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극동 코레일테크<주></div> 대표이사
반극동 코레일테크<주> 대표이사

요즘 지방대학은 입학생 확보와 졸업생 취업의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그래서 각 대학은 산학협력단 운영과 산업체와의 연계프로그램에 힘쓰는 중이다. 우리회사도 몇몇 대학과 산학협력 MOU를 체결하고 있다. 그 중 대구에 있는 모 대학에서 지난달 특강 요청을 받았다. 학교 측에서는 회사 소개정도만 부탁했지만 강사로서는 학생들이 듣고 싶어 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취업에 관한 내용으로 주제를 잡았다. 청년 취업이 왜 그렇게 어려운지,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취업에 성공할 수 있는지 관련된 자료를 찾고 교안을 준비했다.

강의를 준비하면서 깨달은 사실이 있다. 구직도 어렵지만 구인난 또한 그에 못지않게 심각하게 왜곡돼 있다는 것이다. 취업예정자 대부분이 우리나라 기업의 1% 미만인(종사자수 10%) 대기업에만 입사하려고 한다. 그로인해 99%의 중소기업 (종업원수 88%)들은 구인난에 시달린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임금격차가 원인이었지만 중소기업을 기피하는 사회적 인식의 차가 더 컸다.

통계를 보면 2016년도 우리나라 근로자 평균 월급은 285만원 수준이다. 그 중 절반은 200만원 이하의 봉급을 받는다. 많은 취업준비생들이 더 많은 연봉을 받기 위해 올라가지 못할 나무에 매달리고 있는 형국이다. 대졸자의 절반이상이 비정규직으로 근무하고 있다는 통계도 있다. 우리나라의 왜곡된 임금구조에서 고임금을 받는 대기업 정규직 근로자의 이익은 결국 중소기업과 비정규직의 저임금에 따른 반사 이익에서 온다는 불편한 진실도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이다.

코레일의 시설유지보수업무를 위탁받아 수행하는 코레일테크는 올해 초 개통한 강릉선의 대관령 터널 방제설비를 일시적으로 맡았다. 코레일의 정규직화 대상 업무를 한시적으로 위탁 운영하는 것이라 비정규직을 고용할 수밖에 없었다. 월 200여만 원의 보수를 받는 자리지만 기간제(비정규직)이기 때문에 현재까지 5번의 모집에도 인원을 채우지 못하고 있다. 구인난의 심각성을 직접적으로 느끼고 있는 현실이다.

반면 최저임금을 받는 철도건널목경비업무 종사자와 전기통신시설 유지보수종사자는 작년 7월 이전에는 연간 이직률이 20%를 넘었으나 정부의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방침이 발표된 이후에는 이직률이 약 1%에 그쳐 고용이 급격히 안정되고 있다. 이런 사례들은 비정규직 운영으로 인한 고용 불안이 심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정부의 공공부분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방침에 따라 코레일테크는 7월 1일과 8월 1일자로 각각 코레일의 사옥관리 인력 287명과 철도역 청소업무 담당자 192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 코레일은 그동안 22개 민간회사에 위탁용역으로 수행(비정규직)하던 것을 자회사인 코레일테크에 일괄 위탁했다. 기존에는 코레일에서 경쟁입찰을 통해 민간회사에 3년 주기로 용역을 계약했다. 같은 일을 계속하면서도 입찰 재계약시 마다 회사가 달라져 고용이 불안했다.

뿐만 아니라 퇴직금 누적이 어려웠고, 회사는 이윤을 남겨야 하기에 직원들의 임금과 복지에 소홀한 측면도 있다. 그러나 자회사인 코레일테크에 장기적으로 위탁함에 따라 일정부분 호봉실적도 반영하고 후생 복지 또한 기존 정규직과 비슷한 수준으로 적용될 예정이다.

코레일이 이제나마 단순 업무를 하는 직원들에게까지 고용을 안정시키고 어느 정도 임금을 보전해 준 것은 획기적인 일이다.

이제 우리사회도 최저임금수준의 비정규직 근로자들을 돌아볼 때가 됐다. 최근 중소기업이 문을 닫거나 폐업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반면 대기업은 큰 영업이익으로 확장일로에 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고용을 안정화시키고 보수와 복지수준을 조금이라도 끌어 올려 소득 불균형을 해소한다. 결국 전체 국민의 평균소득수준을 높이는 것이다. 이번 코레일의 청소 환경경비업무의 자회사 위탁은 공공부문에서부터 시도하는 정규직화의 마중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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