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덮인 겨울산, 춥지만 그만큼 절경

산에 오르기 좋은 계절은 언제일까. 단풍이 각자의 색으로 젖어든 가을, 겨우내 움츠리다가 기지개를 켜는 봄, 덥기에 더욱 시원한 여름. 계절별로 각자의 매력이 있지만 영하의 추위가 가득한 설산이 단연 최고다. 얼굴을 찢는 칼바람과 체력소모를 앞당기는 두껍게 쌓인 눈은 어떡하냐고? 새파란 하늘과 새하얀 산등성이가 만나는 경계에 올라서는 순간 고통은 감동으로 바뀐다. 겨울에만 만날 수 있는 절경을 간직한 산을 소개한다.

설악산

설악산은 겨울이면 수많은 등산객으로 붐비고, 그만큼 사고도 잦은 산이다. 이름에 눈이 들어가는 것만 봐도 겨울과의 인연을 짐작할 수 있다. 설악산은 추석 무렵부터 눈이 내리고, 여름은 돼야 녹는 것으로 유명하다. 지리산, 한라산보다 높이는 낮지만 겨울만큼은 최고로 치는 이유다.

설악산은 대청봉을 기준으로 외설악, 내설악, 남설악으로 나뉜다. 대청봉에서 북쪽으로 바라봤을 때 바다쪽이 외설악, 내륙쪽이 내설악이고 남쪽이 남설악이다. 외설악과 내설악을 가르는 공룡능선은 절경으로 유명한데 겨울에는 조난 위험 때문에 종종 입산을 금지하곤 한다.

겨울에 설악산을 오른다면 대피소 예약은 필수다. 평소와 달리 눈이 쌓인 길을 걸으면 체력이 급속도로 떨어지기 때문에 당일치기로 정상을 다녀오겠다는 안일한 생각이 조난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대피소는 천불동, 마등령 등산 기점인 비선대에 자리잡은 비선산장, 공룡능선의 시작이자 끝인 희운각대피소, 소청봉 주변에 자리잡은 소청대피소, 대청봉과 중청봉 사이에 자리잡은 중청대피소가 있다. 예약은 국립공원 홈페이지에서 할 수 있다.

소백산

소백산은 겨울 산행을 즐기는 이들에게 사랑 받는 산이다. 보기 드문 고위평탄면이 존재해 정상에 오르면 주목군락지가 펼쳐지는데 이곳에 눈이 내리면서 절경을 만들어낸다. 다만 바람이 워낙 강한 것으로 유명해 바람을 막을 수 있는 옷과 장비를 꼭 챙겨야 한다. 정상인 비로봉 일대는 바람이 워낙 강해 체감기온은 영하 20도 이하까지 떨어진다. 사진을 찍으려고 휴대폰을 꺼내도 잠깐 사이에 전원이 꺼지거나 손이 얼어 붙을 정도다. 바람이 많이 부는 덕분에 눈이 날리면서 그대로 얼어붙은 상고대가 아름답다. 소백산에는 제2연화봉대피소가 있기 때문에 하룻밤을 대피소에서 보내고 새벽 일찍 정상에 올라 일출을 보는 것도 좋다.

태백산

태백산은 겨울 설경이 워낙 아름다워 눈축제가 열린다. 태백산은 소백산과 이름은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다. 1566m로 꽤 높지만, 오르기는 쉽다. 등산로 출발점은 해발 800m 이상 지점에 있어서, 실제 오르는 건 700m 가량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산세도 그리 험하지 않다. 겨울에도 앞서 소개한 산보다 오르기가 수월한 편이라서 첫 겨울산행을 태백산에서 시작하는 것도 괜찮다.

덕유산

덕유산도 소백산처럼 고위평탄면이 있어 겨울에 등산객이 많이 찾는다. 다른 점이라면 케이블카를 설치해 너무도 쉽게 오르 내릴 수 있다는 점이다. 정상인 향적봉까지 케이블카를 타면 20분이면 갈 수 있다. 올라갈 땐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올 때 겨울산행을 즐기는 것도 나쁘지 않다.

※겨울산행 만만히 봤다간 조난 위험

겨울산을 만만히 봤다간 조난을 당하거나, 목숨까지도 위협받을 수 있다. 실제로 설악산에선 매년 조난으로 인해 사망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눈이 내린 뒤에는 등산로를 구분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길을 잃지 않도록 특별히 주의해야 한다. 오후 4시 이후부터는 해가 지기 시작하는데 어둠 속에선 스마트폰이 있어도 길을 찾기 힘들다. 대부분의 조난사고가 야간등산을 하다가 길을 잃고 산속에서 탈진하면서 발생한다. 평소 산행에 자신이 있어도 겨울산 만큼은 철저하게 준비하는 게 필수다.

겨울산행을 가기 전에는 주변 산을 오르면서 기초 체력을 갖춰야 한다. 또 모자, 점퍼, 양말, 장갑 등은 젖을 경우에 대비해 여분을 챙기고, 아이젠, 스패츠도 꼭 갖춰야 한다. 조난을 당했을 때 체온이 떨어지는 걸 방지하기 위한 방수포와 비상식량도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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