 4월부터 배럴당 70달러가 넘는 고유가가 이어지면서 유연탄 구입 비용이 전년 동기보다 28% 인상됐고, 한전 발전자회사 연료비 부담은 2조원가량(26.7%) 증가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석 연구위원은 탈원전이냐 아니냐를 두고 둘러싼 논쟁을 벌이기 이전에 발전연료비 연동제를 하루 빨리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2010년 정부고시에 도입된 발전연료비 연동제가 지금까지 시행되고 있지 않다”며 “가격의 수요공급조절기능은 모든 시장의 기본 토대임에도 전기요금만 정부가 지지율 관리를 위해 통제할 경우 소비자들이나 납세자들이 나중에 훨씬 큰 비용을 치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에너지전환포럼은 원자력과 화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체계가 미래세대와 지구환경에 끼치는 영향을 인식, 에너지절약과 효율향상,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에너지체계를 전환함을 목적으로 하는 공익법인으로 관련 전문가, 시민단체, 기업, 정치인 등이 참여하고 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는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 전영환 홍익대 전기공학부 교수, 이성호 세종대기후변화센터 연구위원, 석광훈 에너지시민연대 정책위원, 차문환 한화솔라파워 대표, 김주진 기후솔루션 대표, 양이원영 에너지전환포럼 사무처장 등 전문가들이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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