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만 되면 누진제는 국민들의 공분 대상이 된다. 2년전 누진제를 개선해 누진율을 대폭 완화했지만, 국민들은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올 여름 유례 없는 폭염으로 인해 누진제에 대한 불만은 폭발했고, 이참에 누진제를 포함해 전기요금제도 전반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광수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과 홍준희 가천대학교 교수 등 두 전문가의 대담을 통해 전기요금 개선 방향에 대해 들어 봤다.

■ 일시 : 2018년 8월 20일

■ 장소 :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전력기반센터 소회의실

■ 참석자

사 회 유희덕 본지 부국장

박광수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홍준희 가천대학교 교수

정 리 조재학 본지 기자

▲사회= 현재 전기요금 제도에 대한 평가와 장단점은.

▲박광수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하 박)= 전기요금제도는 일반적인 것으로 우리나라만 별난 전기요금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장단점을 한 마디로 정리하기는 어렵지만 장점은 별로 없는 것 같다.

▲홍준희 가천대학교 교수(이하 홍)= 우선 누진제와 관련해 국민들은 요금의 많고 적음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 합리적인 제도인지 여부는 다른 관점이다. 제도의 합리성을 따지면, 누진제를 개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계절에 따른 요금의 변화가 문제라면 누진제 폐지가 아닌 보완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누진제는 단점보다는 장점이 많은 제도다. 지구온난화, 미세먼지, 화석연료(자원)의 유한성 등을 고려할 때 누진제만한 것이 없다.

그런데 전문가들 사이에서 이상한 점이 하나 눈에 띈다. 누진제 도입 취지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합리성을 따지는 것은 옳지 않다. 현재의 시대정신이 중요하다. 정치사회적, 경제성, 에너지 수급, 에너지 안보 등의 관점에서 다시 해석을 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국민들이 올바른 비판이 가능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시류에 편승하는 것 같아 아쉽다.

▲사회= 누진제가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누진제를 둘러싼 근본적인 불만은 뭔가.

▲박= 누진제는 장단이 있는 제도이다. 그럼에도 누진제 개편의 필요성이 제기된 이유는 우리나라 누진제가 과도하는 데에 있다. 누진제를 시행하는 다른 나라의 경우 누진단계나 누진율이 우리나라와 비교해 낮은 수준이다. 2016년 주택용 전기요금에 대한 누진제를 6단계 11.7배에서 3단계 3배로 개선했지만, 현 수준도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누진제를 운영할 때 누진구간과 구간별 요금 수준이 중요하다. 올해 폭염으로 누진제에 대한 불만이 커졌지만, 폭염이 아니더라도 누진제는 개선할 점이 많은 것으로 판단된다.

또 전기 공급을 공기업인 한국전력이 담당하는 것도 누진제에 대한 불만의 원인 중 하나로 본다. 예를 들어 이상한파가 아니더라도 난방비가 냉방비보다 더 많이 크지만, 국민들은 전기요금에 더 민간하게 반응한다. 국민들은 공기업이 누진제로 거둬들이는 수익으로 고임금을 받아간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한전은 주택용 전기를 팔수록 손해를 보고 있다. 잘못된 정보가 시중에 유통돼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홍= 누진제는 누진율의 적정성, 구간폭의 적정성, 시대정신과의 부합성을 따져봐야 한다. 누진제 1단계 구간은 할인혜택을 받고, 2단계 구간은 평균 원가 수준이다. 3단계는 50% 할증을 부과한다. 따라서 우리나라 누진제의 정확한 누진율은 50% 할증이다. 할인율에 3배라는 주장은 국민들의 분노를 촉발시킬 뿐이다.

신자유주의 경제학자들조차도 통신, 수도, 에너지 등 네트워크 서비스(망 서비스)의 재화는 일반 재화와 다른 특성을 가진다고 한다. 평균 소비자보다 대량으로 재화를 소비하는 구매자는 설비 증설을 촉발해 원가를 증가시킨다. 누진제가 없다면 평균보다 더 소비하는 사람들은 교차 보조를 받는다. 때문에 대량 소비자에게 누진 청구를 하는 것은 옳다.

