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

1. “급하게 전기차를 충전하려고 충전소에 갔는데 벌써 다른 차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더라고요. 근데 자세히 보니 전기차가 아니라 일반차량이었어요. 다행히 전화를 드렸더니 금방 차를 빼주셨는데 아찔했죠.”

2. “최근에 전기차를 구매했어요.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에 충전기를 설치하려고 봤더니 아파트 입주자협의회 동의를 받아야 하더라고요. 일일이 부탁을 드릴 수도 없어서 관리사무소에 얘기를 드렸더니 알아서 하라는 답변만... 결국 전기차 구매를 포기했어요.”

3. “아파트에 충전기 설치할 공간이 없어서 이동식 충전기를 쓰고 있어요. 일반 220V 콘센트에 RFID* 태그를 부착해서 전기요금이 공동으로 부과되지 않고 제가 개인적으로 내는 방식이에요. 그런데 어느 날 가보니 어떤 분이 제가 꼽아 둔 충전기를 뽑고, ‘공용 전기로 충전하지 말라’는 종이를 붙여두셨더라고요. 화도 나고, 당황스럽더라고요.”

*무선 주파수를 이용해 데이터를 주고 받는 통식 방식. ‘전자태그’로도 불린다.

◆해설

4. 전기차를 이용하는 분들이 겪고 있는 일들입니다. 전기차 운전자가 워낙 소수다 보니 이런 불편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죠. 전기차가 2만대를 돌파했고, 정부도 전기차 보급정책을 확대하고 있지만 실제 이용자들의 불편은 그대로입니다.

5. 전기차를 타는 게 무슨 유세도 아닌데 너무 특혜를 주는 것 아니냐고요?

6.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하지만 한편으론 전기차는 불특정 다수에게 도움이 됩니다. 전기차 운전자는 경제적인 이득을 얻을 수 있지만, 다수에겐 대기환경 개선을 가져다 주기 때문이죠. 송한호 서울대 교수가 발표한 자동차 온실가스 배출량 전과정 평가(LCA)에 따르면 차종별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기차 94g/km, 하이브리드차 141g/km, 경유차 189g/km, 휘발유차 192g/km 순입니다.

7. 또 장기적으로는 내연기관차가 친환경차로 대체될 가능성도 높습니다. 지금은 내연기관차를 타는 우리도 언젠간 전기차 오너가 될 수도 있는 거죠. 단순히 ‘남 이야기’라고만 치부해선 안 되는 이유입니다.

8. 최근에는 전기차 충전소에 무단 주차를 할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고, 신축 아파트에 의무적으로 전기차 충전용 콘센트를 설치하는 방안도 검토 중입니다. 물론 제도적인 장치도 필요합니다. 하지만 그 전에 전기차를 바라보는 우리의 인식도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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