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에 회의만 50번 넘어, 사업자와 ‘신뢰’ 구축 주효”
지분참여・일자리만들기 등 지역에 도움되는 방안 진지하게 고민

태양광 발전사업을 하려는 사람에게 ‘주민 민원’은 큰 골칫거리다. 때문에 발전사업자들은 민원을 ‘얼마짜리가 드는’ 일인지를 두고 골머리를 앓는다. 반면 지역 주민들은 외지인이 삶의 터전에 함부로 들어와 사업을 벌이는 것이 마땅찮다. 철원 두루미 태양광 발전 사업은 이런 풍토에서 유의미한 대안을 던진다. 아직 과정 중에 있지만 태양광 발전소 조성을 마을 활성화 사업으로 활용하는 모델이 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철원군 갈말읍 행복산촌텃골마을의 김도용 이장을 만났다.

“(발전소를 짓기 위해 주민을 설득하는 게) 알고 나면 쉽지만 모르면 한 없이 어렵죠. 무턱대고 발전소를 짓는 게 주민한텐 능사가 아니니까요.”

태양광 발전소 건설에 대해 주민 전체의 동의를 얻어낸 비결이 무엇이냐 묻는 기자에게 김도용 이장은 “1년 2개월 동안 주민들과 업체 간 토의가 꾸준히 이뤄졌기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단숨에 이뤄진 사업이 아니란 얘기다.

“짧은 시간 내에 빠르게 주민 동의를 얻어가려는 사람들을 경계했어요. 마을 회관에 앉아있다보면 하루에 2~3명씩은 꼭 말끔하게 차려입은 사람들이 와선 발전소 얘기를 꺼내더군요.”

지난해 유난히 많은 사업자들이 마을로 찾아와 태양광 발전사업에 대한 문의를 해오면서 김도용 이장은 태양광 발전소의 인기를 체감했다. 기왕에 발전소가 들어온다면 주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사업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많은 업체들 중 레즐러가 눈에 띄었던 건 지역에 도움이 되는 방안을 진지하게 고민했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마을에 일정금액을 기금으로 내놓는 것은 마을 입장에서 한시적 혜택일 뿐이라는 얘기를 이해하더군요.”

이렇게 해서 나온 방안이 주민 지분참여, 일자리 만들기, 스마트 빌리지 조성 같은 것들이다. 김 이장은 태양광 발전소가 사업자의 이익추구에만 그치지 않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분명하게 전달하며 레즐러와 주민들 간 협의를 끌어내려고 노력했다.

“1년에 주민들과 사업자가 함께 모이는 회의를 50번 넘게 했어요. 발전사업을 반대하시는 분부터 사업이 정말 마을에 도움이 될지 의심하는 분까지 모두의 의견을 들어가며 해결책을 찾으려고 한거죠. 회의가 진행될수록 평소 발언을 안 하시던 분들도 의견 개진에 적극적이게 됐죠. 생각이 다르다고 의견을 묵살하지 않고 수렴하니까요.”

김 이장은 주민들이 직접 발전소의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면 발전소가 들어와도 마을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이를 위해 마을 주민 간 뿐 아니라 사업을 시행하려는 레즐러와도 오랜 토론의 시간이 필요했다.

“지역 주민들이 태양광 발전 사업을 반대하는 이유는 난개발 우려 때문입니다. 분양업자도 달가워하지 않아요. 분양업자 입장에서는 마을발전기금으로 얼마간 금액을 내놓고 발전소를 지어 분양을 하면 그것으로 그만이기 때문이에요. 당장 주민들은 발전소를 옆에 두고 살아가는 당사자인 만큼 발전기금을 받았다고 모든 게 해결되는 입장이 아닙니다.”

행복산촌텃골마을은 70대 이상 인구가 85%에 달한다. 전체 64가구, 총 155여명의 주민이 산다. 어르신들이 많은 만큼 처음엔 태양광 발전소 건설을 설득하는 것도 큰일이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20년 간의 안정적인 수익구조가 생긴다는 게 매력으로 작용했다. 김 이장은 이 과정에서 발전사업자인 레즐러와 ‘신뢰’를 쌓아갔던 것이 주요했다고 상기했다.

“협의를 계속해나가면서 처음엔 발전소 건설에 무조건 반대를 외치던 주민들도 점차 우호적인 태도를 갖게 됐습니다. 사업자에게 일방적으로 갖던 불신도 조금씩 옅어졌죠. 앞으로도 사업을 진행하기 위한 여러 작업이 남았지만 지금처럼 업자와 주민 간 신뢰가 유지된다면 사업도 원활히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얘기를 귀담아 듣는거죠. 여전히 레즐러 측에선 일주일에 한번 씩 우리 마을을 찾아 사업논의를 합니다.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만큼 계속 대화를 통해 보완할 점을 찾아가는 중이죠.”

김 이장은 “지난 1년 2개월 태양광 발전소를 논의하는 기간 동안 레즐러 관계자들과 식사를 한 것은 한 번 뿐”이라며 웃었다. 발전사업자와 신뢰를 쌓아온 건 맞지만 사업 파트너로 긴장 관계도 유지하면서 적당한 거리를 가지려 노력했다는 얘기에서 철원 두루미 발전소 사업에 대한 기대가 더해질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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