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튬이온, 납축전지와 함께 시장 주도 전망
큰 부피, 가격 등은 과제, 해결 위한 연구 이어져야

현재 세계 ESS 시장의 중심은 리튬이온배터리다. 여러 대안들이 소개되고 있다고 하지만 업계 전문가들과 시장조사기관들의 분석에서 리튬이온의 시대는 꽤 오랜 시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시장조사기관인 파이크리서치는 2020년 이후 ESS 배터리 시장은 리튬이온배터리(33%), 납축전지(25%), 레독스 플로우 배터리(21%) 등이 주도할 것으로 분석했다. 리튬이온배터리의 강세 속에 다양한 대안이 등장할 것이라는 해석이다.

이 중 주목받는 기술은 레독스 플로우 배터리(RFB; Redox Flow Battery)다. RFB는 리튬이온배터리 등 기존 이차전지와 달리 전해액 내의 활성물질이 산화-환원되며 전기를 충·방전한다. 액체 상태의 전해질이 순환하며 충·방전하기 때문에 폭발 등 위험이 적고, 배터리 수명과 용량 확장이 쉽다는 게 강점이다. 전해액이 순환하는 과정에서 처음의 성질로 돌아가기 때문에 반영구적인 이용이 가능한 것도 장점으로 꼽는다.

RFB는 스택과 양(+)극 전해액, 음(-)극 전해액, 펌프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 때 전기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는 물질을 레독스 커플이라고 부르는데 어떤 물질을 사용하는가에 따라 특성이 달라진다.

전문가들은 RFB의 최대 강점으로 ‘안전’을 꼽는다. 전해액이 액체로 구성돼 있는데다가 상온에서 작동하기 때문에 폭발이나 화재 등의 위협에서 자유롭다는 설명이다. 출력을 좌우하는 스택과 에너지를 저장하는 전해액이 분리돼 있어 출력 등 확장이 쉽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초기엔 LG화학과 삼성SDI 등 대기업들이 세계 최고의 기술을 자랑하는 리튬이온배터리에 밀려 논의가 본격화되지 못했지만 최근 들어 여러 기업들이 RFB 연구에 나서고 있다. 특히 용량을 늘리기 좋은 RFB의 확장성에 주목한 기업들이 대용량 ESS의 대안으로 기술개발을 추진 중이다.

지난 2009년 에너지기술연구원이 5kW급 스택 개발로 첫 발을 내디딘 RFB는 OCI, H2, 누리플랜 등 기업을 중심으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최근엔 바나듐을 이용한 제품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리튬이온배터리 일변도인 시장에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용량 확장이 쉬운 RFB를 신재생에너지 연계형 ESS에 접목하면 에너지 다소비 사업장 등에서 활용 폭이 넓어진다는 점은 RFB의 시장 전망을 밝히고 있다. 실제로 카이스트(KAIST) 생명화학공학과 정희태·김희탁 교수 연구팀은 지난달 기존 전지보다 용량 유지율은 15배, 수명은 5배나 향상한 바나듐RFB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힌 바 있다. RFB 제조업체인 H2도 지난 6일 펄프·제지 제조업체인 미래페이퍼에 제품을 납품하며, RFB 상용화의 신호탄을 쐈다.

ESS 업체 관계자는 “RFB는 국내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주목을 받는 분야”라며 “미국과 유럽 뿐 아니라 중국, 일본 등에서도 표준과 특허 등이 꾸준히 늘고 있다. 우리나라도 지난 2015년 국가표준을 마련한 이래 연구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부피가 다소 크다는 점과 가격 등의 문제는 아직 넘어야 할 과제이지만 기술개발을 통해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ESS 시장의 다양성 등의 측면에서도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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