국민들이 주택용 요금을 산업용 경부하 요금과 비교해 불만이 커졌다. 일종의 권리라 할 수 있는 에너지 소비에서 공평성과 형평성의 문제가 발생했고, 누진제가 국민들의 집단행동을 촉발한 것 같다.

▲사회= 폐지와 한시적 완화의 목소리가 있다. 올바른 누진제도의 방향은.

▲박= 올바른 요금체계는 재화의 생산비용을 적정하게 지불하는 가격구조를 설계하는 데에 있다. 현 주택용 누진제는 개선해야 한다. 가스요금은 누진제가 아니고, 용도 간 요금차이도 적기 때문에 난방비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적다. 전기요금은 산업용 경부하 요금보다 주택용 요금이 더 비싸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큰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주택용 요금은 기본요금 비중이 7~8%로 굉장히 낮다. 우리나라 전체 전기요금의 평균 기본요금 비중은 20% 정도이다. 산업용과 교육용도 30% 내외이다. 주택용 전기요금은 전력 사용량 요금이 굉장히 높고, 다른 전기요금은 기본요금이 높다. 이 부분을 조정한다면 주택용 전기요금과 산업용 전기요금 간 전력 사용량 요금의 차이를 개선할 수 있다.

▲홍= 전기 산업은 네트워크 서비스이므로 대량 소비자에게 할증을 부과하는 누진제가 자연스럽게 나타났다. 현재 구간별 가구 수를 살펴보면 1단계는 970만 가구, 2단계는 1280만 가구, 3단계는 147만 가구이다. 1단계에 머무르는 1인 가구를 사회적 연대가 부족한 취약계층으로 바라본다면, 에너지 보조가 필요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OECD랑 비교해 고밀도 주거지 형태이며 지중화율은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다. 설비투자가 절반 이하로, 주택용 전기의 공급원가는 낮게 설정돼 있다. 전력거래소 내부 자료를 보면 주택용의 공급 원가는 산업용보다 낮지 않다. 현 200kW인 누진폭을 300kW나 400kW로 늘리더라도 누진제는 해야 한다.

▲박= 누진제는 장점이 있긴 하지만, 지금과 같은 과도한 수준은 아니다. 어느 정도 수준으로 낮춰야 할지는 좀 더 검토가 필요하다. 국민 수용성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지난 2016년 누진제 개편에서 전기 요금 사용량이 많은 위 구간의 요금을 낮춰서 조정했다. 아래 구간의 요금을 높이고, 위 구간의 요금은 낮추는 등 전반적인 요금수준을 올리는 방향으로 요금 조정이 필요했다.

▲홍= 제도는 평상시를 기준으로 설계해야 한다. 폭염·한파는 불확실성(리스크)이다. 위험을 분산하기 위해서는 헷지(hedge)가 필요하다. 보험이 대표적이다. 폭염과 한파 등을 대비해 전기 보험 제도 도입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폭염·한파 등과 같은 재난 상황을 이겨내는 근본적인 수단이 에너지다. 가령 매월 1000원을 더 내면, 폭염·한파에서 전기요금을 대폭 낮춰 주는 것이다. 누진제가 평시적인 제도라면, 전기보험은 재난을 대비한 제도이다.

▲사회= 솔솔 나오는 얘기가 산업용 경부하 요금 인상인데, 이에 대한 견해는. 또 정부와 정치권은 이참에 전기요금 제도 전반에 대한 검토 목소리도 내고 있다. 요금 중에서 각자가 보시기에 가장 시급하게 개선할 점은.

