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풍력에너지 협력을 위한 전략 세미나에 참석한 민·관 관계자들.
남북 풍력에너지 협력을 위한 전략 세미나에 참석한 민·관 관계자들.

16일 국회에서 열린 남북 풍력에너지 협력을 위한 전략세미나에 참여한 청중들이 발표를 듣고 있다.
16일 국회에서 열린 남북 풍력에너지 협력을 위한 전략세미나에 참여한 청중들이 발표를 듣고 있다.

북한에서 풍력사업을 시작하려면 북한의 풍황 자원 계측과 같은 실질적인 조사와 정부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지난 4월 남북이 판문점 선언을 채택한데 이어 북미정상회담이 이뤄지면서 남북 경협에 대한 구체적인 안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다.

16일 송영길 의원실과 남북풍력협력사업단, 한국풍력산업협회, 남북강원도협력협회, 대한전기협회, 한국풍력에너지가 주관한 ‘남북 풍력에너지 협력을 위한 전력 세미나’에서는 북한과의 경제협력을 전제로 북한 풍황자원 조사 연구 재개 방안 등이 논의됐다.

북한 내 풍력발전기 설치에 관한 논의는 10년이 넘은 화두다. 지난 2006년부터 2008년까지 남북이 함께 남북풍력협력사업단을 꾸리고 풍황계측 조사와 풍력발전단지 건설을 약속한 바 있지만 2008년 정권 교체로 중단됐다. 이날 세미나에서 사회를 맡은 김동진 남북풍력협력사업단 공동대표는 “남북풍력협력사업단이 진행했던 풍황계측 조사 사업을 이어가야한다”며 “미처 설치하지 못했던 계측기의 결과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당시 사업단은 계획대로 황해도 온천지구와 북강원도의 마식령 지구에 계측타워를 설치했다. 하지만 백두산의 삼지연을 비롯해 대흥단 지구, 치마대 지구, 지초덕 지구 설치 계획은 무산됐다.

김 공동대표는 “간접적으로 확인한 바에 따르면 북한은 당시 설치하기로 했던 나머지 3식의 계측 장비를 직접 설치해 운영·관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며 “하루빨리 남북 합의를 통해 그간의 계측 자료를 확인하고 경제성·타당성 분석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계풍력협회 부회장이자 한국풍력산업협회 고문을 맡은 손충렬 교수 역시 “남북이 함께 풍력 발전사업을 함께 시도한지 11년이 지났다”며 “하루빨리 남북 합의를 통해 풍력발전을 보급하고 에너지를 평화적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 세계에 전해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노력이 무엇보다 절실하며 민간의 힘만으로는 힘들다”고 말했다.

이날 발표를 맡은 김홍우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박사 역시 “현재 북한의 전력난을 해소할 수 있는 좋은 방안은 재생에너지를 보급하는 것”이라며 “이를 남한과 연계해 설치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설명했다. 남한의 풍력발전 산업 기술 발달과 북한의 풍력발전 기술 필요성이 경제적 목표로 서로 부합한다는 것이다.

현재 북한은 과거와 같이 극심한 경제난에서는 벗어났지만 여전히 빈곤한 상태로 전력난 역시 지역마다 차이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김 박사는 “2000년대 이후 북한의 에너지 사정은 다소 개선됐지만 여전히 에너지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라며 “지난 2016년 개최된 제5차 당대회에서 북한이 전력 문제를 집중적으로 거론했던 것도 에너지 문제가 해결돼야 경제 전체의 회복이 가능함을 알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북한은 재생에너지 개발과 보급에 계속 관심을 보여 왔다. 수력 발전과 석탄 화력발전만으로는 필요한 에너지 수요를 모두 충족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북한의 발전설비 용량은 남한의 7.2%에 그친다.

김 박사는 “지난 2015년 동북아 과학기술 협력세미나에 참여했을 당시 북한 연구원들이 한국의 풍력발전기 제작 기술에 큰 관심을 보였다”며 “북한 스스로도 소형풍력발전기를 자체 개발했다고 발표하면서 MW급의 풍력발전기 개발과 실증연구에도 의지를 보였다”고 말했다.

발표에 나선 김태기 대한전기협회 박사 역시 “북한은 주력 발전설비인 수력발전이 부하로부터 멀리 떨어져있고, 송배전 시스템도 노후화돼 주파수 불량뿐 아니라 전력 손실이 20~50%까지 발생한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북한은 ‘자연 에네르기’를 이용한 에너지 문제 해결에 몰두해왔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2016년 북한 시·도 군중대회에서 나온 정책 내용에도 평안남도, 함경남도, 량강도 등 지역별 재생에너지(자연에네르기)를 이용한 에너지 수급 전략이 포함됐다.

김 박사은 “북한의 전력난 문제를 해결하려면 마이크로그리드 기술을 도입해 지역마다분산전원을 이용한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해야한다”며 “한국은 여러 섬들에 마이크로그리드 시험을 해왔던 경험이 있는 만큼 이 경험을 북한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단기적으로 북한 주민들에게 소득이 돌아갈 수 있도록 분산 전원을 활용하게 한다면 이후 북한에서도 국가차원에서 더 큰 규모의 재생에너지 설비와 전력망 연결을 원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김영일 통일부 남북교류협력기획과장은 “남북 정상회담이나 북미 정상회담 등으로 남북경협에 대한 분위기는 고조됐지만 현 상황에선 여전히 대북 제재와 관련해 교류협력법, 국보법 등의 제한이 있다”며 “민간 (풍력산업계) 차원에서 먼저 대북 제재에도 불구하고 사업 진행을 할 수 있는 틈새 영역을 찾아 제시한다면 정부도 적극적으로 사업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겠다”고 말했다. 또 “정부는 민간의 남북 협력 사업을 원활하게 촉진하기 위해 관련 (북한) 관계자와 접촉을 사전 신고제(승인제)에서 사후 신고로, 방북 역시 승인보다 신고만 하는 식으로 완화할 방침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남북풍력협력사업단은 우선 UN 제재 하에서도 학술 목적의 사업으로 공동조사 연구가 가능한 범위 안에서 풍황 자원 조사 사업 등을 다시 시작한다는 방침이다. 남측의 사업단에서는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과 관련 전문가들이 포함된다. 계측 타워 설치는 내년, 경제성과 타당성 분석은 2020년까지 마친다는 목표다.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