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문회사 선정 앞두고 김앤장·율촌·태평양 등 대형로펌 관심 증폭

우리 정부가 국가 간 전력계통을 연결하는 동북아 슈퍼그리드에 상당히 적극 나서고 있는 가운데, 가장 먼저 중국과의 전력계통 연계가 추진된다.

전력업계에 따르면 한전은 한·중 전력계통 연계를 위한 SPC 설립을 추진 중이며, 본격적인 사업 착수에 앞서 다음주쯤 자문기관 선정을 위한 공고를 낼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지난 연말 수립한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한-중-일, 한-러 송전망 구축을 통해 극동 시베리아 및 몽골 고비사막의 청정에너지를 동북아 국가가 공동 사용하는 동북아 슈퍼그리드를 공식적으로 명시했다. 또 추진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해 공동해양조사와 자금조달 등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많은 전문가들은 당초 남한-북한-러시아의 전력망 연계가 추진될 것으로 전망했다. 러시아가 워낙 에너지수출에 적극적인 협상자세를 보이고 있는데다 대북한 전력지원 문제와도 연계되는 사안 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 북한 리스크가 완벽히 해소되지 않은 만큼 북한을 경유하지 않고 해저케이블로 중국과 연계하는 한·중 계통연계를 먼저 추진키로 한 것으로 풀이된다.

물론 국가 간 계통을 연계하는 게 생각처럼 단순한 작업이 아니다. 엄청난 투자가 수반돼야 해서 파이낸싱과 리스크헤징이 필요하고, 일반 제품처럼 전력을 수출하고 수입하는 것이어서 일종의 전력연계망사업자도 필요하다. 이번에 설립되는 SPC도 일종의 전력연계망사업자 역할을 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또 동북아슈퍼그리드는 단순히 전력망 연계가 아닌 전력시스템을 연결하는 것이어서 각국의 지분과 시장, 가격 등 고려해야 할 요소도 많다. 그래서 법률과 컨설팅이 조화된 자문회사가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이번 한·중 전력계통 연계를 위한 SPC 자문회사 입찰에는 대형로펌과 컨설팅 회사들이 대거 나서고 있다는 후문이다. 현재는 한·중 두 나라 간의 계통연계만 추진되지만, 앞으로 일본과 러시아, 몽골 등과 연계가 확대될 경우 먹거리가 많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법무법인 상위 10위권 이내 기업 중 상당수가 수주전에 뛰어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앤장, 율촌, 태평양, 광장 등 내로라하는 로펌들이 적극적인 관심을 갖고 컨설팅업계, 연구기관, 학계 등과의 컨소시엄을 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동북아 슈퍼그리드의 가능성을 놓고는 전문가들 간에도 의견이 엇갈린다.

얼마 전 고려대에서 열린 한 토론회에서 신각수 CSDLAP 고문(전 외교부 차관)은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이 찾아와서 동북아 슈퍼그리드에 대해 협력을 요청한 적이 있다”며 “한반도와 동북아를 둘러싼 치밀하고 세밀한 전략을 짜서 대응하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김정환 ADB 동북아 전력연계전략사업 한국조정관도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처음 명시될 정도로 우리 정부는 동북아 슈퍼그리드에 상당히 적극적”이라며 “다만 각국의 동북아슈퍼그리드는 단순히 망 연계가 아닌 전력시스템을 연결하는 것이어서 각국의 지분과 시장, 가격 등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다”고 밝혔다.

회의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 이상훈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 소장은 “동북아 국가 간 전력망 연결 논의는 전력수급안정성, 발전설비 활용 최적화, 재생에너지 잠재력 개발, 재생에너지 변동성 완화 등 다양한 명분과 목적하에서 십수 년간 논의가 지속됐다”며 “하지만 지역에너지협력의 경험 부족, 경제성, 정치적 불안정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매우 더디게 진행돼 왔고, 그 가능성도 낮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성수 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정책실장도 “고비사막에 태양광을 설치해 값싸고 깨끗한 재생에너지를 망으로 연결해 국내로 들여온다는 게 매우 이상적으로 보이지만, 네트워크는 시장과 상품의 문제만이 아니라 전압과 주파수 등 기술적인 문제도 중요해 현재로서는 회의적”이라고 지적했다.

송호승 한전 부장도 “동북아 슈퍼그리드 사업은 정부의 정치·외교적인 뒷받침이 필수인 데다 기술적인 측면에서 쉽지 않다”며 “영국과 네덜란드 간 전력연계도 7년이나 소요될 정도로 오랜 기간 협상이 이뤄졌고 기술적으로도 최대로 보낼 수 있는 양이 전력량으로 환산하면 1GW 정도에 불과해 설비용량이 100GW가 넘는 우리나라로서는 충분한 예비력을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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