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지난 2015년 도입한 ‘배출권거래제’는 반쪽짜리 정책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기업들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그만큼 배출권을 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어야 하지만 실제 거래량은 미미했기 때문이다.

배출권거래제는 기업들이 정부가 할당한 범위 내에서만 온실가스를 배출하도록 제한하는 제도다. 기업은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한 만큼 배출권을 팔 수 있고, 할당량보다 많이 배출한 경우 배출권을 매입해야 한다. 만약 허용치 이상 온실가스를 배출하고도 시장에서 배출권을 보충구매하지 않으면 시장가격 3배에 달하는 과징금을 물어야 한다.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 미미, 가격도 들쭉날쭉

기업들은 지난 3년간 정부의 기대와 달리 배출권 거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았다. 수중에 배출권이 남더라도 배출권을 팔지 않은 것이다. 사업 확장에 대비해 배출권을 아껴 놓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과도하게 배출권을 할당받았다는 눈총을 받을까 두려워 못 판다는 기업도 나타났다.

2017년 8월까지 누적 배출권 거래량은 1760만t으로 집계됐다. 3년간 정부가 기업에 할당한 배출권은 16억8700만t에 달하는데 실제 거래량은 이에 미치지 못한 것이다. 특히 2015년에는 기업들이 쓰지 않고 남긴 1550만t의 배출권 중 88%인 1360만t이 다음 년도로 이월되면서 배출권의 가격도 올랐다. 2015년 온실가스 1t당 평균가격은 1만 1774원이었지만 2017년 2월에는 2만 6500원까지 급등했다.

가격이 안정세를 찾고 거래량도 다소 증가한 것은 올해 2월 정부가 배출권 이월을 규제한다는 의사를 시장에 밝히고 나서부터였다. 1차 계획기간의 배출권 여유분을 2차 계획기간으로 과다이월할 경우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는 경고였다. 실제로 지난 1월 38.4만t, 2월 52.4만t을 기록했던 거래량은 배출권 과다 이월 규제계획 발표 이후 급증했다. 3월에만 전월보다 5배 증가한 266.9만t을 기록했다.

◇ 주무부처 변경만 세 차례, 컨트롤 타워 실종

배출권거래제 담당 부처가 여러 차례 바뀐 것도 시장을 운영하는데 악영향을 줬다. 전담부처가 바뀔 때마다 할당업체들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배출권거래제 출범 당시엔 환경부가 주무부처였다. 환경부는 2012년 ‘온실가스 배출권의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고 2년 후 국가 배출권 할당계획을 확정했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 1차 계획기간동안 16억8700만t 규모의 온실가스 배출을 허용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배출권거래제 시행 1년 반 만인 2016년 6월, 환경부에서 기획재정부로 주무부처가 바뀌었다. 배출권거래제 추진체계는 기존 환경부 중심에서 기획재정부 중심으로 바뀌었다. 배출권거래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기재부가 배출허용총량을 설정하는 등 배출권거래제를 총괄하게 된 것이다. 기재부를 필두로 부문별로는 관장부처가 관련 집행 업무를 수행했다. 산업부는 산업‧발전, 환경부는 폐기물, 국토부는 건물‧교통, 농식품부는 농‧축산‧식품과 관련한 기업들의 배출권을 할당하는 식으로 업무를 분산했다.

컨트롤타워가 기재부로 옮겨간 것을 두고 일각에선 배출권거래제를 시행하는 대다수 국가가 환경부를 전담부서로 두고 있다며 반발이 일었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도입한 배출권거래제를 경제적인 관점에서만 바라보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반면 규제를 중심으로 하는 환경부보다 기재부가 낫다는 의견도 있었다. 배출권거래제는 기업의 재산권과 직결되는 문제이므로 산업․경제적 관점을 가진 기재부가 적격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배출권거래제 업무는 환경부 품으로 돌아갔다. 기재부 등 관련부처와 배출권거래제를 관장하지만 총괄과 운영은 환경부 몫이다. 업계는 이를 두고 정부가 바뀌면서 배출권거래제를 다루는 관점도 변화했기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경제적 논리를 앞세우기보다는 온실가스 저감이라는 본래 취지에 맞는 부처를 컨트롤타워로 내세웠다는 것이다. 따라서 업계는 내년에 결정될 2차 배출권거래제 기본계획 할당량이 줄어들지는 않을까 촉각을 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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