▲박= 공급 구조 등을 고려할 때 경부하 요금이 너무 낮은 것은 사실이지만, 경부하 요금만 올리는 것은 문제이다. 산업 부문의 원가 회수율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원가 회수율이 100을 넘어가는 수준이라면 경부하 요금 인상은 산업용에서 초과이익을 가져가게 되므로 바람직하지 않다. 동시에 최대부하 요금을 조정해야 한다. 이는 부하이전을 야기해 전력피크에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검토가 필요하다. 단순히 경부하 요금이 낮다고 해서 경부하 요금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홍= 자동화 설비를 갖춰 심야 작업이 가능한 대기업 공장이 경부하 요금 혜택을 가져가고 있다. 산업 그룹 내에서 자본 역량이 충분한 기업이 높은 할인율을 누린다. 경부하 요금은 높일 필요가 있다.

부하이전은 우려할 필요가 없을 수 있다. 지난달 피크 때에도 재생에너지의 피크기여도를 확인할 수 있었다. 경부하 요금 인상을 통해 얻은 재원을 재생에너지 투자하면 국가 전체적으로 합리적인 에너지 믹스를 가져갈 수 있다.

▲박= 재생에너지 투자 확대를 반대하진 않지만, 일기에 영향을 많이 받아 피크 기여도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공급의 영역인 재생에너지 설비 확충은 수요 측면인 부하이전과 무관하다.

공개된 자료가 많지 않지만, 경부하 시간 대에서 전력을 소비하는 기업은 철강산업이 많고, 석유화학 산업은 특별히 소비가 많지 않다. 자동차 제조업도 주간에 전력 소비를 많이 한다. 또 경부하 시간 대에서 대기업의 소비 비중이 높지만, 중소기업도 경부하 요금 혜택을 받는다.

▲홍= 경부하 시간 대에 요금 혜택을 줄 이유가 없다. 전기요금과 생산의 관계는 해당 산업의 제조원가에서 전기요금이 차지하는 비중과 연관돼 있다. 평균 전기요금의 제조원가 비중이 1%가 안 된다. 시멘트 산업과 철강 산업에서 전기요금 비중이 높아 경부하 시간 대로 공정을 옮긴다. 전기요금의 변화에 따른 부하이전은 해당 산업의 제조원가에서 전기요금의 비중을 따져봐야 한다. 과거처럼 우려할 필요는 없다.

▲박= 경부하 요금 인상뿐만 아니라 최대부하 요금 인하도 고려하고, 원가 회수율도 면밀히 검토해 조정해야 한다. 가장 바람직한 방향은 모든 전기요금이 원가에 근접하게 설계되는 것이다. 공급가격이 원가와 얼마나 괴리가 있는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이 부분에 대한 고민 없이 요금에서 드러나는 현상만 가지고 개선을 한다면 개악이 될 수 있다.

▲사회= 성공적인 에너지전환을 위해 전기요금 체계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많은데...

▲박= 이번 정부 내에서는 요금 인상 요인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전환의 이행도 크지 않다. 하지만 정부가 전기요금 인상이 없다고 못 박으면서 다른 인상 요인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도 어려워졌다. 전기요금 인상이 없다는 정부의 발언을 에너지전환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 요인이 없다고 해석해야 했는데, 언론을 통해 잘못 전해졌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서 분석한 결과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기간 동안 설비 변화로 인해 전기요금 인상은 연평균 2%가 채 안됐다. 전기요금 인상요인이 과도하지 않아 우려할 정도가 아니다.

앞으로 전기요금 인상에 관해서는 이원화해서 접근해야 한다. 에너지전환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 요인은 없지만, 다른 요인으로 인해 전기요금이 인상될 수 있다는 점을 알려야 한다. 그간 우리나라는 환경오염 등 외부비용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 이를 현실화한다면 전기요금 인상 요인이 될 수 있다. 에너지 소비의 합리화를 고려해 전기요금 인상이 발생하면 국민을 설득해 인상하는 것이 맞다.

▲홍= 전기요금에 관한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해 국민들과 대화를 해야 한다. 장단기 전기요금 추이 시나리오를 국민들에게 제시할 필요가 있다. 또 장기지표를 거론할 때는 2018년 현재가격 기준의 20년 장기 전망이라든지, 연료비나 환율 변화에 따른 전기요금 추이를 보여줘야 한다. 합리적인 설득 지표를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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