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증이란 무엇일까? 통증의 사전적인 의미는 ‘아픈 증세’다. 의학적으로는 통각수용체를 가진 신경이 자극을 받아 일어나는 반응을 의미한다. 온도 차, 물리적 자극 또는 화학적 자극 등 통증의 원인은 매우 다양하다.

한의학에서 또한 통증의 원인에 대한 고찰이 오래 전부터 있었다. 대표적인 개념은 ‘불통즉통 불영즉통(不通卽痛 不營則痛)’이다. 한의학의 고전인 황제내경에 등장하는 말로 '막혀서 통(通)하지 않으면 아프고, 영양 공급이 원활하지 못하면 아프다'는 의미다.

확실한 과학적 근거가 뒷받침되어야 정설로 인정받는 최첨단 의학의 시대에 구닥다리(?) 황제내경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썩 내키지는 않지만, 임상에서 통증으로 고생하는 환우들을 치료하다 보면 통증의 원인을 ‘不通卽痛 不營則痛’이라 지목한 고대인들의 통찰력은 아주 놀라운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不通’이라는 단어는 문자 그대로 ‘통하지 않는다. 막혀있다’는 의미다. ‘不營’은 ‘영양하지 못하다’는 뜻이다. 고대인들은 통하지 않고, 영양공급이 안되면 통증이 발생한다고 인식한 것이다.

그렇다면 통하지 않고 영양공급이 안 되는 상태를 지금의 관점으로 생각해보면 어떤 상황일까? 피부에 상처가 나면 혈액의 흐름이 제한되고 상처 부위에 혈액 공급이 제한되면서 영양공급 또한 제한된다. 암 덩어리가 너무 커지면서 정상조직을 압박해도 비슷한 상황이 발생한다.

조금 더 이해하기 쉬운 상황을 설정해 본다면, 고무줄로 한쪽 팔을 강하게 묶어 놓으면 혈액순환이 안 된다. 처음에는 저리고 감각이 둔해진다. 시간이 지나면서 통증이 발생하게 되고, 오래 지나면 조직이 괴사될 수도 있다.

‘不通卽痛 不營則痛’이라는 단어가 통증이 발생하는 기전을 상세하게 설명하지는 못하지만 인체에 통증이 발생하는 상황들의 공통분모에 대한 매우 훌륭한 식견이라 생각한다. 인체의 기능이 제한되는 환경이 만들어지면 결국 혈액이나 림프액 등의 정상적인 체액의 순환이 제한되며 체액을 통한 영양공급 또한 제한되고 이러한 환경이 만들어지면서 통증이 발생한다.

인체 내에서 기능이 제한되는 환경은 ‘균형’이 무너질 때 발생한다. ‘균형’이 무너지면 인체는 중력에 대항하여 인체를 세우기 위해 한쪽의 ‘근육’이 강화되고 다른 부위의 근육은 약해진다. 통증은 이러한 환경에서 발생한다.

오랜 기간 임상을 하면서 느낀 것은 매우 다양한 양상의 통증들이 ‘척추와 골반의 균형’을 회복시키면 호전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척추와 골반의 균형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어 보이는 허리통증의 경우, 균형을 바로잡는 것이 통증의 경감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척추 수술 전문병원에서도 도수치료 등을 통해 균형을 회복시키는 치료를 권장하곤 한다. 하지만 허리통증 뿐 아니라 무릎, 어깨, 손목 등의 여러 관절부위의 통증, 그리고 심지어는 암성통증 등의 난치성 통증들 또한 척추와 골반의 균형을 회복시키면 보다 원활하게 통증을 조절할 수 있다.

암성통증은 통증 중에서도 암 환우가 암 질환으로 인해서 느끼는 통증을 의미한다. 국내 연구에 따르면 암 환우에게서 통증까지 유발될 확률은 52~80%에 이른다. 특히 진행성 암 환우의 약 70%가 통증을 느낀다고 한다. 그러나 그중 절반 이상의 암성통증 환우가 암성통증을 적절히 관리 받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많은 암 환우들의 경근무늬검사 결과를 보면, 척추와 골반의 불균형이 관찰된다. 진통제에만 의존하기 보다는 적극적으로 척추와 골반의 균형을 회복시키는 운동을 통해 자세를 바르게 하는 노력이 병행된다면 암으로 인한 여러 가지 불편함 들을 보다 원활히 다스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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