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난방公-나주시-지역 주민, 각기 다른 입장에 갈등 ‘증폭’

2017년 10월 31일 나주 빛가람혁신도시 주민 1000여명이 나주 빛가람동 사학연금 앞 광장에서 지역난방공사의 SRF열병합발전소 가동에 반대하는 촛불집회를 열고 있다.
2017년 10월 31일 나주 빛가람혁신도시 주민 1000여명이 나주 빛가람동 사학연금 앞 광장에서 지역난방공사의 SRF열병합발전소 가동에 반대하는 촛불집회를 열고 있다.

나주 SRF열병합발전소 가동을 둘러싼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지역난방공사와 나주시, 지역 주민들 간에 입장 차가 크다.

지역난방공사는 전남 나주시 산포면 신도산업단지에 SRF열병합발전소를 지었다. 인근의 빛가람혁신도시 1만8000세대 주민 8만명(2021년 예정)에게 열을 공급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사업은 극심한 반대에 부딪혔다. 폐기물을 연료로 하는 SRF발전에 대한 주민들의 반발이 컸다. 발전소 가동에 반대하는 주민 1000여명이 나주 시내에 모여 촛불집회를 열기도 했다. 나주시와도 광주 지역 SRF 반입 문제를 두고 공방을 벌였다. 발전소는 지난해 12월 완공됐지만 나주시가 건축물사용승인과 고형연료제품승인을 불허해 가동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역난방공사는 나주시를 상대로 행정심판과 행정소송을 연이어 제기했다.

▲지역 주민들, “SRF 안전성 입증 안 돼”

SRF(Solid Refuse Fuel)는 고형폐기물에서 환경오염 원인 물질들을 제거해 만든 연료를 말한다. 산업부는 SRF가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신재생에너지고 처리 과정을 거치면 유해 물질이 제거돼 인체와 환경에 무해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최근 SRF를 활용한 발전 시설이 늘어나는 추세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SRF 규제가 선진국에 비해 느슨하고 관리가 부실해 안전성을 신뢰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나주 빛가람혁신도시 주민들이 SRF열병합발전소를 반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김권중 나주열병합발전소 SRF 사용 반대 범시민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은 “국내에는 SRF가 배출하는 미세먼지, 악취, 다이옥신 등 요인들에 대해 제대로 된 측정 기준조차 마련돼 있지 않은 등 규제가 허술하다”며 “SRF가 인체와 환경에 무해하다는 말을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지역난방공사와 나주시, 사업 절차 두고 시시비비

지역난방공사와 나주시는 사업 진행 과정에서의 절차상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다. 쟁점은 광주 등에서 들여오는 폐기물 연료 반입 문제다.

지난 2009년 지역난방공사와 나주시 등 전남 지역 6개 시·군, 그리고 환경부는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 자원순환형 에너지도시 조성을 위한 폐기물에너지화사업 업무협력 합의서’를 체결했다. 합의서에는 나주시, 목포시, 순천시, 화순군, 신안군, 구례군 등 전남 지역 6개 시·군에서 배출되는 생활폐기물 연료로 나주의 열병합발전 시설을 운용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2013년 지역난방공사는 나주시에 광주 지역에서 배출된 폐기물로 만든 SRF 반입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나주시는 이에 대해 “우리 시는 (2009년 체결한) 업무협력 합의서를 준수하여 상기 사업이 원활히 추진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예정”이라고 답변했다.

2014년에는 지역난방공사와 광주시가 광주 지역에서 나오는 폐기물로 만든 SRF를 나주 열병합발전소에서 사용한다는 내용의 협약을 맺었다.

나주시 측은 2013년 당시의 답변이 2009년에 합의한 대로 전남 지역 6개 시·군에서 배출된 생활폐기물로 만든 SRF만을 사용하도록 하고 광주에서 배출된 폐기물로 만든 SRF가 반입되는 것에 대해서는 허락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지역난방공사 측은 2009년의 합의는 전남 지역 6개 시·군의 폐기물연료를 사용한다는 것일 뿐 이외 다른 지역에서 나온 폐기물 연료를 사용하면 안 된다는 내용은 없으며, 2013년 당시 나주시의 답변은 반대 의사를 명확히 밝힌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SRF의 처리 정도 또한 쟁점이다. 나주시 측은 수분율 10% 이하로 압축된 성형 SRF를 사용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반면 지역난방공사 측은 수분율 25% 이하의 비성형 SRF를 사용해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꼬인 실타래…사태 장기화 가능성

혁신도시 주민들로 이뤄진 범대위는 열병합발전 연료를 SRF가 아닌 LNG로 전환하라는 입장이다. 김권중 위원장은 “주민들은 우리 지역이 어떤 연료를 쓰는지, 우리가 배출한 쓰레기가 어디에 쓰이는지 등에 대해 의견을 낼 기회조차 갖지 못했다”며 “지역난방공사는 주민투표를 통한 주민수용성 조사를 실시하는 방식으로 주민들 의견에 귀를 기울여야한다”고 말했다.

지역난방공사 측은 부정적이다. 범대위가 주장하는 LNG 연료로의 전환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지역난방공사 측 관계자는 “SRF는 열병합발전에 쓰이는 난방의 주연료 역할, LNG는 보일러에만 쓰이는 보조연료 역할을 하도록 설계했는데 이제 와서 건설이 끝난 발전소를 돌리지 말고 비싼 LNG보일러만 돌리라고 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주민들과 시비를 가리는 것이 아니라 협상을 통해 타협점을 찾는 것이 목표”라며 “앞으로도 계속 대화 노력을 이어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나주시 측은 2009년 맺은 합의대로 전남 지역 6개 시·군에서 배출되는 생활폐기물로 만든 SRF만을 사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역난방공사 측은 이에 대해서도 난색을 표한다. 사업 추진 당시 예상과 달리 협약을 맺은 지자체들에서 가져오는 생활폐기물로 만든 SRF만으로는 난방 수요를 충당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나주시와 지역난방공사의 갈등은 법적 절차를 밟으며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나주시의 발전소 가동 불허 조치에 대해 지역난방공사가 12월 제기한 행정 심판은 수개월이면 결론이 난다. 하지만 1월 제기한 행정 소송은 1심 판결이 나더라도 패소한 쪽에서 불복해 상고하는 경우 수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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