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도 남지 않았는데, 가이드라인 등 전혀 공개 안돼
제품안전協 “재원・인원 등 계획 요구에 국표원 무대응” 비판

한국제품안전관리원 설립이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구체적인 재원 조달 계획과 구조, 규모 등이 여전히 공개되지 않아 ‘불통 행정’이라는 비난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내달(21일 예정) 설립까지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는 데도 제품의 안전성 조사와 연구, 홍보 등을 담당할 인력 채용 계획이 안갯속이다.

◆안전 업무 ‘통합 관리’ 핵심

지난해 9월 이훈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소비자 안전을 위협하는 안전관리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제품안전관리 전담 기관 설립이 포함된 ‘제품안전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제출했다.

개정안에는 국가기술표준원에서 책임져 온 일부 업무와 제품안전협회(이하 협회)에서 시행해 온 업무를 통합해 한국제품안전관리원(이하 안전원)이 담당하고 체계적인 안전망을 구축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그동안 제품 안전에 허점으로 지적돼 온 제품의 수입·유통 단계의 안전성 조사, 리콜이행점검 등 공적 영역과 정부로부터 위임받아 수행해 온 제품안전협회 업무를 일원화시키겠다는 게 핵심이다.

이번 안전원 설립은 가습기 살균제 사태와 이케아 서랍장 사고, 기저귀와 생리대 위해성 논란 등 국민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생활용품에서 대형 안전 이슈가 터져 나오면서 급물살을 탔다.

국표원이 주관하고 일부 정부 업무를 협회에 일임하는 방식으로 안전 관리 체계를 갖춰왔지만, 인력과 권한, 제도 등 여러 부분에서 한계가 있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기 때문이다.

안전원이 설립되면 ▲제품안전관리제도에 관한 조사·연구 및 교육·홍보 ▲안전기준의 제정·개정을 위한 조사·연구 ▲안전기준 관련 자료의 발간·보급 ▲수입·유통 제품의 안전성 조사 등 12가지 업무를 담당하게 된다.

정부 관계자는 “국민 안전이 현 정부의 핵심 이행 과제로 부상하면서 제도의 효율성과 관리·감독 강화, 책임 일원화를 위해 안전원을 설립하게 됐다”며 “특히 수입과 유통 과정에서 허점을 드러냈던 품목을 집중 단속해 국민이 믿고 사용할 수 있는 제품 환경을 만드는 데 안전원이 핵심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설립은 ‘눈앞’, 계획은 ‘깜깜’

안전원이 설립되면 국표원과 협회가 담당해왔던 업무를 대폭 이관 받으며 규모와 권한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설립까지 한 달이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기관 규모와 절차, 재정 운용 계획 등 종합적인 가이드라인이 전혀 공개되지 않아 비난의 목소리는 점차 높아지고 있다.

가장 시급한 사안은 재원과 인력 문제다. 개정안에 따르면 안전원 설립을 위해 필요한 비용은 협회가 부담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와 함께 그동안 해왔던 업무 경험과 연속성 등을 따져 협회 인력의 대부분을 승계하는 것으로 사전 협의해왔다.

현재 30여명의 직원으로 5가지 업무를 수행해 온 점을 고려할 때 2배 이상 업무량이 증가할 것을 고려하면 적어도 100명 이상의 인력이 필요하다는 게 중론이다.

내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초기 설립 단계에서 최대 300명까지 고려했지만 논의 과정에서 대폭 축소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설립 인원 80명과 초기 국표원 자체 예산 60억 원+α에 협회 출연금 3억 원과 부동산 등이 합쳐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협회 인력의 승계 절차 협의는 물론 국표원 내에서도 인사이동에 대한 언질조차 나오지 않는 상황이다.

인원 확보에 대해서 전문성과 업무 연속성을 따졌을 때 협회의 인력을 승계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그러나 국표원은 통과된 개정안에서 인력 승계에 대해 명시된 바가 없다며 선을 그었다.

서울에서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협회와 충북 음성에 위치한 국표원의 업무 통합을 위해서는 기관 설립 장소와 직원들의 주거, 복지, 임금 등 넘어야 할 산도 많다.

협회는 빠져나간 인력을 제외하고 향후 인원 확보 및 재정 계획, 업무 확장 등을 검토해야하지만 국표원에 설립 절차와 필요 인력, 재정 계획을 밝혀달라는 요구에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날 선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협회가 정부의 국민 안전 강화라는 대의에 동의하고 자체 재원을 내놓으면서까지 설립에 찬성했다. 하지만 정작 국표원은 안전원 설립을 위한 위원회를 구성하면서 협회 인원은 단 한 명도 참여시키지 않았고 공문으로 일방적인 자료 제출만 요구해왔다”며 “이번 안전원 설립 과정은 불통 행정의 표본이며, 지금이라도 모든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관련 담당자들과의 대화에 적극 나서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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