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두영​ (주)데이비드스톤 대표이사
허두영​ (주)데이비드스톤 대표이사

세대별로 일을 하는 이유가 조금씩 다르다. 전통 세대는 “먹고살려면 뭐든 해야죠.” 베이비붐 세대는 “돈과 명예를 위해서 하는 거죠.” X세대는 “직장에 다니는 것만으로도 만족하죠.” 정도라면. 요즘 것들은 “의미 있고 좋아하는 일이니까요.”라고 한다. 기성세대와 궤를 달리한다. 요즘 것들이 어려운 취업의 관문을 통과해 직면하는 업무 상황은 기성세대와 비교해 많이 바뀌었다. 베이비붐 세대의 평균 학력이 고졸이던 것과 비교해 요즘 것들은 대졸자만 80%에 육박한다. 시대가 변해 산업은 바뀌었지만, 업무는 큰 변화 없이 학력 수준만 높아졌다. 여기서 업무에 대한 회사의 요구와 요즘 것들의 기대 사이에 불일치가 발생한다.

“내가 이런 일을 하려고 스펙을 쌓았나?”라고 묻는 요즘 것들의 눈높이를 충족시킬 만한 직무는 많지 않다. 업무의 가치와 의미를 따지면서 허드렛일에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요즘 것들을 위해 일에 대한 의미부여가 필요한 대목이다. 보스턴대 마이클 프랫 교수에 따르면 일에서 의미를 찾는 경우는 세 가지 경우다. 하는 일이 내 가치나 믿음과 일치하고, 다른 사람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회사의 비즈니스에 도움이 된다고 믿을 때다. 리더는 요즘 것들이 일에서 의미를 찾도록 연결(Link), 기여(Contribute), 체험(Experience) 세 가지를 도와야 한다.

첫째, 일의 가치를 명료하게 하고 개인의 가치와 연결(Link)하게 한다. 요즘 것들의 하는 일이 개인의 가치나 믿음과 연결된다고 느끼게 하기 위해서는 업무 가치와 개인 가치의 접점을 찾아야 한다. 세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회사의 가치에 맞는 직원을 채용해야 한다. 개인 가치는 교육으로도 바꾸기 어렵기 때문이다. 반도체 장비 회사 램리서치코리아는 오로지 적성과 핵심가치를 기준으로 신입사원을 채용한다. ‘거꾸로 면접’이라고 해서 CEO가 가장 먼저 지원자를 인터뷰한다. 다음으로 조직의 비전과 가치를 명확히 해야 한다. 미국 빌딩 전문 건축설계회사 팀 하스가 좋은 사례다. 미션은 “우리는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해 존재한다.” 핵심가치는 “엑스트라 마일을 실천하라.” “보고를 잘하라.” “반드시 당일에 리턴 콜과 이메일을 하라.”이다. 마지막으로 직원 스스로 개인 가치를 구체화해야 한다. 리더는 요즘 것들이 미션과 가치를 찾도록 돕고, 이를 기반으로 경력 상담 및 대화를 수시로 해야 한다.

둘째, 업무에 가치를 부여하고 기여(Contribute)하고 있다고 느끼게 한다. 내가 하는 일이 다른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믿을 때 일의 의미를 찾는다. 이를 위해 리더는 요즘 것들이 실제 다른 사람에게 기여한다고 느끼도록 도와야 한다.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은 2차 대전 때 미국 정부를 위해 비밀리에 특수 프로젝트를 맡아서 엔지니어를 이끌었다. 엔지니어들의 업무는 지겨운 계산 작업을 수없이 하는 것이었다. 작업은 형편없었고 실수를 남발했다. 파인만은 엔지니어들의 업무에 의미를 부여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엔지니어들에게 2차 대전을 승리로 이끌 원자폭탄을 개발하는 세계사적인 일을 하고 있다고 이해시켰다. 생산성이 10배 이상 향상되었고, 실수도 현저히 줄었다. 리더는 자신의 업무에 의미를 부여해 재해석할 수 있어야 하며, 요즘 것들이 업무를 의미 있게 재해석하도록 도와야 한다.

셋째, 일의 본질을 파악하고 직접 체험(Experience)하게 한다. 내가 하는 일이 회사의 비즈니스에 도움이 된다고 믿게 하기 위해서는 내 의견이 실제 비즈니스에 반영되는 것을 체험하도록 도와야 한다. 필자는 인재개발(HRD) 분야에 발을 내디딘 후배 직원에게 이런 얘기를 종종 했다. 검사, 판사, 의사와 우리의 고객을 비교한다. 전문성이 높은 판사, 검사, 의사일수록 흉악범, 난치병 환자를 고객으로 만난다. 하지만 우리가 만나는 고객은 사회적으로 엘리트 계층이다. 심지어 그들을 가르치고 컨설팅한다. 교육을 통해 사람을 변화시키고 조직의 성과를 돕는 일을 한다. 후배 직원은 재해석한 업무에 대해서 제법 설득력 있게 받아들였다. 큰 프로젝트에 관찰자로 참여, 조직문화 혁신 활동 참여, 주니어 보드 활동 등을 통해 요즘 것들이 큰 그림에서 자기 일을 보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리더는 요즘 것들이 자율성을 가지고 직접 체험하고 느끼도록 도와야 한다.

요즘 것들에게 일에 대한 의미 부여를 하기 위해서는 전제되어야 할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리더는 요즘 것들이 현실을 직시하도록 솔직하게 소통해야 한다. 업무의 명과 암을 명확하게 전달해야 한다. 다른 하나는 리더 스스로 업무에 대해 몰입과 동기부여가 되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요즘 것들이 일에 대한 의미 부여에 대해 수용적일 수 있다. 또 자신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스토리를 통해 일에 의미부여 할 수 있는 설득 프레임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리더는 이야기꾼(Story Teller)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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