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까지 전기차 35만대 늘린다더니, 내년 예산 고작 2만대

정부가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전기차 보급을 확대한다고 발표한지 두달만에 관련 예산을 삭감하면서 앞뒤가 맞지 않는 정책 집행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환경부가 국회에 제출한 2018년 예산안에 따르면 내년 전기차 보급예산은 올해 보다 20.5% 증가한 3522억7900만원으로 편성됐다. 전년대비 예산을 증액했지만 당초 정부가 발표한 전기차 보급 로드맵에는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지난 7월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문재인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서 2022년까지 전기차 35만대를 보급한다고 밝힌 바 있다. 계획대로라면 앞으로 4년간 전기차 33만 8000대를 보급해야 한다. 하지만 내년 전기차 보급예산 중 전기차 구매 보조금은 2550억원이다. 전기차 한 대당 1200만원을 지원한다는 걸 고려하면 약 2만대를 보급할 수 있는 예산이다.

환경부는 지자체별로 수요조사를 실시해 3만대분 예산을 편성했지만 기획재정부가 2만대로 삭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까지 전기차 35만대를 보급한다고 두달 전 발표해놓고 정부 부처간 손발이 맞지 않은 것이다.

이를 두고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보급을 단순히 보조금 사업으로 보느냐, 아니면 미세먼지 저감과 전기차 산업 활성화의 측면으로 볼 것이냐에 대한 부처 간 해석이 달랐던 것 아니겠냐”고 설명했다.

전기차 업계는 당초 예상보다 예산이 줄면서 당황하는 모양새다. 올해 보급목표였던 1만 4000대에 비해 예산은 증가했지만 업계는 2만대가 아니라 3만대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완성차 업계에선 내년을 전기차 확산의 원년으로 인식하고 신차 출시를 준비해왔다. 현대차는 내년에 신규 차량인 코나 EV를 출시해 아이오닉 일렉트릭에 이어 연타석 홈런을 치겠다는 심산이었다. 기아차 역시 니로 EV로 본격적인 전기차 시장 공략에 나섰다. 두 차량 모두 1회 충전시 주행거리가 300km를 넘는다.

BMW, 르노삼성은 각각 주행거리를 늘린 개선 모델을 판매한다. 신규 모델은 아직 출시 계획이 없지만 기존 차량의 주행거리를 200km 수준으로 확대해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것. 한국GM은 올해 물량이 없어서 못 팔았던 볼트EV를 1000대 이상 들여온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내년도 전기차 시장이 3만대에서 2만대로 줄면서 기업들의 판매 전략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기존 차량대비 가격이 비싼 전기차를 팔기 위해선 보조금이 필수인데, 2만대까지만 지원을 하면 기업 입장에선 차량 생산일정이나 마케팅 등을 축소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모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3만대를 예상하고 내년도 사업계획을 세웠는데 예산이 줄었다는 소식에 난감하다”며 “전기차 판매량이 최대 2만대라는 의미이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선 사업계획을 보수적으로 잡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으론 지나치게 보조금에만 치중된 현재의 보급방식을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완성차 업계도 보조금에만 매달릴 게 아니라 전기차 기술개발과 생산효율을 높여 차량 가격을 낮춰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한국은 전 세계적으로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비중이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다. 보조금 대신 전기차 보급을 확대할 수 있는 저탄소차 협력금 제도가 2020년으로 미뤄진 만큼 정부도 별도의 비재정적 수단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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