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시장제도와 환경규제 강화로 투자비 못 건질 수도
전문가들, “신규 건설이든 리파워링이든 적정믹스는 유지해야”

고성하이화력 건설 현장 전경.
고성하이화력 건설 현장 전경.

그동안 정산조정계수라는 일정 투자보수율을 보장받아 금융권에서도 안정적인 투자처로 여겨져 왔던 석탄발전사업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산업부 주관으로 한전, 전력거래소, 발전사 등이 참여한 정산조정계수 TF가 구성돼 5차례에 걸친 회의를 통해 한전과 발전사 간 적정 투보율 격차 산정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민간석탄발전사가 참여한 비용평가실무협의체가 구성돼 아직 사업 초기 단계임에도 불구하고 사업비의 적정성을 따지고, 앞으로 건설·투자비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모색했다.

발전공기업과 민간석탄발전의 정산조정계수와 표준투자비 산정 논의를 시작한 건 미세먼지 이슈로 인해 석탄발전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은데다 에너지전환 과정에서 한전의 재무건전성 악화가 불가피해 이를 만회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더욱이 일부 프로젝트의 경우 투자비조달 단계에서 시민사회 진영이 직접 금융권과 산업부를 상대로 법적 소송을 제기하는 등 전방위로 압박하고 있어 향후 석탄발전소 건설 투자비에 대한 장기 불확실성이 커질 것으로 예측된다. 일각에서는 향후 투자금 회수조차 어려울 수도 있다는 암울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민간석탄발전소 수익률 산정 기준= 민간석탄발전소는 당초 정부승인차액계약제도(이하 베스팅계약)를 전제로 발전소 건설과 투자가 이뤄졌다. 베스팅계약이란 전력거래소를 거치지 않고 정부 규제 아래 이해당사자들끼리 정산계약을 맺는 방식으로, 시장가격(SMP)과 관계없이 계약가격으로 정산되는 제도다.

하지만 발전공기업과 마찬가지로 한전과의 투자보수율 격차인 정산조정계수가 민자석탄발전에도 적용되면서 발전설비에 대한 효율적인 운영과 상관없이 일정 수준의 적정투자보수율만 보상받게 됐다.

수익률 산정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게 표준건설비 기준이다. 업계 예상투자비 대비 정부 표준투자비가 낮게 나오면 사업수익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정부는 아직 건설투자비 표준을 정하지 못했지만, 현재 진행 중인 민간석탄발전사업 별로 어디까지 건설투자비를 인정할 것인지 논의하고 있어 그 결과에 따라 향후 금융권 자금조달의 성사가 결판날 것으로 예상된다.

최초의 민간석탄발전소로 지난해 준공한 GS동해전력(GS E&R, 동서발전, 삼탄)의 북평화력은 총 사업비 2조 3000억원 중 1조 5500억원을 산업은행이 주선해 PF를 받았지만, 이미 발전소가 가동 중이어서 그나마 상황은 나은 편이다.

고성그린파워(SK가스, SK건설, 남동발전, KDB 관련 펀드)의 고성하이화력도 총 사업비 5조 2000억원의 80%에 달하는 4조 3400억원을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이 공동주관사로 참여한 가운데 PF를 일으키는 데 성공해 현재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하지만 표준건설비를 어디까지 인정하느냐에 따라 향후 수익성이 결정돼 금융권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강릉에코파워(삼성물산, 남동발전 등)의 안인화력발전소 역시 5월 중에 PF가 예정돼 있는데 이 사업은 표준투자비 산정뿐만 아니라 금융주선 주간사은행인 KB국민은행과 환경단체와의 갈등을 겪고 있다. 총 사업비 5조6000억원 중 약 80%에 달하는 4조5000억원을 PF로 조달할 계획인 가운데, 현재 막바지 단계로 주주사별로 이사회 의결을 준비 중에 있다.

국내에서 마지막 신규석탄발전소가 될 것으로 전망되는 포스파워(포스코에너지)의 삼척화력발전소도 총 사업비 4조6000억원이 투자될 예정인 가운데, 현재 KDB산업은행과 PF를 위한 세부 협의를 진행 중에 있다.

◆신규 석탄 금융제공 방지해야 VS 적정 전원믹스 위해선 필요= 사단법인 기후솔루션‧녹색법률센터‧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환경보건위원회‧삼척석탄화력발전소반대투쟁위‧환경재단 미세먼지센터 등으로 구성된 삼척화력 건설저지 시민소송단은 지난 3월 30일 KDB산업은행과 산업부를 상대로 금융 주선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과 전원개발 실시계획승인 취소소송을 냈다.

산업은행이 대표적 미세먼지 배출원인 석탄발전사업에 앞장서 투자를 유치하고 수수료 수익을 챙기는 것은 공적 금융기관으로서 국민 이해와 어긋나는 데다 향후 전력시장 정산제도 변화 시 투자사업 자체가 좌초자산화될 우려가 높다는 이유에서다.

세계적으로도 이러한 추세는 뚜렷하다. 노르웨이 국부펀드가 석탄 기업에 대한 투자 중단을 결정한 이후 세계 금융기관들도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석탄투자 중단 방침을 세우면서 석탄에 대한 투자가 현격히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상당수의 에너지전문가들은 원별 적정 믹스가 중요하다며 신기술이 나올 때까지는 석탄발전 비중을 어느 정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 발전사 관계자는 “석탄발전도 물기가 있는 석탄을 떼면 먼지가 적게 나오고, 암모니아를 많이 사용하면 질소산화물(NOx)이 적게 배출된다. 황산화물(SOx)도 석회석을 이용하면 배출을 줄일 수 있다”며 “특히 신규 석탄발전소는 5000억원 넘는 돈을 들여 최신 환경설비를 구축해 대기오염물질을 최소화하고 있는 만큼 무조건 석탄발전소는 안 된다는 인식보다는 환경적인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또 “원자력과 석탄의 대안으로 가스발전이 거론되는데 가스는 가격 변동성이 워낙 높아 에너지안보에 불안요소가 크다”며 “신재생 등 신기술이 개발·보급되기 전까지는 노후발전설비라도 폐지하기보다는 가동은 안 하더라도 최소 인력과 비용을 들여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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