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혼돈의 시대’다.

한반도는 폭염으로 들끓고 사사건건 부딪히는 진영논리는 그에 버금갈 만큼 뜨겁다. 특히 최저임금을 둘러싼 사회적 대립은 끝 모를 평행선을 그리고 있다.

정부는 16일 내년 최저임금을 올해 7530원보다 10.9% 오른 8350원으로 확정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저임금위원회의 결정을 받아들인다면서도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원까지 올리겠다는 대선 공약을 지키지 못하게 됐다며 사과했지만 최저임금 논란은 잦아들 줄 모른다.

350만 소상공인을 대표하는 소상공인연합회는 내년도 최저임금에 불복종하겠다며 서울 광화문에서 천막농성을 시작했다.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도 일제 휴업에 나설 태세다. 임대료, 가맹비 등이 내려가지 않는 상황에서 인건비만 올랐다며 급속한 최저임금 인상이 저소득층의 일자리를 빼앗아 오히려 소득 분배를 악화시킨다고 주장했다.

노동계는 최저임금법 재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정기상여금과 식비, 교통비 등 복리후생비 일부가 최저임금에 포함되면서 약 20만명의 노동자들은 실질적인 최저임금 인상률이 2.4%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일부에서는 최저임금 문제가 소상공인과 노동계만의 문제가 아니라며 사회구조적인 모순과 대기업의 갑질에 손을 대야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가맹비에 임대료, 직원들 월급까지 주고 나면 월 200만원도 못 가져갑니다. 말만 사장이지 알바생보다 못한 월급입니다.”

○…“최저임금을 적용하면 생산직에 있는 50대 중반 주부사원의 월급이 4000만원 가까워집니다. 대학 졸업 후 입사 1~2년차 직원은 3500만원 수준인데 말이죠. 이 격차를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 고민입니다.”

○…“대기업의 무분별한 문어발 확장, 한없이 치솟는 임대료, 프랜차이즈 본사의 과도한 비용전가 등을 개선해야 합니다. 이 같은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최저임금 자체만을 놓고 대립각을 세우는 것은 소모전입니다.”

이 같은 다양한 목소리를 담기 위해서는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이 절실할 것으로 보인다. 영세 소상공인들의 부담을 덜어주면서 이들에게 불리한 불공정한 시장구조도 개선해야만 한다.

저임금 노동자들의 열악한 임금 현실을 개선해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를 반대할 이는 없는데 왜 이런 식으로 흘러가는지 안타까울 뿐이다.

제갈공명의 남긴 ‘영정이치원(寧靜以致遠 : 깊이 생각해 형국의 끝을 꿰뚫어 보라)’는 말이 절실한 상황이다.

작금의 ‘혼돈의 시대’가 훗날 ‘상실의 시대’로 기억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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