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25일 t당 6150달러 이후 1년만에 ‘최저가’
2011년부터 5년간 이어진 ‘암흑기’ 되풀이되나 ‘우려’

전선 핵심 원자재인 구리 가격이 한달새 15% 이상 빠지며 급락, 전선업계에 ‘위기감’이 일고 있다.

런던금속거래소(LME) 구리 현물 가격은 6월 8일 t당 7262.5달러에서 7월 17일 6141.5달러로 40여일만에 15.4% 가량 폭락했다.

이는 특히 지난해 7월 25일 t당 6150달러를 기록한 이후 1년만의 최저가다.

2016년 말 이후 지속되던 동값 강세가 1년반 만에 하락세로 반전한 동시에 한달이상 급속도로 빠지기 시작하자, 전선업계에는 2011년부터 5년간 이어졌던 ‘암흑기’가 되풀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일고 있다.

2000년대 들어 역사적 호황을 구가했던 전선업계는 2011년도 이후 지속된 구릿값 하락과 함께 급격히 쇠락해 왔다.

이를 그대로 기억하고 있는 업계에서 당시의 ‘동값 파동’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 어린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

실제 끝없이 오를 것만 같았던 국제 구리 시세는 2011년 2월 t당 1만148달러를 기록한 이후 내림세로 돌아서, 2016년까지 5년동안 줄곧 내리막길을 걸었다.

이로 인해 전선업체들의 매출·수익성도 급격히 떨어졌으며, 동값이 바닥을 찍었던 2016년에 들어서는 ‘최악의 위기’라는 말이 공공연할 정도로 어려움을 겪었다.

당시 4310.5달러까지 떨어졌던 구리가격은 2016년말부터 반등해 지난해 1년간 5000달러와 6000달러, 7000달러 선을 연속적으로 돌파했으며, 지난 6월 고점(t당 7262.5달러)을 찍을 때까지 이어졌다.

그간 전선업체들의 매출도 빠르게 증가했으며, 수익성도 어느 정도 개선돼 업계의 숨통을 틔워줬다.

당초 전문가들은 이 같은 동값 강세 추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지만, 미중 무역 분쟁과 달러화 강세, 중국산 정련동 공급 확대 등이 구릿값을 끌어내리며 예측을 벗어나게 했다.

김광재 삼성선물 애널리스트는 ‘7월 원자재 전망’ 보고서를 통해 “인도 Tuticorin 제련소의 영구 폐쇄와 세계 최대 동광산 Escondida 파업 우려가 커지며 구리시세는 7300달러를 상회했다”며 “하지만 이후 달러화 강세와 미중 무역 분쟁 우려, 중국의 정련동 생산 증가 소식에 차익 실현 매물 출회로 급락해 7000달러를 하회했으며, 박스권 하단으로 여겨졌던 6800달러를 지키지 못하고 추가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더구나 하방 압력을 주고 있는 미중 무역 분쟁과 Escondida 광산 파업 우려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어, 동값이 상승세로 반전할 가능성이 크지 않은 것도 전선업계의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전선 업계 한 관계자는 “동값 하락이 지속되면 발주자들이 주문을 미루기 일쑤다. 시간이 지나면 보다 낮은 가격에 전선을 구매할 수 있다는 기대가 있어서다”며 “제조사뿐 아니라 유통업체도 보유한 재고의 막대한 평가손실이 불가피하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헤지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면 손해를 줄일 수 있겠지만, 그럼에도 동가 급락은 계약 파기 등 거래처와 여러 문제를 초래할 수 있는 중요 변수”라며 “앞으로 추이를 지켜봐야겠지만, 하락세가 보다 장기화될 경우 겨우 숨을 고르고 있는 전선업계에 치명타를 입힐 수 있는 ‘뇌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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