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O·스마트스테이션 도입으로 갈등 촉발됐지만
특별승진 등 인사문제 결합돼 해결 쉽지 않을 듯

11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이 주최한 '김태호 사장 퇴진촉구를 위한 조합원 총회'에 참석한 노조원들이 민중의례를 하고 있다.
11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이 주최한 '김태호 사장 퇴진촉구를 위한 조합원 총회'에 참석한 노조원들이 민중의례를 하고 있다.

서울교통공사가 무인운전시스템(DTO)과 스마트 스테이션 도입을 추진하면서 촉발된 노사 갈등이 그간 첨예한 입장 차를 보여 온 특별승진 등 인사문제와 결합되면서 극한 대립 양상으로 치달을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최근 양측이 상반된 입장을 펴면서 진실공방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노조가 김태호 공사 사장의 퇴진까지 요구하고 나서 봉합이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노사 갈등 어떻게 시작됐나= 서울교통공사는 지난달 서울지하철 8호선에서 DTO와 스마트 스테이션을 시범 운영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DTO는 기관사가 수동으로 조작하지 않아도 전동차의 출발과 정지, 출입문 개폐가 가능한 자동 운전 시스템이며, 스마트 스테이션은 역마다 설치된 지능형 폐쇄회로(CC)TV를 통해 역사를 사각지대 없이 관리하는 기술이다.

아직 본 노선 도입과 관련한 구체적인 일정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공사가 지난 3월 스페인의 지하철운영기관 TMB와 협약을 맺고 무인운행시스템 등 기술교류를 추진하며 도입 준비를 본격화한 만큼 근시일 내 실제 도입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 소식을 접한 노조는 즉각 반발했다. DTO 도입 등은 완전무인운전(UTO)으로 가기 위한 전 단계로, 결국 인력 감축 등이 예상된다는 게 비판의 골자다.

이에 서울교통공사의 다수 노동조합인 서울교통공사노조는 지난 11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노합원 1500여명이 운집한 가운데 ‘김태호 사장 퇴진 촉구를 위한 조합원 총회’를 열고 공사의 새 시스템 도입을 규탄했다.

노조는 “김태호 사장이 노조를 배제한 채 일방적으로 무인운전·무인역사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며 “단순한 신기술이 아니라 직원과 조합원들에게 고용을 포함한 심대한 노동조건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사안이자, 시민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에 논의와 합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공사 관계자는 “8호선 DTO는 기관사가 탑승해 운행하므로 무인운전이 아니며, 앞서 노사 간 합의에 따른 것”이라며 “기관사가 그대로 탑승하기 때문에 인력 감축이 이뤄질 것이란 주장 또한 사실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또 향후 UTO로 전환될 것이란 주장에 대해선 “UTO 전환 계획은 수립된 바 없다”며 “DTO의 경우 8호선 도입 시부터 전동차에 탑재돼 있던 장비인데, 노조가 지나치게 확대해석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인사문제 결합되며 ‘사장 퇴진운동’까지 번져= 이번 사태의 일차적인 원인은 DTO·스마트 스테이션 도입이지만, 문제의 핵심은 그간 노사가 지속적으로 갈등을 빚어온 인사문제라는 시각이 많다.

실제로 노사 양측이 지난 11~12일 발표한 공식입장을 살펴보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건 ▲장기근속자 3810명에 대한 특별승진 ▲7급보의 7급 일괄전환 등의 인사문제다.

공사는 공식입장을 통해 “노조는 서울광장 농성을 통해 겉으로는 무인역사, 무인운전 반대, 안전인력 확보를 요구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장기근속자 3810명의 승진 등을 요구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노조는 11일 열린 조합원 총회의 목적이 무인운전·무인역사 도입 중단에 있음에도 공사가 허위사실을 주장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12일 발표한 반박입장에서 “이번 조합원 총회는 앞서 지난달 26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30일까지 무인운전·무인역사 추진을 중단하지 않을 경우 1일 김태호 공사 사장 퇴진 서명운동을 시작으로 11일 총회를 열겠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라며 “실제로는 특별승진을 위한 것이란 주장은 사실무근”이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노조는 이 발표에서 “특별승진은 요구가 아니라 이미 노사 합의가 이뤄진 사항”이라며 “김태호 사장이 자신이 서명을 안 했으니 노사합의가 아니라고 우기는 것은 수준 이하”라고 반발해 갈등의 불씨를 남겼다.

노조는 앞서 김태호 사장 퇴진과 관련해 조합원 1만여 명이 참여한 조합원 서명운동의 결과물을 서울시 정무부시장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공사 관계자는 “노조가 요구하는 3810명에 대한 특별승진은 조직 내부 세대 간 갈등 분출 등 부작용이 예상돼 수용이 어렵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며 “노조와 지속적인 대화를 진행하겠지만 불법행위에 대해선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11일 이후 노사 양측 간의 협의는 이뤄진 적이 없으며, 관련 계획도 세워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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