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세관청은 일정한 법률관계나 사실관계에 관계 법령을 적용하여 세금을 납부하라는 과세처분을 내립니다. 만약 과세관청이 법령을 잘못 해석하여 과세처분을 했다면 그 효력은 어떻게 될까요. 대법원은 해당 법률관계나 사실관계에 대하여 해당 법령의 규정을 적용할 수 없다는 법리가 명백히 밝혀져서 해석에 다툼의 여지가 없음에도 과세관청이 그 법령의 규정을 적용하여 과세처분을 하였다면 그 하자는 중대하고도 명백하여 과세처분이 무효라고 할 것이나, 해석에 다툼의 여지가 있는 때에는 과세관청이 이를 잘못 해석하여 과세처분을 하였더라도 과세요건사실을 오인한 것에 불과하여 무효는 아니라고 보고 있습니다(대법원 2013. 12. 26. 선고 2011다103809 판결 등).

최근에 선고된 대법원 2018. 7. 19. 선고 2017다242409 판결에서는 일정한 과세처분 이후 대법원이 해당 과세처분의 전제가 된 해석과 다른 결론을 내려 결과적으로 해당 과세처분이 시행령 산식에 관한 잘못된 해석을 전제로 내려진 것과 동일한 결과가 발생한 경우 과세처분의 효력이 문제되었습니다. 원고는 과세처분 이후 내려진 대법원 판결에 반하는 처분은 위법하고 그 하자가 중대ㆍ명백하여 당연무효라고 주장했으나, 대법원은 종전 법리를 유지하여 원고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다만 위 대법원 판결에서는 4명의 대법관이 반대의견을 개진했습니다. 반대의견의 논거는 ① 다수의견과 같은 결론은 조세법률주의에 반하고, 조세정의의 근간을 훼손할 여지가 있으며, ② 법령에 대한 잘못된 해석으로 인한 불이익을 납세의무자에게 전가시켜서는 안 되고, ③ 국가는 국민의 권리와 재산을 지킨다는 본연의 존립 목적에 반하여 납세의무자의 구제수단을 제한하여서는 안 되며, ④ 적어도 대법원 판결로 과세법리가 잘못되었음이 확실하게 확인된 경우에는 그 하자를 무효사유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대립하는 입장을 정리하면, 다수의견은 과세처분에 존재하는 하자를 무효사유로 인정하는 것은 예외적인 경우로 한정하고 납세자에 대한 구제는 원칙적으로 조세법률관계의 특성을 반영하여 마련된 조세법상 구제절차(행정소송 등)를 통하여 해결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며, 반대의견은 대법원 판례로 이미 민사소송을 통해 납세자를 구제하는 방식이 허용되고 있으니 납세자 구제의 범위를 양적으로 조금 더 넓히자는 취지입니다. 아무리 위법한 과세처분이라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법률에 정해진 일정한 절차와 기한을 준수하지 못하면 그 효력을 다툴 수 없는 것이 원칙인데, 과세처분에 당연무효라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의 위법성이 있다면 행정소송이 아닌 민사소송을 통해 위법한 과세처분에 따른 법률효과를 부인하고 과세처분으로부터 구제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된 쟁점은 법리상으로도 매우 중요한 문제이고 납세의무자인 일반 국민의 권리의무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향후 비슷한 사건에서 대법원이 기존 결론을 유지할지 반대의견이 다수의견으로 바뀔지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김태형 변호사(법무법인 지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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