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지선으로 새 시장 교체돼 전환점 맞았지만
공론화 방식·논의 배경 등 달라 논란 계속될 듯

광주도시철도 2호선 착공을 반대하고 있는 ‘사람중심 미래교통 시민모임’의 천막 농성장 뒤로 광주광역시청이 보이고 있다.
광주도시철도 2호선 착공을 반대하고 있는 ‘사람중심 미래교통 시민모임’의 천막 농성장 뒤로 광주광역시청이 보이고 있다.

# 윤장현 전 광주시장은 6·13 지방선거를 3개월여 앞둔 지난 2월 21일 기자회견을 열고 “광주 도시철도 2호선 건설 사업을 원안대로 추진해 1단계 구간을 애초 목표했던 2023년 개통하겠다”고 밝혔다. 공론화를 골자로 사업재검토를 요구해온 시민단체들의 의견을 묵살하고 사업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 6·13 지선을 앞두고 선거 운동이 본격화된 4월. 광주광역시장 선거에서는 도시철도 2호선 건설이 새로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출마를 선언한 예비후보들은 선거 막판 표심을 잡기 위해 잇따라 광주시청 앞 시민단체의 천막농성장을 찾았다. 7명의 후보는 공론화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표했다. 2호선 개통을 공약으로 내건 후보는 윤장현, 양향자 후보뿐이었다.

# 2호선 공론화 공약을 내세웠던 이용섭 광주시장이 지난 2일 열린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공론화와 관련 “신고리 5·6호기 원전 공론화 방식에 든 비용이 37억원인데 그런 비용을 들여야 할지 의문”이라며 “그런 과정을 거치지 않고도 합리적 결정을 할 수 있다”고 밝혀 논란이 일었다. 소식을 접한 시민단체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온라인상에는 앞서 이용섭 시장이 후보시절 서명한 공론화 답변서까지 나돌았다. 이 시장이 “2호선 공론화 약속을 이행하겠다”고 밝힌 것은 이튿날의 일이다.

광주도시철도 2호선은 사업 추진 계획이 공개된 이래 수많은 파고를 넘었다. 2002년 기본계획이 수립된 뒤에도 사업을 강행하려는 광주시와 수요부족에 따른 적자누적·천문학적인 구축비 부담 등을 이유로 공론화를 통한 사업 전면재검토를 주장해온 시민단체는 지속적으로 마찰을 빚었다. 올해 2월 윤장현 전 시장이 사업 강행을 선언하면서 불거진 일련의 소요는 그간 누적된 갈등이 한 번에 터진 것이라 볼 수 있다.

6·13 지선 국면에서도 도시철도 2호선은 선거 표심을 가를 주요한 쟁점으로 부상했다. 지역사회에서 입심이 강한 시민단체 대부분이 2호선 사업 강행 반대를 표명하고 나온 터라, 시장 후보자들도 이들의 주장에 귀를 기울이려 노력했다. 도시철도 등 대형 SOC 사업이 선거판세에 미치는 영향이 큼에도 불구하고, 몇몇 후보를 제외한 대부분 후보들이 ‘공론화를 통한 사업 추진 여부 결정’에 손을 들어준 이유다.

논란과 갈등으로 점철됐던 2호선 사업은 이번 지선으로 광주시에 새 수장이 앉으면서 전환점을 맞고 있다. 취임 직후 약간의 엇박자가 나긴 했지만, 이용섭 신임 광주시장은 공론화 약속을 이행하겠다고 밝히면서 결국 시민단체의 의견에 따르는 모양새다.

그러나 이 시장의 발언과는 별개로 2호선 사업을 둘러싼 전체 판도를 살펴보면 앞으로의 방향성을 쉽사리 짐작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게 중론이다.

일차적으로 사업 발주 등 기존에 추진되던 행정절차들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고, 광주시와 시민단체 간에 ‘공론화’의 개념과 향후 전망에 대해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는 탓이다.

◆2호선 도입 반대→환경영향평가 꼼수 비판→저심도 경전철 적절성 논란

광주도시철도 2호선은 시청~월드컵경기장~백운광장~광주역~첨단~수완~시청의 순환구간과 백운광장~진월~효천역의 왕복구간 등 41.9㎞를 잇는 사업이다. 총 사업비는 2조5000억여원으로 추산된다.

현 시점에 2호선이 공론화를 앞두기까지는 수많은 굴곡을 거쳐야 했다. 최초 논란이 불거진 이래 광주시가 사업을 추진하면서 분기마다 새로운 쟁점이 튀어나왔기 때문이다.

2호선이 본격적으로 쟁점화된 것은 2014년의 일이다. 당시 민선 6기로 당선된 윤장현 전 광주시장은 후보자 시절 ‘도시철도 2호선 공론화’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전임자인 강운태 전 광주시장이 고가 경전철 도입을 주장하자, 이에 각을 세운 것이다.

