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硏 독점적 기술개발 보단 전문기술 보유 민간기업 육성해야”

박종운 동국대 교수는 원자력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원자력 공학자로 유명하다. 지난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과정에서도 건설중단 측에서 활동했다. 공론화 이후 원전비중을 축소하는 에너지전환 정책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박종운 교수를 만나 원자력을 둘러싼 이슈에 대해 들어본다.

“박근혜 정부 때부터 원전축소 정책은 시작됐다고 봐야 합니다.”

박종운 동국대 교수는 이명박 정부에 비해 박근혜 정부 시절 원전비중이 줄어들면서, 원전이 축소됐다고 지적했다. 또 고리 1호기 수명연장을 10년으로 정한 것이 기점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명박 정부시절 1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서 원전비중은 41%였지만, 박근혜 정부의 2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서는 29%로 줄었습니다. 구호만 없었을 뿐이지 원전이 축소된 것은 분명합니다. 또 고리 1호기 수명연장기간도 20년이 아닌 10년으로 못 박았습니다. 20개 원전을 기준으로 수명연장기간이 10년만 줄어도 200원자로-년(reactor-year)이 사라집니다. 현 정부의 에너지전환 로드맵은 박근혜 정부의 정책을 이었고, 신규원전 백지화만 추가됐습니다.”

현 정부가 에너지전환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새로운 활로로 해외원전시장이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는 게 박 교수의 의견이다. 원천기술도 확보되지 않은 상황이고, 재처리나 우라늄 농축기술 등 인프라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핵심기술은 자립했지만, 원천기술은 대부분 없는 상태입니다. 이 때문에 APR1400도 미국의 원자로로 보고 있는 실정입니다. 단위 부품 공급선을 유사품으로 대체한 ‘기술도입’ 수준입니다. 국내회사가 설계·생산·운영을 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야만 ‘기술자립’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또 원전수출국들은 재처리나 우라늄 농축기술 등 인프라를 모두 보유하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가 수출을 내세울 수 있을만한 상황이 아닌 것입니다. ‘탈원전’ 정책이 원전수출에 득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원전사고가 난 일본과 러시아는 수출하고 있습니다. 박근혜 정부 때도 원전을 수출하지 못했습니다. 냉정히 살펴봐야 합니다.”

원전수출과 함께 대안으로 떠오르는 것이 바로 원전해체시장이다. 지난 6월 영구정지된 고리 1호기와 2023년 수명이 만료되는 고리2호기를 시작으로 2030년까지 설계수명이 만료되는 원전은 12기다. 이에 따라 원전해체시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박 교수는 원전해체사업의 파급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원전해체사업의 효과가 과장된 측면이 있습니다. 일자리 창출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해체공정을 정확히 알고 프로세스를 정할 원자력 관련 전공자들은 2~3명 정도만 필요하고, 나머지는 숙련공들이 차지해 양질의 일자리는 많지 않습니다. 경제적 효과는 크지 않고, 기술개발 효과만 발생할 것입니다. 아직 원전해체 경험이 없어서 기술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그동안 증기발생기나 월성1호기 압력관(경수로의 원자로에 해당) 교체 등을 해봤습니다. 해체와 같은 작업입니다. 원자로, 화학 및 체적제어계통(CVCS)이나 방사성폐기물 처리계통 등 오염지역 작업이 어려울 뿐, 보조건물은 일반적인 해체작업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원자력연구원이 독점적으로 기술개발을 할 것이 아니라 절삭, 리모트 제어, 제염 등 전문기술을 보유한 민간기업을 육성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또 원자력의 폐쇄성을 극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학문분야가 좁고 진출로도 다양하지 못해 원자력 발전에만 갇히면서 ‘자승자박’이 됐다는 게 박 교수의 설명이다.

“원자력 종사자 중에서 핵공학과 출신은 8%에 불과합니다. 기계계열이 23.4%, 전기계열이 20.7%, 인문사회가 10.9%입니다. 원자력 산업은 방사선과를 포함한 핵공학과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핵공학은 학문이 어렵고 진출로가 넓지 않아 폐쇄성이 더 강화됐습니다. 이는 교육과정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그동안 핵공학 출신만이 교수로 채용되면서 원자로 관련 이론에 편중되는 등 교육범위가 좁아지고 학생들이 갈 곳이 없어져 버렸습니다. 이제는 원전산업만 기대서 인력을 양성할 것이 아니라 실무적인 인력을 키워 다양한 활로를 찾아야 합니다. 다양한 전공의 교수들이 원자력공학에서 학문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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