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차 확산 위해선 세금·구입비 지원 뿐 아니라 충전인프라 국민 이해증진 병행해야

지난 12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친환경차의 미래를 위한 정책 컨퍼런스'에서 로빈 렌(Robin Ren) 테슬라 아시아-태평양 지역 부사장이 기조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12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친환경차의 미래를 위한 정책 컨퍼런스'에서 로빈 렌(Robin Ren) 테슬라 아시아-태평양 지역 부사장이 기조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전기차 등 친환경차가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대안이라는 데 국내·외 정부 및 기업 관계자들이 한 목소리를 냈다. 전기차 보급 확대의 조건으로 세금이나 구입비 보조 등 정책적 지원 뿐 아니라 충전인프라 확대, 국민들의 이해 증진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환경부와 한국환경공단은 지난 1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친환경차의 미래를 위한 정책 국제컨퍼런스를 개최했다.

‘Green Car for All’을 주제로 열린 이날 컨퍼런스에서는 로빈 렌(Robin Ren) 테슬라 아시아-태평양 지역 부사장의 기조강연을 시작으로 영국과 프랑스, 노르웨이 등 해외 주요 국가의 친환경차 정책과 기업들의 기술 동향 등을 소개하는 시간이 마련됐다.

로빈 렌 부사장은 기조강연에서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친환경차 확대의 조건으로 전기차 판매 의무화, 배출규제 등의 정책적인 측면(공급), 성능 측면에서 최선의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산업 측면(수요), 충전소와 자율주행 지원 등 인프라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책적인 지원과 기술 혁신을 위한 인센티브, 구매자의 선택권 확대 등의 요소도 언급했다.

이어 배터리 시장 및 기술 동향을 발표한 홍정진 LG화학 상무는 전기차를 사업초기의 1세대 형태와 현재까지의 2세대 모델, 앞으로의 3세대로 구분하고, 미래 전기차 시장은 주행거리 500km 이상의 프리미엄 모델과 차량 가격에 중점을 둔 500km 이하의 경제성 모델로 나뉠 것으로 전망했다.

홍 상무는 지금까지의 EV 배터리는 얼마나 오래, 멀리 갈 수 있는지가 평가의 중심이었다면 앞으로는 ▲100kWh 이상의 대용량 ▲20분 이내 충전으로 400km 주행 ▲경량화(차량 전체 무게의 20% 미만) 등이 각광을 받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영국 측 연사로 나선 제이 내글리(Jay Nagley) 자동차 투자 집단(Automotive Investment Organization) 연구개발 전문가는 연간 270만개의 엔진을 생산하고 있는 영국 자동차업계의 입장에서 전기차는 새로운 시장 창출의 열쇠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를 위해 지난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영국 정부가 EV 기술개발을 위한 매칭펀드, 기금 등 35억 달러 이상의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고도 했다.

그는 “영국은 EU국가 중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부문 2위, 순수 전기차 3위를 차지하고 있는 중요한 시장”이라면서 “세계 최고수준의 대학 등 연구기반, G7에서 가장 낮은 법인세, 포뮬러 원 등 세계에서 가장 진보된 자동차 솔루션 등이 EV 시장에서 영국의 중요한 경쟁 포인트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프랑스의 e-모빌리티로의 전환; 파리의 현황 및 통계’를 주제로 발표를 진행한 알리아 벨로에스(Alia Verloes) 국제 비즈니스 개발자는 “운송은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30%를 차지하는 에너지 전환의 중요한 분야다. 프랑스에선 1990년 이후 온실가스 배출이 늘고 있는 유일한 부문”이라며 “이에 프랑스는 2017년 통합 에너지 및 기후 정책을 세워, 오는 2040년까지 가솔린·디젤 차량 판매를 종료하기 위한 예산과 세금 인센티브, 공적자금 지원 등 새로운 규정을 채택했다”고 말했다.

그는 오는 2020년까지 전기차 200만대와 충전인프라 3만6000기 보급키로 한 프랑스 정부의 계획을 소개했다. 이어 프랑스 시민 5000여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기차에 대한 인식조사 결과 전기차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인식에 비해 관련 혜택에 대한 이해도는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노르웨이 오슬로시 도시환경청의 스튜어 포트빅(Sture Portvik) e모빌리티 리더는 “오슬로시의 온실가스 배출량의 61%가 교통부문에서 발생했다. 이를 줄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운송수단의 친환경화를 촉진하는 것 뿐이었다”며 “이에 지난 2008년 오슬로 시의회는 EV 도입 등을 골자로 한 ‘오슬로 솔루션’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그는 화석연료에 높은 세금을 부과하는 대신 전기차에는 세금이나 수수료를 매기지 않음으로써 전기차 구입 시 최소 1만 유로 이상을 절약할 수 있도록 했다고 강조했다. 가솔린이나 디젤차량보다 싼 가격에 전기차를 구매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유료도로와 주차장 등을 무료로 이용하는 것은 물론 1300개의 길거리 충전소와 공공장소에서 이용할 수 있는 충전소 2000여곳을 운영하는 등 오슬로를 세계 최대 규모의 충전인프라를 갖춘 도시로 조성했다는 말도 전했다. 오는 2020년까지 인프라를 두배 이상 증설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그는 전기차가 성공하기 위한 조건으로 ▲저렴한 구매가격 ▲저렴한 이용료 ▲편리한 사용(충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자가용 전기차 뿐 아니라 다양한 교통수단이 친환경적으로 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놨다.

한편 이날 컨퍼런스에는 환경부, 한국환경공단, 지자체 등의 친환경차 보급 정책 담당자들과 민간 제조업계 관계자, 미국·영국·프랑스·노르웨이·중국 등 해외 주요국의 정부·기업 인사들이 참석해 각 국 및 기업의 친환경차 보급 전략과 기술개발 동향 등을 공유했다.

김종률 환경부 대기환경정책관은 “우리나라 뿐 아니라 세계 대부분의 나라들이 온실가스와 미세먼지 등의 환경 이슈를 갖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르웨이는 오는 2025년부터, 영국과 프랑스 등은 2040년부터 친환경차만을 판매하는 정책을 수립, 추진 중”이라며 “우리 정부도 지난해 1만4000대의 친환경차를 확산하는 등 현재까지 2만5000대 가량의 친환경차 보급에 성공했다. 올해에도 2만8000대, 추경시 3만2000대 정도의 친환경차를 보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정책관은 “이러한 노력을 통해 미세먼지 등의 문제를 5년 안에 해결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국민 여러분과 각국의 전문가들의 조언, 정책 제안, 노력이 있다면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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