그러나 당선 직후 윤 전 시장은 되레 저심도 경전철 도입을 주장하고 나서 시민단체들의 빈축을 샀다. 물론 일부 의견수렴 과정이 뒤따르기도 했지만, 이미 사업 추진을 결정한 뒤에 ‘구색 맞추기’에 나선 것이란 게 전반적인 평가다.

이 과정에서 올해 초 불거진 ‘환경영향평가 꼼수’ 논란은 광주시와 시민단체 간 갈등에 불을 지폈다.

광주시는 2호선 1단계 공사 구간(17.06km) 중 운천저수지~월드컵경기장의 4.5㎞를 2.89㎞로 나눠 환경영향평가를 피해갔다.

현행법에 따르면 환경영향평가는 공사구간이 4㎞ 이상일 때 의무화돼 있지만, 평가기간을 단축해 조기에 착공하기 위해 이 법을 악용한 것이다.

윤 전 시장이 이 같은 무리수를 둔 데는 6·13 지선에 돌입하기 전 우선적으로 착공함으로써 선거 판세에 영향을 주려 했다는 게 중론이다. 전체 구간에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한다면 ‘임기 내 착공’이라는 윤 전 시장의 목표는 달성하기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현재 해당 구간은 시민단체의 반발에 따라 전체 환경영향평가가 진행되고 있다. 이르면 연내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6·13 지선 이후 쟁점으로 부상한 것은 저심도 경전철 도입의 적절성이다. 일차적으로는 공론화를 통한 사업 전면재검토가 논의되고 있지만, 가능성은 높지 않다. 도시철도 노선이 1개에 불과하고, 버스 노선의 경우에도 시민 교통권을 담보할 만큼 활성화돼 있지 않다. 어떤 방식이든 교통편이 신설돼야 한다는 얘기다.

문제는 ‘어떤 교통수단이 들어설 것인가’ 하는 것이다. 현재 광주시에선 저심도 경전철을 최적의 수단으로 고려하고 있는 한편, 시민단체들은 천문학적인 비용이 투입되는 경전철보다는 BRT·트램 등 기존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는 교통편이 도입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향후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공론화도 이 같은 ‘교통편 선택의 문제’에 초점이 맞춰질 가능성이 높다.

◆2호선 공론화 가능할까…공론화 전제 달라 전망 불투명

최근 이용섭 신임 광주시장이 전향적인 입장을 내비치면서 2호선 공론화에 대한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도 높아진 상황이다. 다만 공론화의 개념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고, 공론화 시 어느 정도까지 사업에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여전히 광주시-시민단체 양측의 입장이 갈리고 있다는 점도 이러한 우려를 키우는 요인이다.

양측에 따르면 이 시장은 취임 기자간담회 이튿날인 3일 오전 간부회의 자리에서 “공론화를 수용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라”는 방침을 내렸다. 이를 위해 광주시 측은 광주광역시 내 15개 시민단체·정당으로 구성된 ‘사람중심 미래교통 시민모임’에 공론화 초안 제출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본지의 취재 결과 양측은 사뭇 다른 전제를 깔고 공론화를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먼저 시민단체의 경우 2호선 원점재검토를 전제로 공론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는 광주시가 사업을 추진한 이래 일관되게 주장해온 것이다.

교통편 확대가 필요할 경우에는 현재 추진 중인 저심도 경전철이 아닌 BRT·트램 등의 도입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시민모임 측은 자체 조사를 통해 BRT·트램 등의 노선계획과 필요 예산 등을 추산해 제시하기도 했다.

시민모임 관계자는 “광주에 도시철도 2호선이 필요치 않다는 건 1호선의 운영현황, 인구 통계치 등을 통해서도 충분히 확인 가능하다”며 “막대한 예산을 들여 적자를 만드는 사업보다는 효율성 높은 교통수단을 도입하자는 게 우리의 입장”이라고 전했다.

반면 광주시의 경우 이번 공론화 결정은 2호선 도입은 확정한 상황에서 해당 노선에 들어갈 수단에 대한 논의이지, 전면재검토와는 관계가 없다고 보고 있다. 앞서 이 시장이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언급한 ‘정책 일관성’도 이 같은 맥락에서 나온 것이란 게 광주시 관계자의 설명이다.

광주시 관계자는 “2호선 사업은 절차를 거쳐 정식으로 추진되고 있는 사업”이라며 “공론화 결정은 2호선에 어떤 철도 교통편이 들어가면 좋을지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어 “가능성이 열려 있긴 하지만 최근 사업계획을 전면 취소한 부산의 BRT 사례와 트램의 표정속도가 15km 내외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며 타 교통편은 도입 가능성이 높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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