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7일 대한전선 등 7개 전선업체 담합 제재
가격차 없는 전선에 최저가 적용, 담합 취약한 산업구조 등 고려해야

공정거래위원회가 입찰 담합 혐의로 7개 전선업체를 제재한 가운데 전선업계에선 이를 두고 산업적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무차별적인 제재라는 하소연이 나오고 있다.

공정위는 7개 전선 제조사에 과징금 160억6천만 원을 부과하고 이들 모두를 검찰에 고발키로 했다고 7일 밝혔다. 제재 대상은 대한전선, LS전선, 가온전선, 넥상스코리아, 대원전선, 서울전선, 일진전기 등이다.

전선업계는 과거부터 잊을 만하면 터져 나오는 담합 적발로 인해 여론의 거센 비난을 받고 있지만 이면을 들여다보면 할 말이 없지 않다. 오히려 반대다.

우선 담합의 유혹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시장 구조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선은 핵심 원자재인 전기동이 국제시세와 연동된다. 절연재료나 주요 설비도 엇비슷해 가격 차이가 거의 나지 않는 독특한 품목이다.

원자재 비중이 워낙 커 그나마 흑자를 내는 기업도 영업이익률은 1% 내외에 불과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기업, 중소기업을 막론하고 원가 구조가 거의 동일하기 때문에 제품 가격 차이 역시 별로 없다”면서 “그러나 전선도 대부분 발주처가 천편일률적으로 최저가 입찰을 적용하기 때문에 기업들로선 적자 수주를 감행하거나 담합의 유혹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공정위가 담합이라고 규정한 과거 입찰에서 정상가격보다 20% 이상 떨어진 가격에 낙찰 받은 사례도 있고, 유찰을 거듭한 끝에 겨우 수의시담으로 계약이 맺어진 경우도 있다.

낙찰을 받고 나서 물량 납품을 거부한 적도 있다. 모두 일반적인 담합에서 찾아보기 힘든 모습들이다.

그동안 적발된 전선 입찰 담합들도 대부분은 폭리는 고사하고 수급 불균형과 장기불황을 타개하기 위한 ‘생계형 담합’이 대부분이다. 일반적인 담합처럼 이익을 내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는 의미다.

여기에 전선업계 담합을 공정위가 인지 시점에 따라 발주처별로 나눠 조사하고 제재하는 패턴을 취하면서 전선 담합이 자주, 여러 번 반복된 것처럼 보이는 것도 일종의 착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시차를 두고 거의 매년 발표하니까 고질적으로 담합을 하는 것처럼 보여지고, 계속 낙인이 찍힌다”고 지적한다.

전선은 대표적인 인프라 산업이다. 이 때문에 전선 시장에 대한 이해없이 천편일률적인 처벌은 기간산업인 전선 업종의 근간을 뿌리째 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또 전선 시장의 특수성을 감안한 입찰제도 개선, 제재 수위 등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공정위 배영수 카르텔조사국장은 7일 브리핑에서 “전선 산업 자체의 특성, 발주처의 업체 제한 등이 종합적으로 작용해 담합이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발주 물량자체가 많지 않고 시점도 비정기적이다. 수주를 못하면 가동을 멈춰야 하고, 과도하게 수주를 하면 납기를 맞추지 못할 수도 있어 담합을 통해 물량을 나누려는 유인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제도개선과 관련해서는 “관·공사 발주 같으면 입찰 개선이 이뤄질 여지가 있는지 볼 수 있는데, 이번 건은 민간기업 발주”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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