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너지公, 주요자재 조달청 의무구매 방침
제조사, 영업비밀인 제품價 공개에 등록 부담

정부의 주택 태양광 보급 사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 예년이었다면 한창 신청과 시공 상담 등이 이뤄질 때지만 올해부터 발전설비 설치에 필요한 주요자재를 조달청에서 일괄구매하도록 하면서 사업에 제동이 걸린 양상이다.

한국에너지공단은 올해 주택태양광 사업에서 시공업체들이 설비 설치 시 모듈과 인버터 등 주요자재를 조달청 쇼핑몰에서 사도록 의무화했다. 기존에는 업체들이 알아서 제조업체의 제품을 선택했지만, 이 때문에 시공비가 터무니없이 많이 나와도 소비자는 모듈과 인버터의 정확한 가격을 알 수 없다는 문제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감에서도 해당 문제가 언급되자 공단은 태양광 보급 시장의 환경을 건전하게 조성하기 위한 방침으로 조달청을 통해 주택 태양광 사업 주요 자재를 조달한다는 방침을 내놨다.

하지만 계획과 달리 제조업체들은 조달청 제품 등록을 꺼리는 분위기다. 영업비밀인 제품 가격이 공개되는 데다 한 번 가격이 매겨지면 민수시장에서는 해당 제품의 가격을 할인해 팔 수 없다는 점 때문이다.

작은 업체일수록 선뜻 사업에 참여하기 어렵다는 점도 지적된다. 대기업은 제품 라인이 다양해 제품 하나를 선정해 조달청 나라장터에 등록하더라도 민수시장에서 팔 수 있는 다른 상품이 많은 반면 작은 업체는 조달청에 등록할 수 있는 제품이 다양하지 않아 제품 등록에 부담을 느낀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중소기업들은 대기업이 먼저 조달청에 제품등록을 하길 기다리는 형국이다. 사업에 이왕 참여하기로 결심한 이상 대기업이 제시한 제품 가격보다는 낮은 가격을 제시해야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한 인버터 업체 관계자는 “이런 제도를 도입하기 이전에 제조업체들과 먼저 상의를 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며 “현재로서는 조달청에 제품 등록을 한다 해도 결국 시공업체들은 최저가의 제품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 제품 품질 경쟁도 제대로 이뤄질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공단도 사업 시작이 예상보다 늦어지자 난처한 표정이다. 사실상 다수공급자계약(MAS) 시장이 열릴 수 있는 조건인 '3개 이상의 업체 참여'도 이끌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공단 측은 "제조업체들에 조달청 제품 등록을 통한 사업참여를 독려하고 있지만, 시장 참여는 기업의 선택이므로 강요할 수 없는 부분이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조달청 제품 등록과 관련한 기업들의 애로사항을 파악하고 있다"면서도 "소비자들의 이익침해를 방지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인만큼 올해 시행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개선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공단은 이달 말까지는 일부 제조 업체가 조달청과 가격협상을 끝내고 제품 등록을 마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5월경부터는 나라장터 쇼핑몰에서 시공업체가 태양광 모듈과 인버터를 구매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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