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희 가천대 에너지IT학과 교수
홍준희 가천대 에너지IT학과 교수

논란이 잦아 들고 있다. 싸움도 격렬함이 누그러져 이젠 상대를 제압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같이 어울리기 위한 힘겨룸 정도로 변하고 있는 듯싶다. 생각을 담아 논쟁하게 되니, 상대의 주장을 납득은 못하더라도 듣기는 하면서, 벌어진 사태를 수습하고 다가오는 문제를 해결하는 고민이 시작되고 있다.

그러고 보니, 에너지 전환은 방 안의 코끼리(elephant in the room)였다. 지난 10여년 동안 미뤄온 문제를 이제 말하기 시작한 것이다. 우리가 문제를 애써 외면하고 누군가 이야기할 때까지 책임의 수건을 돌리고 있었던 것이다. 코끼리가 떡하니 방 안에 버티고 있는데도 오랫동안 존재를 무시하거나 애써 외면하다 보니 정말 없는 것처럼 생각해왔던 것이다.

그런데 모두가 문제라고 생각했었으나 말하지 않다가 결국 상황을 인정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온실가스와 에너지효율, 전기요금 등에 관한 우리 성적은 세계 최하 수준으로, 지구 공동체에 무어라 변명하기가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심지어 앞으로 열심히 하겠다는 약속조차 세계 수준에서는 한심한 수준이라, 이것이 열심히 하겠다는 것인지 계속 엇나가겠다는 것인지를 우리 자신조차 헷갈리고 있다.

오늘은 그 중심에 있는 환경부에 대해 말하고 싶다.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올해 국정 운영의 최우선 목표가 ‘국민 삶의 질 개선’이라고 말한 가운데, 환경부는 국민 삶의 질 개선을 위한 2018년 업무계획을 발표했다. 2018년을 환경정책 전환의 원년으로 삼아 4개 과제를 중점 추진하는데, ① 국가 지속가능성 제고, ② 국민 체감 환경질 개선, ③ 국민과 함께하는 환경정책, ④ 환경산업 혁신성장이 그것이다. 그리고 친환경 에너지 공급체계, 지속가능 생산 소비 체계, 통합 물관리 일원화, 미세먼지 저감 대책, 환경 신산업 발굴 및 육성 등을 실질적인 추진과제로 정했다. 실행 의지와 실체는 각론에 있다. 환경 정책의 각론을 보면서 지금, 환경부는 어디 있는지 묻고 싶다.

우선, 방 안의 코끼리 문제에 책임을 다해야 한다. 지난 10년 동안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감축 및 에너지 탈탄소화, 국가 지속가능성 제고, 친환경적 에너지 공급체계로 전환, 미세먼지 및 유해물질 관리 등에 관련된 정책 추진 과정에서 환경부가 보여준 역할은 매우 실망스러운 수준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올 해의 정책에서도 구두선은 보이나, 구체적인 관점과 주장은 보이지 않는다. 주장을 담지 않고 무엇을 한다고 하면, 그 일을 어떻게 이루겠다는 것인가? 그러니 재생발전의 현장에서, 미세먼지의 원인과 해법에서 환경부가 환경에 도움이 못되는 것이다. 초고층 빌딩으로 만들어진 도시가 숲을 지키고, 전원도시가 자연을 더 파괴한다는 역설이 떠오른다.

이 기간 환경부는 책임과 권한을 가진 부처로서 응당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았다. 무기력했으며, 권한과 의무를 주면 늘리고 뺏기면 줄였을 뿐이다. 그 사이 국론은 분열되고 국민은 불안하고 삶은 어려워졌다. 어디로 가야할지 우왕좌왕했다.

실상 신정부 출범과 더불어 환경부에 거는 기대와 맡긴 책무가 과거 어느 때보다 커진 상황이다. 그럼에도 국민들은 여전히 환경부의 목소리를 듣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러니 중요한 정책 사안에 대한 분명한 관점조차 가지고 있지 못하다는 환경부에 대한 질책은 당연한 것이다. 나라가 찬반으로 갈려 관련 부처가 책임을 추궁당하고 기업과 전문가 집단이 돌을 들어 서로에게 던지고 언론이 좌우에서 논쟁하는 사이, 심지어는 지자체마저 옳든 그르든 일단 응급조치를 강구하는 와중에도 환경부는 조용하다. 말하고 있었다고 한다면, 누구에게도 들리지 않는 소리만 내고 있었을 것이다. 이런 면피야 누군들 못하겠는가? 이제 에너지 전환, 환경 전환의 시작점에서 책임부처로서 주장해야할 관점과 의지를 분명하게 말하고, 설득과 논쟁을 마다하지 않으며 책임의 무게와 싸우는 것이 환경부가 응당 해야 할 일이다. 전선에 나오라. 그리고 온 몸으로 싸우라. 그래야 지난 10년의 과오를 덜고 전환의 시대에서 마땅히 해야 할 책임을 다하고, 받아야 할 평가를 온전하게 누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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